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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우 Jan 27. 2016

뉴욕, 라이카로 본 시선

Volume 7. 시적인 브루클린 브릿지




Volume 7. 시적인 브루클린 브릿지



절대적인 우연도

절대적인 타인도 없는

도시 풍경은 단순히

시간의 잔상으로

남겨지지는 않는다






뉴욕을 이젠 제법 많이 다녀왔는데, 처음 뉴욕에 와서 브루클린 브릿지를 마주하고 적잖이 놀랐던 기억이 있다 - 그간 수많은 사진과 영화에서 봐왔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 어쩌면 그것이 주는 엄청난 스케일 감이나 100년이 훌쩍 넘은 역사와 관련이 있을 수도 있겠다. 무척이나 햇빛이 좋은 작년 가을 날이었다. 아내와 난 뉴요커처럼 - 사실 뉴요커보단 여행자가 많다 - 브루클린 브릿지를 걸었다. 시간에 자유롭지 못하는 여행자로서 며칠 동안이나 시간을 들여 이곳을 다녀간 걸 보면, 이곳이 나에게는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나 보다. 그렇게 다리 위에서 볼 수 있는 것, 아래에서 볼 수 있는 것, 내가 담고 싶은 것을 마음껏 담았다. 그런데 문득 한두 번 다녀온 걸로 뉴욕이라는 이곳의 감성을 알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 조금 더 들어가서 들여다보고 싶은 욕구가 차올랐다고나 할까 - 그래서 올해, 다시 찾은 뉴욕의 겨울에서는 조금 다른 방법으로 브루클린 브릿지를 음미하기로 했다. 그리하여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아내와 난 서로의 라이카를 손에 꼭 들고 - 먹이를 찾아 어슬렁거리는 늑대란 표현이 더 그럴싸하겠다 - 거리를 걸었다. 나는 사실 오전부터 카메라를 흑백 모드로 돌려놓고 있었다. 오늘만큼은 컬러가 주는 매력을 포기할 셈이었다 - 내 경우에는 흑백을 더 선호하는데 다행히도 나의 카메라는 흑백 모드가 있다 - 말할 필요도 없겠지만, 흑백 모드로 돌려놓고 사진을 찍으면 그 순간의 모든 기억은 고스란히 흑과 백의 심플한 명암 대비로 남겨진다. 이는 곧 그 순간의 몰입의 깊이가 - 색감에 방해 받지 않고 - 강렬해 지는 경험을 하는 것이다. 우리는 가끔 컬러로 사진을 찍어 흑백으로 돌리는 행위를 한다 - 나 역시 이 카메라를 만나기 전에는 그런 행위가 적지않았다 - 그러나 그것은 오히려 우리의 기억을 헛갈리게 뿐이며, 무엇보다 나 자신에게 혼란스러운 기억만 남겨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애초부터 그 기억은 내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다 - 인식의 변곡점을 마주했다고나 할까 - 나 자신의 진실된 기억을 향한 개인적 몰입을 위해서라도 - 혹은 취향을 위해서라도 - 그래서 나의 결론은 이렇다. 내 쪽에서는 이제 더 이상 기억을 조작하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것이라고





감정의

중립적인

자세를

가짐으로써



 데자뷰를 느낀 듯한 기분이다. 처음보는 모습인데 마치 마음속에만 있던 순간을 만난 것처럼 착각을  하고 말았다 - 공허하던 주제를 현실에서 만나게 되어 엔돌핀이 마구 솟았다 - 한참을 말없이 그 모습을 바라만 보고 있었다. 일반적으로 피사체와 나의 거리가 멀면 멀수록 감정적인 면에서 중립적인 자세를 취하게 된다. 그래서 나는 감정을 숨겼다. 인물의 표정을 버리고 오직 시적인 순간을 기다렸다 - 주연배우들이 프레임에 들어오는 그 순간을 - 내쪽에서는 소재들을 나열할때 인물이라는 나름의 질서를 부여한 셈이다. 사실 이 대목이 중요하다. 결국 도시는 사람이 있어야 된다는 생각이다. 나의 시선으로 바라본 도시의 모습은 만나는 사람들로 인하여 무척이나 다양한 감정이 생겨났다 - 그 순간은 절대적인 타인도 없다 - 사람들이야 말로 도시의 근간이기 때문이다. 시간을 만드는 것도, 공간을 만드는 것도 결국은 사람이니까. 이러한 까닭에 어느 도시를 여행하더라도 항상 나의 사진에는 인물이 들어가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일주일이 지나 서울에 와서 돌이켜보니, 겨울 뉴욕이 - 아니 브루클린 브릿지가 -  더 멋지고 감성적인 모습으로 다가왔던 것은 아내와 함께였기 때문이었다. 어디에 있느냐 보다 누구와 있느냐가 중요한 듯이 말이다



USA  |  NYC  |  2016  |  ©Hyunwoo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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