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현우 May 02. 2016

뉴욕. 라이카로 본 시선

Volume 21. 자기 언어로 말한다는 것


Volume 21. 자기 언어로 말한다는 것








자신의

생각을

표출하는 데

사진과 글,

두 가지 길이 있다

내 경우엔









그러나 어떤 이에겐 그 길은 말과 글이 될 수가 있을 것이고, 어떤 이에겐 말과 수가 될 것이다. 또한 어떤 이에겐 음표와 말이, 또 어떤 이에겐 디자인과 글이 될 수도 있겠다. 결국 이러한 모든 생각을 대변하는 것은 사람들의 다양한 기질과 정신으로부터 다양하게 생겨나는 것 인듯하다. 고백하건대 내 쪽에서는 지나간 에세이들을 잘 들추어 보지 않는다. 뭐랄까 그 당시의 내 생각을 지금의 내가 마주하고 읽는다는 게 무언가 쑥스럽고 부끄럽다고나 할까. 그래서 나는 사진 한 장에 나만의 언어로 부제를 적어 놓았다. 애써 과거의 글이라는 것을 들추어 보지 않아도 기억해 내기 위해서랄까. 달리 말하면 나만의 기억을 심플하게 저장하고 언제라도 꺼내 볼수 있게 하기 위한 장치인 것이다. 결국 나는 이러한 행위를 함으로써, 나의 기억이라는 존재에 부제라는 아주 심플한 레퍼런스로 침묵의 가치를 부과한 셈이다.


그러나 이러한 나의 태도는 변화를 겪게 되었다. 브런치북 작가 프로젝트에서 나의 포토에세이가 수상을 해버린 것이다. 이러한 까닭에 주말 동안 나는 처음으로 시간을 들여 내가 쓴 에세이들을 꼼꼼히 들여다보았다. 부끄러웠지만 -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찍은 사진은 몇 날 몇일이고 들여다 볼수 있다 - 내 생각과 마주하고 있으니 무언가 성장기를 읽는 듯했다. 나의 문체는 때로는 건방져 보였고, 때로는 열정적이었으며, 한편으로는 침묵의 자세를 유지하고 있기도 했다. 아무리 말을 아껴도 글쓰기에서 오래 기억되는 것은 스타일이고, 스타일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싶어 하는 것이다. 스타일이란 그만큼 시간을 들여 쟁취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내 경우에는 사진에 있어서는 나만의 스타일 - 이것은 도시속 타인의 시선을 통해 나라는 사람을 객관적으로 보는 행위인 것이다 -이라는 것을 가지고 있다. 내가 생각하는 스타일이라는 것은 자기 정체성이 반영되어진 결과물이고, 정체성을 반영하려면 무엇보다 내가 누구인지 알 수 있어야 한다. 사실 현재의 나도 내가 누구인지 알아가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정체성을 알고 있다고 하더라고 뷰 파인더를 통한 시선에 개성을 반영하려면 남과는 다른 자기만의 언어로 규정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스타일에 집착한다고 해서 스타일을 만들어 낼 수는 없는 노릇이기에. 그러한 맥락에서 본다면 내가 쓰는 글은 스타일에 대하여 뭐라 말할 수도 없을 정도의 수준인 것이다. 피츠제랄드가 이런 말을 했다. "남과는 다른 이야기를 하고 싶다면, 남과는 다른 말로 이야기를 하라" 하지만 그것이 그리 간단히 될리는 없다. 나는 여전히 아마추어이지만, 다행히도 나의 사진  에 글이라는 것이 숟가락을 얹히고 있는 정도니 그나마 포토에세이가 제법 봐줄 만하다는 게 솔직한 내쪽의 생각이다. 예컨대 이 두가지가 상호작용을 하여, 나만의 언어가 되고 있는 과정인 것이다.


지금까지의 에세이를 통한 글 쓰는 행위는 타인에 관한 나의 시선이고, 그러한 시선들로 인해 생겨난 나를 되돌아 보는 객관적이고 싶은 주관적인 관점이었다. 그러나 '라이카로 본 시선'을 읽는 이가 점점 생겨나고, 결국 그분들 덕분에 나는 사진뿐 아니라 글이라는 - 정확하게는 나의 생각을 대변하는 모든 외적연출에도- 것에도 책임감이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고요한

적막만이

흐르는 밤에



사진에 관한 이야기를 보태어 보자면, 때는 올 1월이었고, 아내와 나는 허드슨 스트리트를 따라 트로이베카 지역을 여유있게 산보를 하고 있었다. 트로이베카에 고급주택이 많은데 로버트 드니로와 제이지가 산다더라. 부터 이런 저런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주고 받던 중, 길가에 실내등이 켜져 있는 고급세단을 발견하게 되었다. 운전석에는 평화로워 보이는 그렇지만 단호한 표정의 노인이 있었다. 말하자면 지극히 사적인 공간안에서 그는 신문을 들고 있었는데, 그로 인해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고민을 하고 있는 듯 했다. 나는 발걸음을 돌리려는 순간, 노인의 손에 들려진 신문 속 헤드라인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하드보일드의 거장인 소설가 레이먼드 챈들러는 <나는 어떻게 글을 쓰게 되었나>를 통해 이렇게 말했다. “재능이 충분하다면 본질이 없이도 어느 정도 그럭저럭 해나갈 수도 있겠지요. 그리고 본질이 알차다면 재능이 없어도 어느 정도 그럭저럭 해나갈 수 있을 것이고. 하지만 그 둘 다 없이는 해 나갈 수가 없는 겁니다”















USA  |  NYC  |  2016  |  ©Hyunwoo Kim











instagram https://www.instagram.com/ben_sprezzatura/

facebook https://www.facebook.com/bensprezzatura/

매거진의 이전글 뉴욕. 라이카로 본 시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