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ume 11. bushwick, 오직 아티스트에게만 허락된 낙서
Volume 11.
bushwick, 오직 아티스트에게만 허락된 낙서
이번 겨울 뉴욕의 길잡이가 되어준 monocle travel guide series NYC 편을 통해 부시윅을 알게 되었고 더 자세히는 본의 아니게 또 한번 에이스 호텔을 말하게 되지만, 같은 층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게 되어 9층에서 로비로 내려가는 그 짧은 순간에 우연히 만난 네이버후드 - 내가 걸치고 있던 프로섬 코트와 어깨에 걸고 있던 라이카 카메라에 관심을 보여 뭔가 이상하게 시작된 대화는 두서없이 이야기 꽃을 피우게 된다. A는 도시건축 개발자였고 B는 아티스트다 - 덕분에 bushwick collective라는 그룹을 알게 되었다. 그들과 난 의도치 않게 밤새 호텔 바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었는데, A가 내 사진 스타일이 마음에 든다며 더 많이 보고 싶다는 게 그 이유였다. 그렇게 난 개인 블로그를 알려주게 되었고 - 쑥스럽게도 사진에 대한 칭찬을 생소한 외국인에게 입이 침이 마르도록 듣게 되었다 - 나 역시 그가 작업하고 있는 도시 프로젝트가 궁금하기도 해서 시작된 대화는 점점 클라이맥스를 향해 달려 나갔다. 그러다 문득 “벤 네가 뉴욕에 더 많은 예술적 영감을 받고 싶다면 내일 아침 당장 가야 할 곳이 있어! 거긴 정말 쿨한 곳이거든, 거기 내 친구 C의 스튜디오도 있어 콜렉티브 크루거든”이라는 묘한 말을 했다. 뉴욕에서 가장 핫한 곳이라며 수없이 엄지를 치켜세웠던 바로 그곳은 그라피티의 천국 부쉬윅(bushwick)이다
미드타운에서 부쉬윅까지 오기 위해선 윌리엄스버그보다 더욱 브루클린의 가장자리로 들어와야 했었다. 고백하건대 이 동네의 첫인상은 정말이지 좋지 않았다. 바람이 많은 겨울날이라 그런지 길거리에 아티스트들은 모두 꼭꼭 숨어버렸고 - 마치 초창기 할렘처럼 가난하고 위험해 보였다 - 황량함만이 남은 이미지였으니까. 그러나 한 블록만 지나자마자 드디어 그라피티 - 제퍼슨 스트리트에서부터 베트포드 에비뉴 역까지 메트로 한 정거장안에 있는 모여 있는 건물들은 그라피티로 채워져 있다 - 가 시작되면서 기대했던 모습이 눈 앞에 펼쳐졌고, 그것의 미적인 자유로움에 홀려버리게 되는데, 마치 이곳의 거리 전체가 아티스트들의 스케치북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재밌게도 이 곳에서 그라피티를 그리기 위해선 미리 포트폴리오 검증이 필요하고 bushwick collective로부터 포트폴리오를 패스한 이들에게만 그 기회가 제공되어진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그라피티의 퀄리티와 독창성에 더 주목하게 된다. 황폐했던 이 공간을 아티스트들이 한데 뭉쳐 활발한 아트 씬을 만들어 버렸는데, 그간 비어있던 건물들은 아티스트들의 스튜디오로 채워졌다고 한다. 지금도 계속 아티스트들은 맨하튼의 비싼 임대료에 질려 윌리엄스버그로, 그리고 이곳 부쉬윅으로 찾아들고 있다고 하니까,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다시 뉴욕에 오는 날이 되면 이곳의 모든 건물들이 아티스트들로 채워져 있을 수도 있겠다. 아티스트 기질이 매우 강한 나로서는 기대 이상의 강한 자유로운 예술적 느낌을 받고 돌아왔다. 갤러리의 그 어떤 작품과도 견주어도 뒤지지 않을 정도로 멋진 거리의 그라피티들을 보며 아마도 바스키아는 이들의 행보에 흐뭇해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뉴요커들이 말하길 뉴욕을 한 번이라도 찾았던 사람은 반드시 한 번은 더 찾아온다고 한다. 내쪽의 경우는 무엇이 그리워져서 찾아오게 될까. 이 기록 - 사진과 언어로 - 을 계속하다 보면 답을 찾을 수 있을 것만 같다. 하나의 에피소드는 이야기의 일부분으로 기억되어지기에 무언가를 기억한다는 것은 경험되어진 과거를 스스로와 타인에게 이야기하는 것을 뜻 할 때가 많다. 끝으로 이러한 예술적인 곳을 가야 하는 이유에 대해 맥주까지 사주며 밤새 열변을 토해 추천해 주었던 도시건축 개발자 A와 아티스트 B에게 감사함을 전하며.
또 한번 언급하게 된 에이스 호텔.
포토에세이 링크를 함께 걸어두며
https://brunch.co.kr/@benhyunwookim/8
USA | NYC | 2016 | ©Hyunwoo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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