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ume 13. 자신의 경험과 내적 거리두기
Volume 13. 자신의 경험과 내적 거리두기
피자를 먹기 위해 추운 겨울, 건물 밖에서 기다리는 이들의 표정이라곤 상상하기 힘들다.
이 작은 라이카로 인해 사람들을 방해하지 않고 발소리를 죽여 접근할 수 있는 모든 시야를 가질 수 있게 된 덕분에 가능한 순간포착이 있다 - 물론 나 같은 경우는 사진을 찍은 후 사람에게 다가가 사진을 보여주는데, 열에 아홉은 좋아하며 엄지를 치켜세워준다 - 내가 이 곳에 오래 머물러 있다고 해서 이러한 순간적인 눈짓을 재발견할 수 있을까. 그건 아니라고 본다.
로컬들에게 매우 유명하다는 피자집을 갔다가, 날 유심히 쳐다보던 어떤 이로부터 당신은 무엇을 찍는가.라는 질문을 받았다. 한참을 생각하고 대답을 했는데 - 필요 이상으로 진지하게 생각을 하고 말았다 -짧은 영어 실력에 단어를 신중히 선택하기 위해서도 있었지만, 고맙게도 내 대답을 여유 있게 기다려 주었기에 가능했을지도 모르겠다. 그 어렵게 꺼낸 첫마디가 '나는 무엇보다 사람에 관심이 있다는 것' 이었다. 심리학자가 할만한 대답이었을까. 그러고 보니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선 이론적인 심리학도 배워두면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또 한편으론 좀 더 친밀한 인간관계를 맺어 두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고백하건대 나의 외모는 일단 첫인상에서 굉장히 까칠할 거라는 선입견을 만든다. 대부분 첫인상은 맞다고 믿는다. 만약 다르다고 느낀다면 상대방이 만든 자기 편견이다 - 아이러니하게도 첫인상의 법칙은 맞는 말이다 - 낯가림이 심하고 반항적인 아티스트 기질의 소유자이지만, 단지 말하기보다 듣는 게 편하고 여럿 보단 한 사람과의 만남이 좋고, 농담보단 무언가 진중한 대화를 나누는 것을 좋아할 뿐이다.
'나의 시선' 이라는 이 에세이라는 것이 아무리 공통 주제를 지녔다고는 하지만, 늘 같은 톤 앤 매너를 가지긴 힘든 것 같다. 어쩌면 그것은 어린 시절에 '과자 선물 상자' 와도 같다. 상자 속 모든 과자가 맛있고 좋을 수는 없다. 먹기 싫은 과자도 포함되어 있으니까 말이다. 그래서인지 내쪽에 생각 또한 언제나 쉽고 즐거운 것들로만 채워질 수는 없다 - 물론 내 기질의 구성 요소 중에는 진지함이 반이다 - 조금은 따분하고 조금은 재미없는 그렇지만 한 상자를 구성하기에 꼭 필요한 과자도 있으니까
나는 계속해서 인간에 대해, 나에 대해 생각해 본다. 어쩌면 요즘 페터 비에리의 '자기결정'이란 책을 읽고 있어서 필요 이상으로 더욱 철학적이게 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중 생각나는 구절이 있다.
'타고난 것들은 결정할 수 없지만 어떻게 살아갈지는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
그렇지만 역시나 좀처럼 답은 쉽게 나오지 않는다. 그리 간단히 결론 지을 수가 없는 문제이다.
결국 나라는 사람은 어떻게 사람 관계 속에서 발달되어 가는 것일까. 라는 존재에 대한 물음 - 사람은 사회적인 동물이다. 나는 그 속에서 어떠한 사람인가 - 속에서 사람. 사람. 사람. 고민을 하던 중 문득 무언가 인간관계에 대한 학문적 공부를 해보면 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시간을 들여 무언가를 공부해야겠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의미를 찾기 위해 뭐 하나에 빠지면 몰두하는 타입이라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 깊이를 생각해 보고 싶어 졌다.
나에게 사진과 사람의 관계는 일종의 개인적 반영이니까. 그래서 결국 좋아하는 것들을 쫓다 보면, 어쩌면 그것들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을것만 같다. 사진에서 심리학으로까지 이어질지 나조차도 몰랐으니까
USA | NYC | 2016 | ©Hyunwoo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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