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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자가 되는 것 (feat. 달리기)

부드럽고 경쾌한 단어가 말을 걸 때 #5 달리기

by Benn

부드럽고 경쾌한 단어가 말을 걸 때

#5 달리기


나는 달리기 초보자다. 원래도 초보자였는데 요즘은 체력이 더 안 좋아져서 초보 앞에 무언가 수식어가 하나 더 붙어야 될 것 같다. 오늘 오랜만에 달리기를 했다. 떨어져 버린 체력으로 달리니 단지 1분씩 5번 달린 것만으로도 다리에 힘이 쭉 빠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기분이 좋은 것은 내가 막 시작하는 초보이기 때문일 것이다. 새로 시작하는 설렘과 앞으로 발전할 것이라는 기대감, 그리고 익숙하지 않은 경험에 대한 흥미가 나를 북돋는다.


초보가 숙련자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아무리 수많은 노하우를 단기간에 습득하더라도 그것들이 몸과 머리에 자연스럽게 녹아들기까지는 필연적으로 일정한 기간이 소요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시작이 반이라는 말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 물론 달리기를 한 번도 시도하지 않은 사람과는 다른 출발점에 선 것이지만, 한두 번 또는 작심삼일하고 끝난다면 그 시작은 구깃구깃 접혀 버려질 것이기에.


주변에서 만나는 오랜 시간 달려온 사람들이 내게 동기가 된다. 요즘 읽고 있는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에서 무라카미 하루키에 대해 처음 알게 되었다. 가게를 경영하면서 이십 대 후반에 처음으로 소설을 썼던 그가, 서른세 살에 달리기를 시작한 이야기를 읽고 있노라면 나의 무기력을 달리기가 해소해 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든다. 또 다른 프로 러너인 우리 부장님도 빼놓을 수 없다. 평일에는 하루 한 번, 주말에는 하루 두 번 달리며 기록을 경신하는 그 일상의 이야기가 왠지 좋았다.


다행히 달리기라는 운동은 어느 정도 나의 적성에 맞는 일 같다. 즐겁지 않으면 계속할 수 없을 텐데 나는 달리기에서 재미를 느낀다. 그러니 내일도 달려보자. 이왕 시작한 거 초보 딱지는 떼보는 게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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