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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한 게 아니라 원래 가졌던 다른 부분을 발견한 거야

덤덤한 듯 진지하게 단어가 말을 걸 때 #2 감동

by Benn


덤덤한 듯 진지하게 단어가 말을 걸 때

#2 감동



"너는 자꾸 성장했다고, 성장할 거라고 하는데, 내가 보기엔 그거 아니야. 너는 성장한 게 아니라 네가 원래 가지고 있던 다른 부분을 발견한 거야. 그건 네가 원래 가지고 있던 거야."



"네가 좋은 사람이니까 좋은 사람들이 곁에 있는 거야."



"잘할 수 있을 거고, 잘하지 않아도 돼."



"올해에는 좋은 것만 많이 많이 담아, 안 좋은 거 다 쏟아져 나오게."



"네가 그 말을 했을 때 그가 무슨 반응을 할지를 미리 생각하고 겁먹지 마. 그건 너를 사랑하는 사람이 생각하고 감당할 부분이지 네가 고민할 부분이 아니야. 상처를 받든 부담을 느끼든 그건 그 사람이 판단하고 선택할 일이지. 네 몫이 아니야."



"걔네 인생은 걔네 인생, 너 인생은 너의 인생. a little bit 물가로 데리고 가 줄 뿐, 스트레스받으면 너만 손해야."



"슬퍼하고 후회하는 것도 그들 당신들의 몫. 너는 네 이야기를 써. 원래 하려던 말을 써도 돼. 너 마음 그대로 원하는 것 다 쏟아내어 써도 좋다."



"그냥 너 자신하면 되지, 그냥 태어난 건데. 사실 그냥 그런 거 안 해버려도 된다."



음식을 기다리다가 창문에 비친 내 얼굴을 보며 혼잣말을 한다. "예전에는 내가 나를 더 좋아했던 것 같은데."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너는 말한다. "내가 더 좋아해!" 고개를 돌려 바라본 곳에 네가 환하게 웃고 있다. 내가 싫어하는 나를 네가 좋아한다고.



"왜 너를 바꾸려고 해. 이게 나야 - 하는 태도로 살아도 돼. 나는 지금의 너를 좋아해. 왜 네가 잘해야 하는데? 잘하지 못해 자책하는 너를 볼 때 가끔 화가 나. 잘하려고 사는 거 아니고 그냥 하는 거야. 그리고 대충 해도 잘했다고 해달라 하자. 세상한테 말하자. 왜 잘해야 해? 왜 내가 잘해야 하는데? 그냥 살아도 되는 거 아닌가."



"네가 갈등을 회피하는 성향을 가졌다고 해서, 그 성향이 극단적으로 발현되어 큰 문제가 일어났다고 해서, 갈등을 피하고자 하는 게 잘못되었다는 말은 아니야. 극단적인 건 좋은 게 아니니까 다음에 안 그러면 돼. 수습하면 돼. 그런데 어떤 일이 갈등을 회피하는 성향 때문에 발생했다고 해서 그 성향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야.

너는 잘못되지 않았어. 너는. 인간은 누구나 실수를 해. 그건 당연한 거야. 실수해서 속상한 마음이 든다고 해서, 네가 잘못된 것은 아니야. 인간은 완벽하지 않아.

자, 따라 해 봐. 나는 잘못이 없다."



"안 되겠어. 매뉴얼을 정하자. 뭔가 실수를 하거나 잘하지 못했을 때, 그래서 다른 사람에게 피해가 갔을 때 이렇게 하는 거야. 일단 정중하게, 진심으로 다른 사람에게 사과를 하자. 그리고 막 열심히 수습을 해. 하지만 그러고 나서 집에 와서는, 너가 너에게 이렇게 말해야 해. '나는 잘못이 없어.'라고. '나는 내 편이야.'라고. 그래야 무너지지 않아.

그리고 사실 살다 보면 갈등도, 미움도, 실수도 당연히 일어나는 거라서, 이런 일이 생기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야. 우린 죽기 직전에도 실수할 거야. 60살이라고 실수하지 않겠어? 80살에는? 불가능한 일을 하지 못 했다 해서 스스로를 미워하지 말자."



방구석 철학자가, 나를 아끼는 사람이, 탐미적인 인간이, 저마다 이기적인 인간이, 멀리서 지켜보는 사람이, 아주 조그마한 마음을 나눈 사람조차도 내게 위로를 건네고 감동을 건넨다. 단지 홀로 떨기 싫어서 뻗은 손에 굵고 튼튼한 동아줄이 잡히고, 심지어 나를 위해 만들어진 바구니가 내가 판 구덩이 밑으로 내려온다. 나보다도 나를 굳건히 믿는 사람들이 있다. 아, 내가 나의 제1 신자가 되어야 하는데, 반성하고 있다.



오늘도 나는 타인의 손을 빌어 자책의 바다와 우울의 바다를 초고속으로 질주하는 데 성공했다.

참, 감사한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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