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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계 기업은 왜 한국에 왔을까?

by 친절한 알렉스

영화 '타짜'는 나의 인생영화 중 하나다. 다음은 영화의 클라이맥스 부근에서 악당에게 유인되어 팔을 다친 고광열(유해진)과 주인공 고니(조승우)가 공포스럽고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나눈 대화 한 토막이다.


"그러게 여긴 왜 왔어?"

"돈 벌러 왔지 인마, 그러는 너는 여기 왜 왔어?"

"돈 벌러 왔다 (웃음)"


외국계 기업이 한국에 온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영화의 한 장면을 인용했다.


외국계 기업이 한국에 온 이유는 '돈을 벌기 위해서' 다. 다소 싱겁고 뻔한 대답일지 모르겠지만, 취업을 준비하는 여러분은 이 말을 가슴 깊이 새겨야 한다. 모든 기업이 존재하는 목적은 '돈을 벌기 위해서' 다. 물론 기업은 돈을 버는 것 이외에도 지역 사회의 고용, 국민의 건강, 복지, 기술력을 발전시켜야 할 사회적 책임 등이 있지만, 그 조차도 돈을 벌어야 가능한 것이다. 돈을 벌어 지속 가능한 것이 우선이다. 비단 외국계 기업뿐만 아니라, 모든 기업이 마찬가지다. 기업은 돈을 버는 것이 우선이고 존재의 이유이다.


너무나 당연한 말을 이렇게 강조하는 이유가 있다. 사람은 망각의 존재이기 때문이다. 분명히 오늘 아침에 계획한 어떤 사실도 저녁이 되면 까먹다 못해 자신이 그런 생각을 가졌었는지 조차도 잊어버릴 때가 있다. 학교 입학식 때 외쳤던 다짐은 3월을 넘기기가 힘들고, 죽음과도 바꿀 수 있을 것만 같던 불타는 사랑도 3년, 4년, 5년이 지나면서 식어 버린다. 사람은 무언가에 익숙해지고 타성에 빠지기 시작하면 본질을 잊기 시작한다. 그게 사람이다.


지겹겠지만 다시 한번 강조한다. 외국계 기업이 머나먼 타국에 와서 다른 문화, 다른 법, 다른 환경을 극복하고 힘들게 회사를 차린 단 하나의 이유는 돈을 벌기 위해서다. 여기서 '돈을 번다'는 것의 좀 더 정확한 의미는 돈을 지불하는 '최종 고객' 즉, 돈을 쓰는 사람을 조금 더 가까이 마주 하라는 것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아래 도식을 보자. 제조시설을 갖춘 전통적인 제조회사의 시스템 흐름도를 예로들어 설명하면 아래와 같다.


Upstream (상) ------------- Midstream (중) --------- Downstream (하) ------------------- 고객

기획, 연구, 라이선스-------- 제조, 운영, 생산 -------- 마케팅, 영업, 현지화, 서비스 -------- $$$


한국에 자리 잡은 외국계 기업은 주로 Downstream의 역할을 기대하고 한국에 투자를 했을 가능성이 높다. 규모가 있는 제조회사의 경우 Midstream 영역처럼 한국에서 생산을 할 수도 있지만, 이 역시 결국은 생산의 '현지화' 에 가깝다. 외국계 회사는 한국이라는 나라가 너무 사랑스럽고 기특해서 본인들이 수십년째 연구한 기술을 전수해 주려고 오는 것이 아니다. 한국이라는 시장에서 현지에 적합한 상품이나 서비스를 공급 함으로써,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기 위해 온 것이다. 한국 내 외국계 기업에 Application, Marketing, Sales, Account 등의 적임자를 구하는 채용공고가 많은 이유이다.


기업의 목적이 돈을 버는 것이라는 단순하고 싱거운 이유를 머릿속에 의식적으로, 반복적으로 새겨 넣어라.(비단 외국계 기업이 아니라 국내 기업도 마찬가지다.) 그러면 여러분의 시야가 달라지고, 회사 경영진과 상사들의 말과 행동이 좀 더 이해가 갈 것이다. 이렇게 회사에서 돈을 중심으로 생각하는 버릇을 들이면, 회사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들이 하나의 논리로 관통하는 통찰을 얻게 될 것이다. 외국계 회사를 준비하며 채용 사이트를 검색하는 그 시간 이후부터, 이력서와 자소서를 작성하며, 면접을 보고, 임원을 만나고, 최종 합격 통보를 받고 출근을 하는 일련의 과정 속에서 '돈' 을 계속 의식하라. 그리고 돈의 논리로 회사가 운영되는 것을 보아라. 회사의 여러 정책, 조직 구성, 시스템은 돈을 버는 쪽에 초점이 맞춰질 수밖에 없다. 많은 예산이 마케팅과 영업에 편성된다. 외국 본사에서 보내오는 미션과 지시사항 들을 유심히 보라. 임직원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밤낮을 가리지 않고 열심히 일하고, 손님을 만나고, 일감을 잡기 위해 미친듯이 돌아다니는 목적은, '나는 얼마얼마를 너희에게 투자할 건데, 내가 내년에 몇 %의 수익을 얻을 수 있는가?' 하는 주주들의 단순한 질문에 답을 하기 위함이다.


돈 이야기 하면 거부반응을 보이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외국계 회사를 들어가려는 당신은 신입사원 때부터 '돈 이야기' 하는 것에 익숙해져야 한다. 특히 외국계 회사, 특히 미국 회사, 특히 사모펀드나 투자회사가 대주주인 기업은 철저히 돈의 논리에 의해 움직인다. 결국 회사라는 조직은 돈이 목적이고, 돈에 의해 운영되고, 돈에 의해 사라지기도 한다.


당신이 신입 사원이라면 아래 질문에 대답해 보자.


"우리 회사는 당신의 미래 가능성을 보고 신입인 당신에게 연봉 3000만 원을 투자할 생각입니다. 당신은 이 기간 동안 우리 회사에 어떤 가치를 제공할 수 있습니까?"


이 질문에 답변이 가능하다면, 당신은 상위 1% 신입사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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