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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우 Apr 02. 2016

뉴욕, 라이카로 본 시선

Volume 18. 나는 누구인가

Volume 18. 나는 누구인가






나는 누구인가

여태껏 나는

이 물음으로부터

도망을 치고 있었던 게

아닐까 싶다







개인적으로 나의 모든 사진 중, 가장 아끼는 사진이다






그러나 두 귀를 막아보아도 마음에서 들려오는 소리처럼 그 물음은 내 주위에서 떠나지 않았다. 스무살시절부터 여러 번 고민을 해봤는데 솔직히 나라는 존재를 타인에게 말할 자신이 없었다. 제법 봐줄 만한 외모로 - 그 왜 그런 거 있지 않나. 비주얼이 좋은 배우는 당연히 연기를 못할 거라는 선입견 - 날 판단하는 타인으로부터 나의 외적 요인이 아닌 내적 요인을 봐달라고 말하고 싶었다. 그러나 어느 누가 내적 요인을 볼 수가 있을까. 돌이켜 보면 나는 어쭙잖은 저널리스트가 되고 싶었던 게 아닐까란 생각이다.


 사실 개인적으로 손꼽는 저 순간을 담기 위해서 나는 뉴욕 거리에서 기다림이라는 것을 배웠다. 내 쪽의 철학은 거리사진은 우연성에 기반되어 진다고 생각한다 - 그도 그럴 것이 내가 정기적으로 월급 받고 하는 일이 디테일한 연출이 필요한 상업적인 일이니 개인작업에서 만큼은 철저히 연출을 지양하며 아트적인 일을 하고 있다 -  그러나 이 순간을 계기로 나의 철학이 처음으로 와르르 무너졌다. 거리사진에 있어서는 찰나의 순간을 담기 때문에 기다림이라는 것은 내쪽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것이었는데, 이 사진을 찍던 순간은 타인에 의한 우연성에 나를 위한 기다림이라는 자세가 더해졌기 때문이랄까. 이러한 까닭으로 노력이라는 것에 대한 태도나 - 아이러니겠지만 그래도 나는 재능을 이기는 노력은 없다고 믿는다. 진짜의 가치는 누군가를 흉내내고 따라한다고 해서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것의 가짜일 뿐이다 -  생각이 바뀌었고, 노력이 나만의 생각이나 스타일에 반영이 된다는 가능성을 보았다.


말콤 글래드웰은 <아웃라이어>를 통해 노력을 이야기했다. "어떤 분야에서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1만 시간의 법칙을 투자해야 한다"


사족을 붙이자면 어째서인지 노력을 하는 이유를 모르고서는 한 걸음도 전진할 수가 없다고 생각한다. 누구나 이유를 잊어버리면 일단 멈춰 서고 만다 이유가 생각나고 나서야 다시 가던 길을 - 내가 찍은 이 사진처럼 비록 우리의 미래가 불투명해 마치 연기속에있다 하더라도  -  걸어가기 시작한다. 나는 혹은 우리는 어떠한 행위를 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정확히 이해해야만 한다.




자아와

어떻게

마주할

것인가




이 질문은 매우 성가신 문제이다. 지금도 여전히 고민을 해결했다고 말할 자신은 없다. 나는 여전히 아마추어이지만 나 자신의 존재의 이유를 고민하고, 스스로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으로서 도시에서 만난 타인과의 순간을 라이카와 함께 사진으로 기록하고 있다.




USA  |  NYC  |  2016  |  ©Hyunwoo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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