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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출난 재능이랄 것이
보이지 않는 사람

덤덤한 듯 진지하게 단어가 말을 걸 때 #1 재능

by Benn

덤덤한 듯 진지하게 단어가 말을 걸 때 #1 재능

특출난 재능이랄 것이 보이지 않는 사람. 그러니까 그게 평범한 우리네 사람들이다. 그러나 특출나지는 않더라도 누구나 다소의 재능은 가지고 있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이렇게 사소한 글을 끄적인다든지, 약간의 운동신경으로 더 빠르게 운동의 원리를 이해한다든지, 공부머리가 없지 않아 누군가를 가르칠 수 있다든지 하는 것들이 있다. 물론 남을 웃기는 재주나 음악에 관한 재능은 젬병이고, 튼튼한 근육과 관절과는 거리가 멀지만.


요즘 퇴근하고 카페에서 하루키의 책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읽는다. 하루키의 달리기 철학 겸 소설 철학에 의하면 이 작고 소중한 나의 재능이 평생의 재능이 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노력이 필요하단다. 그러니까 그냥 마르지 않는 샘을 퍼다 쓰는 행복한 농부처럼 안주하면 재능이 빛나지 않을 거라고. 그래서 하루키는 '집중력'과 '지속력'에 대해 말한다. 나에게 있다고 하기도 없다고 하기도 애매한 그 단어들이 앞으로 내 삶에서 빛나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나를 돌아본다.


오늘 나는, 힘들다고 꾀를 부리는 나를 타일러 카페에 데려왔다. 오셔서도 영 집중을 못 하니 한숨 재워드렸고, 일어나서도 글쓰기 싫다 하셔서 책을 읽어 드렸다. 기껏 밀크 푸딩까지 한 접시 대접했는데도 집에 가고 싶다고 떼를 쓰시는 통에 참 힘들었다. 그래도 그건 양보할 수 없다고 단호하게 나가니 지금 이 글을 써보겠노라 하고 앉아 계시는 것이다. 내게 남들보다 글 쓰는 재주가 있는지 없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재능이 피어나려면 어쨌든 엉덩이 붙이고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과정이 필요하니까. 나는 오늘도 한 건 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몸과 정신이 재시작 하도록 퇴근하고 20분 정도 낮잠을 자보는 건 어떨까. 매일 그 잠깐의 시간이 내게 집중력을 되찾아 줄 테니까. 그 후엔 내가 포기하고 싶더라도 해야만 하는 일은 하도록 나를 잘 달래서 조금씩 지속해 보고 싶다. 나의 작은 재능들이 조잘조잘 계속 떠들도록. 그래서 내가 그 이야기들을 사랑하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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