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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계 기업에 취업하려면?

by 친절한 알렉스

"그럼 외국계 기업에 들어가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외국계 기업을 다니면서 후배들이나 사회 초년생들에게 가장 많이 받아 본 질문 중 하나이다. 외국계 취업에 관한 답을 하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업종과 회사 정보 자체가 부족' 하기 때문이다. 사회 초년생인 당신은 다음의 회사에서 몇 개의 회사에 대해 알고 있는가?


바스프

SAP

글락소스미스클라인

듀폰

티센크루프

에릭슨

보쉬

Linde

스미토모

허벌라이프

유니레버

Emerson

아트라스 콥코

P&G

ABB

세일즈포스

시스코

오티스


우리나라에서 매출 수천억 원을 만들어내고 있는 글로벌 대기업이다. 당신이 외국계 기업 지망생이라면 최소한 자신이 전공한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는 기업들에 대한 주 생산품, 서비스 현황, 매출현황, 국내 직원 수 정도는 알고 있어야 한다. 전기 공학과를 나온 사람이 평소 ABB라는 회사가 무슨 서비스를 어떻게 하고 있는지 정도를 모른다면 곤란하다. 기계 공학과를 나온 사람은 티센크루프가 어떻게 만들어졌고, 어떤 일을 하는 회사인지는 알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외국계 기업의 입사 지원이 막막한 두 번째 이유는, '채용의 불규칙함과 불투명함' 때문이다. 국내의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은 신입사원 지망생 들에게 공채나 인턴으로 기회의 문을 열어준다. 또한 기존의 학교 선배들, 친구들, 친인척들, 언론으로부터 얻는 정보 량이 많고 신뢰도가 높은 편이다. 그러나 외국계 기업은 채용이 불규칙하고 불투명하다. 사람이 필요할 때 갑자기 일정 인원을 채용하고, 다시 한동안은 도깨비처럼 신규 채용 시장에서 잠적을 감추어 버린다. 회사의 핵심 인력이 그만두어 결원 보충을 할 때도 대부분 인맥을 통해 소개를 받거나 헤드헌팅을 이용해 후보자를 추리는 편이다.


이러한 두 가지 이유로 인해 많은 사회 초년생이 외국계 기업의 꿈을 접어 버리곤 한다. 첫 번째 이유인 외국계 기업에 대한 정보 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이 있다. 그것은 바로 '전시회', 혹은 '박람회'라 불리는 곳에 방문하는 것이다. 외국계 기업이 우리나라에 와 있는 이유는, 자신들의 상품이나 서비스를 한국 실정에 맞게 '로컬라이징' 하여 영업 이익을 늘리고 판매망을 확장하기 위함이다. 박람회나 전시회는 영업망을 확보하고 마케팅 채널을 넓히기 아주 좋은 기회이다. 많은 기업들이 자신들이 속한 범주의 전시회에 참여한다. 우리나라에서 전시회를 자주 개최하는 주요 장소는 서울 강남의 '코엑스', 일산의 '킨텍스', 부산의 '벡스코', 대전의 'DCC' 같은 곳이다.


입구전경.jpg 상하이 전시센터


매년 1월 상기 전시회장의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연간 전시회 일정이 나와있다. 자신이 관심 있거나, 자신의 전공이 속한 전시회 일정을 파악해 두었다가 꼭 참가해 보자. 사회 초년생 이전, 대학교 3학년부터 4학년 때가 좋은 기회이다. 전시회는 수백 곳의 기업들이 자신들의 신제품과 최신 기술을 선보이는 '경연장' 같은 곳이다. 전시회에 와서 보고, 듣고, 느껴보자. 관심 있는 제품이나 눈길을 끄는 서비스가 있으면 담당자와 편하게 대화를 해 보자. 대부분 1만 원~2만 원 돈 안에서 해결된다. 책상에서 하는 공부만 공부가 아니다. 부지런히 발품을 팔고 몸으로 배우자. 각 업체 부스에는 마케팅이나 영업 담당자들이 친절하게 자사 제품을 설명하고 친절하게 자료까지 제공해 줄 것이다. 본인이 입사하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좋겠는지도 한번 용기 내어 물어보라. (그런 기특한 학생이 있다는 사실에 담당자가 놀랄 수도 있다.) 전시회는 해당 분야의 선배들과 교류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외국계 기업에 입사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좋은 방법은 '관련 분야의 국내 기업에 입사하는 것'이다. 외국계 기업에 입사하는 방법을 물었더니 뜬금없이 국내 기업에 입사하라니, 의아하게 들릴 수도 있겠다. 그런데 외국계 기업에서 가장 선호하는 것은 해당 직무에 정확하게 부합하는 (Specific 한) 인력을 배치하는 것이다. 따라서 신입 채용 기회 자체가 너무 적다. 회사에서 키우고 싶은 신입 인력이 있다 하더라도, 외국계 기업은 이번 연도의 예산 얼마를 투입하여, 얼마의 결과물을 바로 만들어 내야 한다. 따라서 느긋하게 신입사원을 키울 여력이 많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외국계 기업은 시장 환경과 내부 조직에 따라 1년간, 혹은 3년간 신규 채용을 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럼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만약 본인이 A라는 회사에 꼭 지원하고 싶은데 신입 채용 계획이 없을 경우, 그와 비슷한 분야나 A 기업의 국내 경쟁 기업으로 일단 빠르게 취업을 하여 3년에서 5년의 경력을 만드는 것을 추천한다. 외국계 회사 관리자 100이면 100명에게 물어보라. 신입사원을 뽑고 싶은지, 같은 분야의 중소기업 경력 3년 차 대리를 뽑을 것인지. 이는 쉽게 말하면 명문대 편입을 할 때 일반 편입의 경쟁률이 40:1인데 반해, 학사 편입의 경우 3:1 정도밖에 되지 않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회사가 직원 50명이건, 10명이건, 일단 졸업하는 대로 재빠르게 실무 경력을 쌓아라. 일을 배우고, 사람을 만들고, 돈을 벌어 저축을 할 수도 있다. 그러면서 종종 외국계 취업 시장에 관심을 갖고 외국어 공부를 꾸준히 하면서 기회를 노려보자. 대학 졸업 이후의 공백기는 추후 입사에도 걸림돌로 작용한다. 실제 회사에 들어가 일을 하면 대학생 때와는 달리 세상을 보는 시야도 넓어지고, 몰랐던 다른 좋은 회사를 보는 기회도 생긴다. 중소기업에서 일을 하면서 회사가 발전 가능성이 있고 대표자의 비전이 확실하다면 굳이 외국계 기업을 안 가면 또 어떤가? 중소기업에 첫 발을 잘못 들이면 인생이 망할 것 같은가? 절대 아니다. 가장 최악은 외국계 기업이나 대기업 입사를 이유삼아 졸업 후에도 장기간 허송세월을 보내면서 부모님의 등골을 빼먹는 일이다. 외국계 기업이건 중소기업 이건, 일단 나의 커리어를 만들어 나가면서 실력을 쌓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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