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말을 들어 본 적이 있나 모르겠다. 내가 가진 물건들은 모두 저마다 말을 하고 있다고. 아주 시끄럽게? 혹은 분명하게. 화분들은 물을 주세요! 목이 말라요. 마주칠 때마다 말하고, 널려있는 빨랫감들은 나를 어서 개어서 옷장에 넣어라. 하고, 그릇들은 나를 깨끗이 닦아 모셔놓고 자주 써 달라고 말한다. 그 소음에 둘러싸여 스트레스 받고 싶지 않다면 얼른 일처리를 하거나, 애초에 나에게 말을 거는 물건들의 개수를 줄여나가야 한다는 요지의 말이었던 것 같다.
아마도 이 말을 들은 것은 유튜브 채널 티아 Tia에서 였을 것이다. 나에게 종종 미니멀라이프 또는 정리에 관해 영감을 주는 채널이다. 티아님의 말을 들은 이후로 나는 무시하고 있던 물건들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 무시할 때보다 귀찮지만 분명히 해내고 나면 나도 물건들도 기분이 좋아지는 듯했으니까. 마음에 쏙 드는 적은 물건들과 소통하며 지내는 것이 참 좋았다.
미니멀리즘 (minimalism)
미니멀리즘-최소주의 생활-과는 2015년에 처음 만났었다. 벌써 꽤나 시간이 지났는데, 그 때의 나는 처음으로 돈을 벌기 시작하며 마음대로 되는 게 하나 없는 하루에 지쳐 집에 돌아왔고, 자책의 바다를 건너고 있었다. 그때 내 손에 [심플하게 산다]라는 도미니크 로로의 책이 잡혔다. 책에 나오는 정리 정돈을 실천하는 것이 설명할 수 없이 재밌었다. 내가 무언가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즉각적인 성공을 확인할 수 있었고, 그게 나를 버티게 했다. 버리고 정리한 곳에서 만나는 그 해방감이 좋았다. 많은 물건들과 일을 치워버리고 나니 비로소 내가 보였다. 2015년의 나를 건져준 건 한 칸 한 칸 정리해간 서랍이었고, 수십 권의 미니멀리즘에 관한 책이었다.
이제는 어느새 대청소로 집을 뒤집어야하는 수준은 훌쩍 지나왔고, 가벼운 삶을 유지하고자 노력한다. 물건에 사로잡혀 살고 싶지 않고, 그렇다고 물건을 함부로 대하며 살고 싶지도 않고, 균형을 이루며 살기를 연습한다. 그렇게도 어렵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중용을 생각해 본다. 그러니까 아마 물건에 대한 탐욕에 대해서는 결승선에 도달한 딱! 어느 한순간이 중요한 것이 아닐 것이다. 그보다는 자전거를 타는 것처럼 계속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페달을 밟아 가는 것에 가깝지 않을까.
내게 끊임없이 말을 거는 것이 결코 물건뿐만이 아니고, 계속 페달을 밟으며 중용을 노력해야 하는 것이 탐욕뿐이 아닐 것이다. 세상은 참으로 복잡하고 인간관계나 삶에서 해내야 하는 일들은 너무나 많으니까. 하지만 적어도 집에 내가 갖고 사는 물건들부터 균형을 잡아간다면 나는 더 잘 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해서 나는 그 밖의 것들로 나아갈 것이다. 천천히, 그러나 균형을 잃지 않으려 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