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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우 Feb 29. 2016

뉴욕, 라이카로 본 시선

Volume 15. 모마의 자화상으로부터




Volume 15. 모마의 자화상으로부터






현재에

도달한

사람의

자화상으로부터






모마뮤지엄         ©Hyunwoo Kim/bensprezzatura



 모마 뮤지엄에서 일이다. 프리다 칼로의 자화상 옆 저 거울이 주는 의미가 무엇일까 생각한다. 자화상은 자아상을 뜻하기도 한다 - 나름의 해석을 해보자면 - 우리는 각자 서로 다른 자신만의 얼굴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 다른 외적요소만큼이나 저마다의 다양한 방식으로 살아간다. 그렇게 살아온 과거를 바탕으로 미래를 향해 현재를 살아간다. 그렇다면 저 거울의 의미는 과거로부터 현재에 도달한 사람들의 초상화가 아닐까. 즉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현재의 자아를 바라보라는 것이 작가의 의도라고 생각되어졌다. 그렇다면 현재에 도달한 나는 과연 잘 나아가고 있는 것 일까.


 나의 기억에 관한 이야기는 선택적이며 평가적이고 나 자신이 가지고 있는 정체성에 부합되도록 편집되어 있다. 그래서 기억을 - 물론 언제나처럼 기억의 출발지는 내가 찍은 사진 한 장이다 - 이야기한다는 것은 앞뒤가 딱 맞아떨어지도록 적당한 또 다른 기억의 레퍼런스라는 요소가 필요한 것이 아닐까 한다. 이번 순간은 모마뮤지엄의 거울로부터이다. 때마침 프레임속 겹쳐지는 두 여성의 얼굴을 보았다. 서로 다른 얼굴로 그렇게 그들 각자의 자아상을 마주하고 있었다. 그리곤 거울속 자신을 바라보며 짧은 생각에 잠겼다. 표정도 제각각이었다. 눈꼬리가 올라간다거나 눈을 감는다거나 옷매무새를 만진다거나. 그렇게 서로 다른 얼굴만큼이나 각각의 표정으로 스스로의 현재를 고민하는 모습을 보았다. 나는 그들로부터 - 어쩌면 나로부터 - 무언가 내면의 연관관계를 보았고 그것을 기록해보고 싶었다. 최종적으로 선택한 이 사진은 그 순간의 내면의 정신을 잘 포착한 것 같다.


 뉴욕을 다녀온지 한 달이 지난 지금 나는 새로운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다. 시작하기 전 심리학을 전공했던 지인으로부터 조언을 받았다. "인간에 대한 공부를 좀 하고 싶은데 말이야 철학과 심리학의 차이가 뭐야?"라고 물었고 "가장 큰 차이는 심리학은 과학적이라는 것이야"라는 대답을 들었다. 여러 대화를 나누다가 그의 마지막 한마디가 "심리학을 학문적으로 공부하는 것은 인생에서 꼭 해볼  만한 가치가 있어 더군다나 네가 사진 찍는 거 보면 도움이 될 거 같기도 해"  고민에 잠기게 했다. 나 자신의 성향을 제법 아는 사람으로부터 그런 말을 들으니 뭔가 기묘한 기분이 들었다. 어쩌면 이 것은 마치 나 자신에게는 필연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끊임없이 갈구하는 주제가 내 삶의 주체이자 내 삶의 작가가 되자 이기도 하고-   Life goes on이라 했던가






 " 나는 어떠한 면에서

   1. 지구상의 모든 사람들과 같으며,

   2. 어떤 사람들과는 비슷하고,

   3. 그 누구와도 같지 않다 "



  여기 인간에 대한 진지하고 흥미로운 물음이 있다. 그런데 이것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세 가지의 선택지는 모두 정답이다. 동기 심리학자인 머레이의 말인데 생각하면 할수록 그의 통찰력이 대단하다고 느껴진다. 나는 처음 이 문제를 마주하고 2번의 답을 생각했다가 점점 3번 쪽으로 생각이 기울어졌었다. 성격 심리학 관점에서 본다면 1번은 인간의 보편성을 말하고 있다. 모든 인간은 비슷한 욕구 - 기본적인 음식, 수면, 물, 성행위 - 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곧 심리학이라기 보다는 철학적인 관점이긴 하다. 2번은 인간의 개인차이를 말하고 있는데, 사회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은 해봤을 mbti검사가 이에 해당한다  - 성격심리학을 대표하는 관점은 특질 이론이다 - 그런데 내가 관심이 가는 것은 이 대목이다. 이를테면 내향적인 사람이 있으면 상대적으로 외향적인 사람이 있는 법이다. mbti를 통한 나의 결과지에는 - 결과지를 보고 적지 않게 당황했다 고개가 절로 끄덕여지는 결과였기 때문이다 - 나는 내향적이지만 사회관계가 좋은  사람이다.라고 나와있었다. 그런데 그 상대적인 내향적, 외향적이라는 것은 도대체 어떻게 정의 내려질 수 있는 건가. 엉뚱한 생각이 들었다. 만약 무인도에 혼자 사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의 성향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내향적일까 아니면 외향적일까. 그러한 점에서 개인차이를  말할 수 있는 것은 모두 상대적이라는 것이다. 결국 사회적인 관계 안에서 성격 또한 형성되어져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 마지막 3번의 경우는 어떠한가 - 이게 좀 헛갈렸는데 어떠한 면에서라는 전제하에 답을 한다면 두 번 세 번 생각해도 역시 3번이다 - 이는 개인의 개성을 의미한다. 사람은 누구나 개성을 가지고 있으니까. 이것은 생물학적 관점으로 인간의 성격을 유전, 세포, 뇌 구조 등으로  설명되어진다. 나는 이것에 주목한다. 개인의 독특성.


 결국 나의 결론은 이렇다. 서로 다른 얼굴만큼이나 개인의 고유한 독특성이 있기에 우리는 서로 다른 개인의 삶을, 그리고 타인의 취향을 존중 - 고백하건대 그 일은 아직도 내 경우에는 어려운 일이기는 하다 - 하는 것이라고. 그래서 타인으로부터 완전히 분리되어 생겨나거나 작용하는 정체성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내 경우에는 나 자신이 누구인지 끊임없이 묻고 또 묻는 연습을 사진과 글로 하고 있는 게 아닐까.  




USA  |  NYC  |  2016  |  ©Hyunwoo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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