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드럽고 경쾌한 단어가 말을 걸 때#6 음악
부드럽고 경쾌한 단어가 말을 걸 때
#6 음악
'비긴 어게인'이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다. 꽤 오래 지난 기억이기에 줄거리도 주인공들도 희미하지만 유일하게 기억나는 장면이 있다. 어느 길가였나, 계단이었나 지극히 평범한 곳에 앉아서 주인공 댄이 말한다.
"난 이래서 음악이 좋아.
지극히 따분한 일상의 순간들까지도 의미를 갖게 되잖아.
이런 평범함도 어느 순간 갑자기 진주처럼 아름답게 빛나거든.
그게 바로 음악이야."
정말 그렇다. 그냥 거리를 걸을 때와, 이어폰에서 노래가 흘러나올 때는 걸음걸이부터 다르다. 일상에 깔리는 bgm들은 삶을 영화로 만들어준다. 타박타박 걷는 산책시간이 주인공의 깊은 사색 장면이 되고, 느긋한 목욕신은 마치 영화 속 해피엔딩 같다. 심지어 음악은 지금 겪는 역경도 주인공이 겪는 여느 아픔과 다르지 않다고 살며시 위로하는 듯하다. 별다를 것 없는 시간들이 이렇게 빛날 수 있는 이유는 음악이 공간에 일정한 리듬과 분위기를 흘려보내 주기 때문이다. 혼자서는 만들 수 없는 일정한 리듬이 흐르고, 마음을 둘러싼 분위기가 증폭되거나 옅어진다. 슬픔을 더 짙게 만들어 눈물로 흘려보낼 수도 있고, 괜찮아- 하고 따뜻한 분위기 속에 파묻힐 수도 있다.
인생의 어떤 순간들은 음악이 없으면 버텨낼 수 없었다. 학창 시절 사춘기를 지날 때는 라디오를 들으며 밤을 지새웠다. 갓 스무 살이 되었을 무렵 겪은 실연의 상처를 다독인 것도, 교실 붕괴를 겪었던 스물다섯의 출근길을 응원한 것도 음악이었다. 그리고 때때로 겪는 우울과 슬픔에도 음악은 좋은 처방전이 된다. 국가에서 허락한 유일한 마약이 음악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처음 음악이 간절했던 십 대는 이미 한참 지났고, 나는 이제 어른의 모습으로 살아가지만, 여전히 음악 덕분에 좀 더 행복하게 살아간다. 비긴 어게인이 생각난 김에 오늘 밤, 오랜만에 맥주 한 캔과 함께 영화 보는 것도 참 멋진 일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