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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우 Jan 22. 2016

뉴욕, 라이카로 본 시선

Volume 4. 새로운 경험을 선사해준 ace hotel



Volume 4. 새로운 경험을 선사해준 ace hotel



비록

여행자이지만

비가 반가운

아침이 있다



비오는 아침 에이스 호텔 로비  @hyunwookim/bensprezzatura


 아침부터 비가 내렸다. 흔히 여행 중에 만나는 비는 여행자를 우울하게 만들지만, 이 날은 기분이 달랐다. 굵은 빗줄기가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왠지 모르게 경쾌하게 들려왔기 때문이다. 나는 느긋하게 침대에 누워 빗소리를 감상하다가 이거다 싶어 서둘러 카메라를 챙겨 로비로 내려갔다. 때는 6시였고 해가 막 모습을 드러낸 순간이었다. 아무도 없는 로비를 내려가서 처음으로 시선을 던진 곳은 문 사이로 비치는 거리의 모습이었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문 앞에 서서 빗소리를 듣고 있었다. 무언가 이른 아침 비 내리는 순간의 소리까지 포착해 내고 싶은 의도였던 것이다 - 시각적인 것을 포착하는 것이 카메라인데 소리를 포착하겠다는 것이 조금 이상하게 들릴지는 모르겠지만 - "툭 툭 툭" 떨어지는 빗소리는 더욱 리드미컬하게 들려왔고 그 리듬감만큼이나 심장박동 소리가 쿵쿵쿵했다. 나는 그렇게 문 앞에 서서 소리를 기다렸다. 나중에 확인한 사진을 보니 "툭 툭 툭" 빗소리와 함께 "달칵" 하고 우산 접는 소리가 담겨있는 것 같았고, 이 순간의 의도가 잘 포착되어진 듯하다.





로비는

호텔의

얼굴이다





돌이켜 보면 나는 겨울 뉴욕,  ace hotel에 머무르면서 멋있는 사람들을 제법 많이 만났다. 솔직히 그간 ace hotel이 가지고 있는 매력 중 하나인 힙한 네이버 후드 문화에 대한 동경이 컸었는데, 이번 겨울 일주일간 투숙하면서 내쪽에서는 잊지 못할 새로운 경험을 많이 하게 되었다. 이번 겨울 뉴욕의 가이드가 되어 monocle travel guide series  NYC 편에서도 추천 호텔로 나오길래 이곳에서의 투숙을 의심의 여지없이 확신하였고 무엇보다 이곳 특유의 힙한 감성이 매우 마음에 들었다 - 호텔에 관한 정보나 사진은 홈페이지나 구글링 하면 쉽게 찾을 수 있다 -  내가 가장 주목했던 것은 이곳의 로비였다. 이곳 로비는 여느 호텔의 로비와는 다른 까닭에서이다.


 로비는 호텔의 얼굴이다. 첫인상의 역할을 하는 게 로비인 셈인데, 이곳의 로비는 그 어느 곳 보다 에너지틱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매일 해가지면 자정까지 크고 작은 시끌벅적한 파티가 열린다 -아티스트들도 비즈니스맨도, 패피들도 자주 드나든다 - 내 경우는 의도치 않게 같은 층에 투숙하고 있던 브루클린을 베이스로 한 아티스트 크루들에게 픽업당해 우연히도 한참을 이야기를 해버렸는데 이 친구들 어찌나 사교성이 좋던지, 로비에 바가 문을 닫지 않았다면 아침을 그대로 맞이할뻔했다.


로비의 낮은 밤의 그것과는 또 다른 모습이다. 마치 소파와 테이블을 중심으로 무대에서 연극이 이루어지고 있는 느낌이랄까. 막이 열리고 많은 사람들이 맥을 가져온다 - 정확히 모두가 맥. 이었다 - 그렇게 공간은 자유로운 도서관으로 변신을 한다. 그러나 정확하게는 도서관의 형태는 아니다. 대체 뭘 하나 싶어 맥의 모니터를 쓱 들여다보았더니 웹 서핑하는 이들, sns를 하는 이들, 무언가 글을 작성하고 있는 이들, 디자인 작업을 하는 이들까지 무척 다양한 사람들로 재밌는 풍경이 되어버린다. 한 공간 안에서 누군가는 맥주를 마시고 누군가는 공부를 하고 누군가는 수다를 떨고 - 그러나 이 대화가 마치 서로 약속이나 한 듯 일정한 데시벨을 넘어가진 않았다 - 누군가는 커피를 홀짝인다. 누군가는 자리가 없어 빈자리가 나길 기다린다. 모두가 자유롭지만 보이지 않는 규칙이라도 있어 보인다. 이렇듯 이곳은 조용함과는 무척 거리가 먼 곳이지만, 그 특유의 힙한 감성을 좋아하는 사람들로 인한 네이버후드 문화가 자리잡혀 있었다


일주일간 이 공간 속에서 그들과 함께 대화하고 함께 커피를 홀짝이고, 맥주를 들이켜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하게 되면서 스스로에게 적잖이 놀랐다. 왜냐하면 나라는 존재는 말수가 적고 낯가림이 심한데, 그것을 좋게 포장해서 말하자면 고독을 즐기는 타입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언가 나의 안테나가 작동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 취향이 비슷한 사람을 만나게 되면 대화에 깊게 몰입하는 타입이 된다 - 그렇게 나는 이 공간 안에서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되었고 그 변화를 충분히 즐겼다.


여행이라는 것은  다시 말해 멋있는 곳은 어쩌면 사람을 변하게 만드는 건지도 모를 일이다.





USA  |  NYC  |  2016  |  ©Hyunwoo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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