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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우 Jan 25. 2016

뉴욕,라이카로 본 시선

Volume 5. 뉴욕의 겨울 그리고  연기


Volume 5. 뉴욕의 겨울 그리고  연기



겨울 뉴욕은

연기의 도시로

기억되기도 한다


고독     @hyunwookim/bensprezzatura



 거리 곳곳마다 지하에서 흘러나오는 이 연기의 - 사실 이것의 정체는 수증기이다 -  정체가 궁금한 나머지 역사를 찾아보았더니,  맨해튼의 하수도가 지하로 설계돼 있다고 하는데, 이 하수로의 온수가 유출되어 찬 공기와 만나서 위로 나오는 것이 수증기라고 한다. 이렇게 연기 - 편의상 연기로 하자. 그것이 주는 낭만이 있으니까 - 가 가져다주는 감성은 여행자의 시선에서도 반갑지만, 뉴요커들에게 듣기론 전혀 고향 같지 않은 콘크리트 정글의 뉴욕을 이 연기로 하여금 고향을 느끼게 해주는 어떠한 향수적인 요소라고도 한다.


 사실 내가 연기를 처음 보았던 건 누아르 장르의 영화로 부터였다. 연기는 언제나 뒷골목 장면을 연출하기 위한 일종의 씬스틸러였는데,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영화가 있다면 그것은 단연코 Once Upon a Time in America이다. 나에게 있어서는 가장 아끼는 몇 안되는 손에 꼽는 영화이기도 한데, 로버트 드니로와 친구들의 소년 시절의 브루클린 거리는 언제나 연기와 함께였다. 이 영화는 작년에 드디어 리마스터링 되어서 나왔다. 자그마치 4시간 10분의 러닝타임으로 말이다. 덕분에 이 영화를 오롯이 이해하게 되었고 -   영화의 연출, 인물, 촬영기법, 그리고 음악을 애써 논하지는 않겠다. 내 쪽에서 그러한 걸 말하지 않아도 영화를 본 사람들에겐 영화에 대한 이해와 모든 감정의 표현은 고스란히 전달되니까 - 그중 1930년대 브루클린의 거리에 대한 인상은 허공에 울리는 메아리에 그치지 않고, 내 쪽에 깊숙이 각인됐다. 나 역시 언젠가 겨울에 뉴욕을 찾아 내 언어로 표현하고 싶었다. 그래서 나와 아내는 이번 겨울, 뉴욕의 거리에서 연기를 찾아 하이에나처럼 걸어 다녔다.






취향과

시선이

정체성을

만든다


 소년과 친구 ©SUYHUN JOUNG






 사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사진 중 하나인 ‘친구’는 여행의 동반자이며 사진의 동반자, 그리고 나의 아내인 정 작가의 사진이다. 우리는 라이카를 하나씩 손에 들고 같은 장소에서 도시의 모습에 대하여 사진을 찍는데, 그 결과물을 놓고 서로 대화를 하다 보면 무척이나 재밌는 경우가 많다. 그녀가 찍은 사진을 보면 언제나 감성적인 스토리가 녹아있다. 나와는 비슷하면서도 조금 다른 타입인데, 쉽게 정의하자면, 그녀의 사진에는 언제나 따뜻함이 묻어난다. 내 쪽의 사진은 그것에 비해 차가움이 많이 담겨 있다 - 감정이라는 것이 한 사람만 느끼는 단순한 내적 표현이 아니라는 것이다  - 기질과 성향이 고스란히 결과물에 반영된다는 재밌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렇기에 사진이라는 것을 통해 자기표현 과정을 경험하고 결국 이러한 행위는 개인적 정체성을 만들어가는 작업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정체성이 무의식중에 표현이 되었다면 그 스스로의 정체성을 통해, 의식적인 스타일을 가지게 될 수 있다. 그래서 앞으로는 가끔씩 그녀 동의하에 작품을 함께 올려볼까 한다. 같은 시선 속에 다른 감성을 보는 재미도 분명 있으니까 말이다.

고백하건대 지금까지의 나는 만약 내 삶에 내적 연출권이 있다면, 나름대로 제법 진지한 내면세계에서 나 홀로 지휘권을 가지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  컴컴한 어둠 속에 홀로 앉아서 내적 드라마를 이리저리 조정하는 감독처럼 말이다.- 그러나 더 이상 내적으로만 자아를 표출하는 것이 아닌 내 삶의 작가. 가 되고 싶었다 - 계기는 앞서 이야기했듯이 라이카와의 조우이다 - 우리 삶에서 아무런 소망도, 아무런 경험의 발자취도 없다면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일이 과연 존재하기는 할까. 피츠제럴드가 그랬다 "남과는 다른 이야기를 하고 싶다면, 남과는 다른 말로 표현하라 " 그러나 그것이 간단히 될 리는 없지 않나. 그래서 끊임없이 고민을 하기도 하지만, 이번 겨울을 계기로 얻은 것이 있다면, 일단 한 걸음 나가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한걸음 나가면서 고민해도 좋다는 판단이 들었다.

서울로 돌아와서 이번 겨울 뉴욕 여행 중 가장 많이 셔터를 누른 순간이 무엇이었나 생각해보니, 역시나 길거리 연기와 함께였다. 더욱 근사하고 많은 연기 속 사진과 이야기가 있으나 현재 6월에 있을 두 사람의 사진전을 준비 중이기에 조금 아껴두려고 한다.









USA  |  NYC  |  2016  |  ©Hyunwoo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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