먼저 외국계 기업을 구분해 보자. 외국계 기업에는 여러 가지 형태가 존재하지만, 크게 아래의 3가지 종류로 구분할 수 있다.
1. 100% 외국 투자 법인
2. 한국/외국 합작 법인
3. 한국 Sole Vendor
1번 케이스는 100% 의 회사 지분을 모두 외국의 경영자 혹은 투자자가 가지고 있는 경우이다. 외국의 경영자가 한국이라는 시장에 회사를 설립하기 위하여 100% 의 자본금을 투자하여 외국 회사를 만든 상황이다. 회사의 모든 결정권과 지분, 그에따른 예산 편성과 재투자 비용의 결정은 당연히 해외에 있는 주주 혹은 사장의 몫이다. 해외 본사의 관리자가 한국 지사장, 혹은 총책임자로 위임되어 한국의 직원들과 함께 근무하며 실무에 직접 개입하는 경우도 많다. 이 경우 외국인이 내 '직장 상사'가 되기도 한다. 가장 대표적인 오리지널 외국계 기업이다.
2번 케이스는 한국과 외국의 지분을 일정 비율로 합하여 공동으로 투자를 한 경우이다. 외국인 투자 촉진법에 따라 의결권이 있는 주식 10% 이상, 동시에 한화 1억 원 이상의 투자 조건을 만족하면 외국인 투자 기업으로 등록이 가능하다. 스타벅스 미국 본사와 국내 신세계 계열사인 이마트가 공동 지분으로 한국에 스타벅스 커피 코리아를 운영한 것을 예로 들 수 있겠다. (2021년 미국 스타벅스는 싱가포르 투자청과 신세계에 50% 지분을 매각하고 한국을 떠났다.)
3번 케이스는 순수한 한국 기업이 해외의 기업과 독점 공급계약을 체결한 경우이다. 기존 한국의 동종 기업과 소모적인 경쟁을 하는 대신, 계약하에 서비스나 물품, 라이선스를 이용할 수 있는 권한을 해당 한국 기업에게 공급함으로써 기존의 한국 기업과 해외 기업이 윈-윈 하는 전략이다. 기존 한국 기업은 자본금이나 영업망이 탄탄한 경우가 많고, 국가로부터 여러 혜택을 받아야 하는 중소기업이나 개인 무역상이 이런 형태로 사업을 시작하는 편이다. 본사와 한국지사는 주종관계가 아닌, 거래 관계이다. 자본의 논리상, 한국지사가 영업을 잘 하는 회사일 경우 고객 대접을 받는다. 반대로 영업이 별로일 경우 본사의 개입을 받게되고 최악의 경우 독점 공급 계약을 파기할 수 있다.
이 세 가지 케이스를 구분 짓는 가장 큰 요인은 '자본을 누가 소유하고 있는가?'이다. 모든 회사는 자본의 논리에 따라 운영된다. 돈(지분)에 따라 권한이 강화되고 축소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위의 첫 번째 케이스에 해당하는 한국의 대표이사는 지분이 없는 소위 '월급 사장' 형태인 경우가 많다. 한국에서 사업을 영위하려면 사업자 등록증 상의 대표자가 필요하다. 대표자로 선정된 사람은 대표성을 강조하기 위해 '사장' 직함을 쓰기도 하지만, 외국 모기업 관점에서 그는 '사장'이 아니다. 대신 '총 지배인', '총괄 관리자'의 의미에 가깝다. 외국계 기업의 사장은 '총 관리자'를 의미하는 'General Manager'를 많이 사용한다.
만약 외국계 기업을 고민하는 사회 초년생이 이 글을 보고있다면 나는 한 치의 망설임 없이 1번 케이스의 외국 회사에 취업을 하라고 권하고 싶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회사의 '시스템' 때문이다. 우리가 외국계 기업에 취직하려는 이유 중 가장 큰 것은 외국계 기업의 '선진화된 시스템' 때문이다. 물론 국내 기업들도 많이 성숙하여 시스템이 좋아졌지만, 50년, 100년, 150년 된 외국계 기업들, 특히 영미권의 근로자 친화적이고 민주적인, 그리고 나름의 투명한 기업 운영 시스템을 이길 수는 없다. 1번 케이스의 회사는 모든 시스템을 외국 본사에서 들여와 운영하기 때문에 외국계 기업의 선진화된 시스템을 몸으로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둘째, 상대적으로 높은 '연봉과 복리후생'이다. 보통의 회사는 운영비와 인건비, 그리고 다음 사업을 위한 재 투자비용을 제하고 이윤을 주주에게 되돌려 주어야 한다. 외국계 기업의 '이윤'이란, 외국 모기업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과 주주들의 몫이다. 그러나 외국계 기업의 한국의 경영진 역시 같은 월급쟁이 들이다. 따라서 그들은 한국 직원들이 힘들게 번 이윤이 외국인 사장님 주머니 속으로 모두 들어가기 전에 한국 지사에서 쓸 수 있는 더 많은 비용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한다. 더 높은 직원의 연봉, 양질의 복지, 쾌적한 업무 환경으로 인한 생산성 증대와 같이, 합법적이고 투명한 절차와 본사의 승인하에 재 투자 비용을 받아낼 수 있다면 다다익선 아니겠는가? (간혹, 같은 한국 직원들의 허리띠를 무자비하게 졸라매도록 강요하고 그 성과를 본인의 공으로만 돌리는 지사장들도 있다.)
셋째는, '글로벌 커리어' 때문이다. 위에서 본 한국계 외국기업, 혹은 공동투자 법인의 경우 여전히 한국 기업 지배구조를 따르고 한국적인 특색을 보이기 쉽다. 그러나 100% 외국 투자 기업의 외국계 회사에서 가장 낮은 직책부터 일을 시작하더라도 이 경력은 반드시 글로벌 시장 전체의 경력이 된다. 이를테면 '○○ 코리아'에서 근무한 경력자는 능력을 발휘할 경우 '○○ Japan' 혹은 '○○ Dubai' 지사로 이직할 길이 열릴 수 있다. 한국의 지배구조를 따르는 기업에서는 하이 커리어가 되었을 때 한국 경영자 혹은 경영 승계자를 넘는 직책을 갖기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100% 투자 외국계 기업에서는 어차피 모두가 직원 개념이기 때문에 직책의 최고 리더자리, 다른 나라의 총책임자, 혹은 그 너머 Global CEO 자리 까지도 맡을 수 있다. 물론 쉬운 일이 아니지만 능력만 갖춘다면 불가능은 하진 않다.
이상으로 외국계 기업의 종류와 특징을 알아 보았다. 외국계 기업에 입사원서를 넣기 전, 기업 지배구조를 한번쯤 살펴 보자. 해당 기업의 주주가 외국인인지 한국인인지. 물론 한국계 외국 기업이라고 다 나쁜것은 아니다. 또한 100% 외국계 기업의 단점 또한 많이 존재한다. 따라서 정답은 없다. 그러나 나는 외국계 기업에 오래 몸 담았던 경험자로서, 여러분이 사회 초년생으로 이왕 외국계 기업을 취업 하기로 결심 했다면 1번 케이스의 100% 외국 지분의 외국계 회사에 입사 지원하길 추천한다는 것이다. 경력의 첫 단추를 잘 끼우는 것은 인생에 있어 매우 중요한 일이다. 여러가지 고민을 해서 각자가 원하는 좋은 회사에 입사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