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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도 후닥닥딱딱

부드럽고 경쾌한 단어가 말을 걸 때 #4 아침

by Benn

부드럽고 경쾌한 단어가 말을 걸 때 #4 아침

오늘도 어김없이 전날 밤 맞춰둔 5개의 알람을 끄는 데 몇 초밖에 걸리지 않았다. 그 몇십 분의 잠이 어찌나 달콤한지, 나는 아침에 일어나고 싶었다는 생각을 까맣게 잊어버린다. 인생에서 아침형 인간으로 변해보려고 했던 수백 번의 시도는 이번에도 무산되었다. '수마'라고 하던가, 쏟아지는 졸음은 정말 이겨내기 어려운 마귀 같다. 어쩔 수 없다. 오늘 아침도 후닥닥딱딱 준비하고 집을 나선다. 여유는 없었지만 그래도 할 건 다 했다는 점을 칭찬하며 내일을 기약한다.


이렇게 힘들어도 자꾸 아침을 함락 목표로 삼는 건 인생에 몇 없던 새벽이 온전히 내 것이었던 기억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아침 고요한 가운데 해가 뜨며 세상이 밝아지고, 따뜻한 차 한 잔을 내려 음악을 듣고 책을 읽거나 산책을 했다. 코로나 격리 때는 잠을 푹 자고 일어나 새벽 4시에 글을 한 움큼씩 토해냈었다. 그건 마치 성공한 어떤 사람의 인생을 사는 듯해서 두둥실 떠오르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이 아침을 동경하는 마음만큼, 혹은 훨씬 더 나는 밤을 사랑한다. 그게 언제나 문제다. 출근해서 복닥복닥한 하루를 마치고 이제야 혼자가 된 소중한 내 시간. 나는 밤의 설렘과 적막을 크게 아낀다. 밝았던 낮과 다르게 사람들은 저마다 집에서 또는 밖에서 하루의 2막을 살아간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지금만 해도 밤 11시, 우유를 따뜻하게 데워 꿀을 한 스푼 넣은 수제 음료와 함께 음악을 들으며 글을 쓰는 이 시간이 너무 좋다. 책상에서 내려가 침대에서 뒹굴뒹굴하며 유튜브를 보거나 책을 읽는 시간은 또 얼마나 소중한지!


결국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는 없는 거다. 나는 몸이 한 개인 평범한 인간이니까. 어쩔 수 없다. 나는 오늘도 밤을 선택한다. 언젠가 내가 아침을 선택하는 날이 올 때까지는, 아침은 후닥닥딱딱일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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