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ume 20. persona와 ego
Volume 20. persona와 ego
그러나 평소에도 이 두 가지의 경계가 모호해서 늘 말을 주워 담는 버릇이 있다 - 이것은 에세이를 쓰며 더 신중하게 되어버렸다 - 그러나 어느새인가 나도 모르게 그 두 가지를 범하고 있는 게 아닌가란 생각이 들었다. 정확하게는 사진을 찍고 기억을 쓰고 정체성을 알아가는 일종의 성장기이지만, 어쩌면 나는 실수를 되풀이를 하고 있는 건 아닐까. 란 생각이 문득 든다.
사진을 찍던 순간을 제외하고 말해본다. 내가 가지고 있는 자기애는 하나이기에 어쩌면 에세이 속의 나. 즉 혈관에 뜨거운 피가 흐르는 한 남자로서 에고의 성향이 어떠한 면에서 동어반복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자신 있게 - 이 에세이는 사진을 어떻게 찍어야 한다는 식의 테크닉의 기술이 아니며, 라이카로 찍는 사진 자랑 따위도 아니다. 또한 여행은 이렇게 하는 거야 라며 취향을 강요하는 여행기 식의 포토북 감성도 아니다 - 말할 수 있는 건 내쪽에서 기억이라는 것은 타인과의 만남으로 인해 생겨난 다양한 순간성과 진실성을 바탕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타인으로부터 내가 무수히 많은 영감을 받았다는 것에 주목할 수 있겠다.
개인전을 하면서 얻은 것이 여러 가지가 있는데 하나만 꼽으라면 마침 생각나는 주제가 있다. 그것은 persona 전시가 이루어지는 동안 - 사진전은 31일간의 전시일정이다. 그리고 지금은 일정의 1/3이 지나갔다 - 타인으로부터 가장 많이 들은 말이기도 하다. 작가의 의도만큼이나 작가의 얼굴이 궁금했다고 한다. 갤러리에서 나를 처음 본 사람들은 한결같이 이야기했다. 작가의 모습이 딱 본인들이 생각했던 상상 속 얼굴이라고. 그래서 사진의 스타일도 세련되고 멋스럽다고
어쩌면 내 삶에 대한 지배력이 모자라, 외적인 연출권을 지니기 이전에 나였다면 또 멋대로 판단하는 타인의 시선 - 일종의 판단과 결정권 -에 낙담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나는 조금 다른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다. 나는 안다. 그것은 정말 순수한 의도라는 것을. 타인으로부터 호감을 산다는 것도 그러한 맥락이다. 어쩌면 그러한 모든 시선 또한 나의 페르소나겠다. 내쪽에서 두 귀를 막고 이리저리 부인해 보아도 어쩔 수가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나는 객관적인 자세로 타인의 시선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무엇보다 갤러리에 서서 대중과 만나는 시간이 나를 더욱 객관적인 자세로 만들어 주었다.
페르소나라는 것은 내가 원하는 모습일 수가 없다. 그렇다고 피할 수도 없다. 누구에게나 페르소나는 존재하고 무엇보다 이것은 하나가 아닌 여러 개를 지닌 채 인생을 살아가기 마련이다.
결국 'persona'와'ego'의 중간지점에 서서 나와 마주하고 있는 나야말로 진정한 나이기 때문이다.
USA | NYC | 2016 | ©Hyunwoo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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