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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공부를 공부한다는 것

배울 때와 가르칠 때의 차이는 하늘과 땅 차이



    아직은 애가 없다. 

    올해 8월 쯤 결혼을 생각하고 있는데, 코로나 때문에 계획이 많이 틀어져서 걱정이 많다.


    아이를 언제 낳을지에 대해서 구체적 계획은 없다. 낳고는 싶다. 주변에 아이 엄마 아빠들한테 이 이야기를 하면 코웃음을 친다. 긍정적인 의미와 부정적인의미로. 후자는 '아이를 낳으면 니 인생은 끝난다'라며 코웃음을 친다. 전자의 경우는 '마음은 알겠는데, 니 마음만큼 행복하지만은 않다'라며 코웃음을 친다. 어찌되었든 벌써 부모가 된 주변 사람들을 보면서 새삼 나의 부모님이 얼마나 대단한지 느낀다. 지금 내 나이에 벌써 내 아버지는 는 3살짜리 머리만 큰 짱구같은 아들이 있었다.




    영어를 가르친지 벌써 몇년이 되었다. 성인 대상으로 영어 회화를 가르치고, 또 그런 학원을 운영한다. 동시에 따로 아이들도 가르치고 있다.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중학교 1학년까지. 두시간에 한번씩 밥을 달라며 우는 시기의 "아기"들은 아니다. 그런데 영어에 관해서 지식이 거의 전무하다는 점에서 "아기"와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내가 영어를 배울 때는 물론 가르치려고 배운 것은 아니다. 그런데 아이들을 가르치려고 보니까, 영어 공부 하던 때와 완전히 딴판이다. 가르치기 위해서 영어 공부를 다시 해야 했다. 그리고 이를 가르치기 위한 전략들을 또 공부해야 했다. 그러다보니 나는 어느샌가 "영어공부를 공부하는 사람"이 되었다.


    가르치기 시작했을 때는 나부터 아이가 되는 것 같다. 스스로 질문해 본 적 없는 문제들에 대해서 "왜"라는 의문을 계속해서 던지게 된다. 예를 들면 이런 것들이다. 


"주어가 뭐지?"




    학창시절 문법 공부는 하지 않았다. 너무 어렵기도 했고, 내가 알고 있는 영어와는 너무 다른 세계였다. 실제 외국인과 대화를 하는 것과, 학교에서 배우는 문법은 그냥 다른 과목인 것 같았다. 결국 수능 때 문법 두 문제를 먼저 찍고 시작했다. 모의고사 때는 찍은 두 문제가 맞으면 1등급, 틀리면 2등급이었다. 수능에선 2등급을 받았다. 


    그런데 아이들을 가르치려고 영어 공부법을 연구하다보니, 문법의 필요성에 대해서 절실히 느끼게 되었다. 물론 20년 30년전 영어처럼 문법 책을 씹어먹을 필요까지는 없지만, 기초적인 단계에서 문법은 생각보다 엄청나게 큰 힘을 발휘한다. 그래서 학창시절이 끝나고 한참이 지나서야 문법 책을 다시 보기 시작했다.


    문법 지식을 내가 쌓고 나서 보니까, 가르치는 것은 또 다른 세계더라. 그 다음부터는 가르치는 방법을 연구했다. 목소리 톤이나 눈빛이나 자세와 같은 강의 자세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그런것은 아무래도 좋다. 실질적으로 아이들이 이를 어떻게 하면 잘 받아들일 수 있는지, 그리고 한번 받아들인 것을 잊지 않게 만드는지에 대해서 공부했다. 배우는 아이들의 실력이 점점 늘어가는 것을 보니까 기분이 정말 좋다.


    아이들을 좀 더 잘 가르치고 싶다는 생각으로 "기초"를 공부하고 기초를 쌓는 방법에 대해서 계속 연구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성인들을 가르칠때도 효과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여러 개념들에 대해서 훨씬 더 잘 이해하기 시작했고, 스스로 실력이 늘어가는 방법도 터득하기 시작했다. 


    눈빛이 바뀌기 시작했다.

    의지가 있는 사람에게 확신이 주어졌을 때 사람의 눈빛은 바뀌더라.


    아이들은 사실 부모의 의지로 공부를 한다. 성인들은 자신의 의지로 공부를 한다. 영어 초보의 입장에서 "아기"와 같다는 점은 똑같지만, 성취에 대한 의지가 다르니까 실력이 느는 속도가 확연히 차이가 난다. 내가 줄 수 있는 것은 확신이다. 나는한국에서 영어를 제일 잘 하는 것도 아니고, 영어를 제일 잘 가르치는 것도 아니다. 그렇지만 영어 왕초보들에게 지금 실력에서 벗어나 한 단계 두 단계 도약할 수 있게 할 수 있다. 나에겐 그 확신이 있다. 가르치는 사람에게 확신이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자만이 될 수 도 있겠지만, 자신감이라고 봐줬으면 한다.


    영어공부를 공부한다는 것은 결국 가르치기 위한 것이다. 가르칠 때 비로소 나도 제대로 배운다는 생각이 든다. 책임감이 나를 좀 더 단단하게 만드는 것일까. 배우는 사람도, 가르치는 사람도 즐거운 일들이 일어난다. 학창시절에 그냥 "배우는 사람"일 때와는 전혀 다른 즐거움을 느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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