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ume 14. 표정만큼 순간적인게 또 있을까
Volume 14. 표정만큼 순간적인게 또 있을까
아이러니하다면 아이러니한 일이겠지만 - 어쩌면 이것은 아이러니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 사회적 관계는 접근 공간에서 결정적인 요인이 된다. 그래서 개인의 사적인 공간이 - 예를 들면 복잡한 지하철에서는 사실상 모든 사람들이 친밀한 거리 안에 있지만, 신체적으로 접촉하고 있는 옆사람들에게 말을 걸지 않음으로써 일반적으로 공적인 태도를 유지한다 - 어떻게 친밀한 공간으로 변해가는가. 라는 의문과 함께 순간에 대한 기록을 하고 싶었다. 나 자신이 그 공간안에서 느낀점과 함께. 고백하건대 내가 주제를 정할때에는 사실들을 나열하는 것에서 이루어지지 않는다. 사실들 자체는 - 사실이라는 것은 우리 주변에 늘 존재한다 - 아무런 흥미도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주제가 아닌 분류에 있어서다. 그렇게 나름의 선택으로 전체 사실들 중에서 깊이와 함께 진짜를 포착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것은 고민의 힘이다 - 내적 갈등에 관한 분류인 것이다 - 스스로의 결정에 의한 것인 동시에 내 쪽에서는 그것이 사람과의 관계인 셈이다. 관계에 있어서 공간이 주는 변화는 때때로 얼굴의 표정으로, 몸짓의 표정으로 반영되기도 한다.
뉴욕의 거리문화에서는 참여에 있어 그 어떤 주저함이 없다. 워싱턴 스퀘어 파크에서 만난 삼인조로부터 - 같은 공간 안에 있는 우리는 어린애부터 할아버지까지 모두가 즐길 준비가 되어 있었다 - 잠시나마 즐거움을 누릴 수 있게 되었는데, 참여한 이들의 몸짓은 미리 심어놓은. 그것도 합을 아주 잘 맞춘 배우들의 공연과도 같았고, 덕분에 즐기는 이들부터 보는 이들까지 모두가 같은 감정을 가지게 되었다. 사실 이런 분위기는 쉽게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이들의 행동에는 자연스러움이 묻어있다. 꾸미지않은 진짜 자연스러움에는 - 오래전부터 생각해 온 것인데 - 두 가지의 상황이 있다. 장소는 회사 사무실이다. 미드나 영화에서 자주 보아온 것 처럼 무언가 사람들이 책상에 걸터앉아 샴페인을 터트리며 프로젝트의 성공적인 마무리를 축하하고 있는 상황이 있다고 상상해 본다. 그리고 한국 사무실에서 - 보스와 스텝이 하이파이브를 하며 샴페인을 터트리는 - 이러한 순간이 있다고 상상해 본다. 그러나 내쪽에서는 도무지 그 순간을 상상할 수가 없다. 한국에서 직장생활 7년 차인 나는 그런 순간을 본 적이 없을뿐더러, 만약 내가 그 상황에 있다면 무언가 굉장히 부자연스러워 내 눈을 두 손으로 가려 버릴것만 같다. 만약 사람과 사람 사이에 관계의 끈이 있다면 앞쪽의 상황은 끈이 느슨하고 여유가 있을 것만 같은데, 뒤쪽의 상황은 서로에게 연결된 끈이 뭔가 타이트해서 맞지 않은 옷을 입은것 마냥 굉장히 어색할 것만 같다 - 단지 동서양의 수직과 수평의 문화적인 차이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 아무튼 그런 까닭에 워싱턴 스퀘어 파크. 이곳에서는 마치 보이지 않는 끈 같은 게 있어서 그것이 사람들을 하나로 연결해주고 있는 느낌이다. 그래서 나는 즐겁다. 나 자신의 사진이 - 나름의 편파적인 사랑이 분명 필요하다 - 이렇게 또 하나의 예상치 못한 순간으로 기록되어져서.
USA | NYC | 2016 | ©Hyunwoo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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