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는 모름지기 혁신과 도전을 중심으로 일을 추진하지 왠 규제? 라고 할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 산업의 종류에 따라 규제가 중요한 산업이 존재한다. 안전이 최상의 관심거리인 항공산업이나 다양한 사고가 날수 있는 은행산업은 규제가 많다. 이러한 산업에서 실수를 용납하지 않는다. 그래서 기업 문화가 상명하복적이고 다소 경직되어 있다. 하지만 한번의 실수가 돌이킬수 없는 큰 참사를 불러오는데 규제는 필연적이다. 규제형 CEO는 인적자원형 리더십과 비슷한 의견을 보일때가 있다. 무엇보다 모든 구성원이 어떠한 환경에서도 CEO처럼 행동할 수 있는 조직을 설계하려고 한다. 여기서 사용하는 도구가 다를 뿐이다. 인적자원형 리더는 인력개발과 가치관을 통해서 규제형 리더는 통제 시스템을 이용한다. 이들은 '통제의 틀을 구축하여 경제성을 달성하는 일'이 자신들의 1차적인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이들은 자주 내부자료를 재검토하거나 외부감사, 직원 등급 기준, 엄격한 정책 및 재무 보고서 작성을 추진한다. HSBC홀딩스의 CEO였던 존 본드는 기업의 정보시스템을 통제하는 가이드라인을 가지고 감독한다. 어떤 해커도 정보 시스템을 공격할수 없도록 그리고 비밀 정보가 세어나가지 않도록 항상 감시하고 통제한다.
사실 통제시스템 속에서 임직원들은 견디기 힘들다. 하지만 시스템에 잘 순응하여 성과를 내는 사람들에게는 확실히 보상을 한다. 고객들은 이런 통제시스템을 통해서 돌아가는 기업을 통해 일관성 있는 서비스를 받는다. 그리고 항상 예측가능한 결과를 얻는다. 이는 촘촘한 규제를 통해서 얻어낸 값진 결과이다.
대체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통해서 결과가 많이 달라지는 산업이 아니라 이미 많이 성장한 산업군에서 볼수 있다. 하지만 관료화 될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 예측 하지 못했던 리스크를 맞닥뜨렸을때 때로는 메뉴얼과 시스템이 아닌 직관적 아이디어가 문제를 해결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딱딱한 규제로 둘러진 조직에서는 그런 유연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관료적 시스템 이지만 이것이 심해지면 오히려 조직이 병들수 있다. 상명하복적 기업문화와 다른소리 바른소리를 할수 없게 되는 순간 그 기업은 오너에게는 천국 임직원들에게는 지옥이 될수 있다. 유독 항공사에서 갑질관련 뉴스를 보게되는게 우연일까? 그렇지 않다. 사고를 내지 않기 위해서 만들어진 메뉴얼적 기업경영, 수직적인 기업문화가 결국 오너들의 부패를 가져온 것이다. 회장의 생일 잔치 준비를 위해서 승무원들의 과한 이벤트 요구, 성희롱 등 갑질은 권력에 취한 탑 리더들의 부패상을 보여준다.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규제는 중요하다. 하지만 조직 문화가 병드는 것은 막아야 한다. 조직이 전체주의적인 모습을 띄게 되면 이는 필시 갑질문화가 배양될수 있는 좋은 환경임을 기억해야 한다. 처음에 대한민국 항공사의 숨막히는 조직문화와 갑질 소식을 들었을때 북한에서나 일어날만한 일이라 생각했다. 21세기 민주화된 나라에서 군대도 아닌데 저런 전체주의적인 문화가 있을까 의아했다.
규제와 혁신이 함께 진행될수 있음을 보여준 항공사가 있다. 미국의 사우스웨스트 항공사 이다. 사우스웨스트 항공사는 기술적 혁신이 아니라 사고방식의 전환을 통해서 혁신을 이루어냈다. 사우스웨스트 항공사의 구인광고는 다음과 같았다. 「즐겁게 일하고 싶으신가요? 그럼 사우스웨스트 항공사로 오십시오.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일하며 약간의 반항도 허용되며 누구나 존중과 배려를 받는 곳, 언제라도 엘비스 프레슬리(허브 켈러허)를 만날 수 있고 바지는 입어도 벗어도 되는 회사입니다.」직원들의 채용시 첫 번째 기준은 ‘유머감각’이었다. “업무에 필요한 지식이나 기술은 교육을 통해서 익힐 수 있지만 몸에 배어있는 태도는 쉽게 바꿀 수 없기 때문에 유머감각이 있는 사람을 채용한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한국의 항공사와 미국의 항공사의 운영시스템이 달랐을까? 그렇지 않다. 포기할수 없는 부분에서는 매뉴얼과 규제로 경직성을 가질수 밖에 없는 부분이 있지만 그렇지 않음 부분에서는 과감히 문화혁신을 이루는 것이다. 무거운 목소리로 기장이 고객에게 출발과 도착에 대한 방송을 하는 것이 보통의 관례일텐데, 사우스웨스트 항공의 기장은 랩으로 고객에게 소통을 하기도 한다. 아래의 영상을 참고하길..
규제와 통제는 필수 불가결 한다. 특정 분야의 산업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이는 조직문화 전체를 경직하게 할수 있는 리스크가 있다. 관료화 된다는 것은 조직이 정부조직화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공무원 특유의 안정감에 기인한 안주,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에 큰 보상 없음, 리스크를 감내하지 않는 태도를 말한다. 사실 이는 어쩔수 없는 측면이 있다. 정부의 사업은 재무재표의 플러스 마이너스에 의해서 돌아가지고 평가받지도 않는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트렌드에 민감하고 변화를 주도하지도 않는다. 다만 공적영역의 자산과 시스템을 관리하는 것이 그들의 주 업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업이 이렇게 되버리면 그때는 병들었다는 신호이다. 필수불가결한 규제/통제와 유연한 조직문화가 균형있게 존재하도록 산업의 CEO는 레이다를 열어놓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