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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우 Mar 06. 2016

뉴욕, 라이카로 본 시선

Volume 16. 타인의 시선

Volume 16. 타인의 시선






우리는

대부분의 시간을

타인의 시선을

받으며 살아간다




미트패킹         ©Hyunwoo Kim/bensprezzatura



 나는 겨울 햇살이 주는 따뜻함을 느끼며 빛을 따라 정처 없이 미트패킹 부근을 걷고 있었다. 뉴욕의 다광이 빌딩에 떨어지면 빛이 벽을 타고 내려 어둠이 곳곳에 생기는데, 이러한 명암 대비가 주는 극도의 절제되고 무심함을 갈망하는 분위기를 포착해내는 것이 나의 의도였다.


길을 걷다가 벽돌 건물을 보았다. 노란색을 머금은 벽의 일부분은 햇빛이 비치자 세상 그 무엇보다 따뜻해 보였고, 반대로 어둠은 더욱 짙어졌다. 나는 카메라를 꺼내 시선을 던졌다. 마침 프레임 속으로 두 사람이 걸어 들어왔다. 심호흡을 하고 셔터를 눌렀다. 오토포커스를 지원하지 않는 카메라이기에 모험심과 도전의식 같은 것이 생긴다고나 할까. 힘들게 얻어낸 그 순간을 포착하면 정확한 음이 귀를 때리는  - 어쩌면 그것은 이 작은 라이카만의 셔터 소리가 주는 경쾌함일 수도 있지만 - 느낌을 받는다.  


최종적으로 확인한 이 사진을 들여다보니 무언가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초연한 듯한 분위기가 포착되어 있는 것을 느꼈다. 이러한 까닭에 이번 기억은 타인의 시선에 관한 기록이다. 그리고 타인의 시선과 함께 자의식에 관한 이야기를 보태어 보려고 한다. 좋든 싫든 누구나 그렇듯이 우리는 대부분의 시간을 타인의 시선을 받으며 살아간다. 타인으로부터 완전히 분리되어 생겨나는 정체성은 존재하지 않는다 - 너무나도 당연한 말이지만 -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타인의 시선에 굴복하지 않고 초연할 수 있는 것일까.






누가

누구와

비교하는가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라는 말이 있다. 상상해본다면 정말 배가 아플 것이다. 그러나 이를테면 사촌이 축구선수다. 그래서 국가대표가 되고 프리미어리그에 진출하게 되었다면 배가 아플까. 나는 아니라고 본다 - 단 나 역시 축구선수가 아닐 경우에만 - 진심으로 기뻐하고 축하할 일이다. 이러한 사회적 비교에서는 비교 사안의 중요성이 관건이다. 이는 곧 비교하는 사안 자체가 나에게 중요한 것인지 중요하지 않은 것인지에 따라서 달라진다는 말이다. 이것이 사회적 비교이다. 우리는 타인을 이용하여 타인과 비교를 통해서 자신의 자의식을 높이기도 한다. 어쩌면 우리는 우리도 모르게 이것저것 타인과 자신을 비교하고 혹은 나도 모르게 비교당하고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 내 경우에는 이것이 절대적으로 아니라고 말할 수 없다 - 그러나 연예인과 나를, 스포츠 스타와 나를 비교하지 않는다. 심리적 거리가 가까운, 우리와 비슷한 타인과 비교를 하고 긍정적인 영향을 받기를 원한다. 너무 우월한 사람과 비교하면 좌절하게 되고, 너무 열등한 사람과 비교하면 자존감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알랭드 보통이 <불안>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의 에고나 '자아상'은 바람이 새는 풍선과 같아, 늘 외부의 사랑이라는 헬륨을 집어넣어 주어야 하고, 무시라는 아주 작은 바늘에 취약하기 짝이 없다"


어쩔 수 없이 사회적 맥락 속에 살아가고 있으니 비교를 통해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 나는 누구이며 또 무엇을 하는지에 대한 타인의 인정과 확인을 받고 싶어 하는 소망 - 이것은 내 경우에는 직장으로 부터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그것이 내 삶의 척도는 아니길 바란다 - 은 누구나 있다. 그리고 그 위험한 욕구로부터 일희일비 하기도 한다. 타인의 시선과의 승부에서 자기 결정적인 성질을 가지려면 자기가 누구인지 끊임없이 묻고 또 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의 결론은 이렇다. 여러 가지 일에 관심을 가지고 다양한 분야에서 취미 이상의 그 무엇을 가질 때, 자아는 단단해지고 자존감도 올라갈 것이다 - 아이러니하게도 자신의 특성이 사회에서 어떻게 받아지는가에 자존감은 달라진다고는 하지만 -  그렇다면 우리는 타인과의 승부에서 진다 하더라도 정서적으로 크게 리스크가 없을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예를 들어 우리가 드리블, 슈팅, 피지컬, 개인기 어느 것 하나 딱히 못하는 게 없는 축구 선수라고 상상해 보자. 그중에 하나가 졌다고 해서 게임에서 진건 아니니까.




USA  |  NYC  |  2016  |  ©Hyunwoo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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