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정신형 리더십
몇일전에 일본의 경영의 신이라 불리던 이나모리 가즈오 님이 타계하셨습니다. 그는 27세에 자본금 3,000만원으로 교토 세라믹을 차업해 연 매출 16조원, 종업원 7만명 규모의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켰습니다. 1984년에는 시장 독점 경쟁사를 물리치고 신생 통신업체 다이니덴덴을 연 매출 50조원의 거대 기업으로 키워냈습니다. 77세의 나이에 일본수상의 간곡한 청으로 파산위기에 몰린 일본항공(JAL) 회장 자리에 취임해 8개월 만에 24조원의 부채를 청산하고 흑자로 돌려세웠습니다. 신화적인 인물 입니다. 그의 저작 <왜 일하는가>는 수많은 CEO들이 최애하는 책이기도 하고, 지난 10년간 삼성 임직원들이 가장 많이 추천하는 책이기도 합니다. 그는 얼마전까지 살아있는 전설 이었습니다. 몇일 전 타계했다는 아쉬운 소식을 듣고, 가즈오 상의 리더십을 소개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 장인정신형 리더십
저는 그의 리더십을 '장인정신형' 리더십이라 이름 붙이고 싶습니다.
그는 특유의 집요한 집중과 끈기로 일을 이루고야 마는 집념이 있습니다. 그의 커리어는 좋은 회사에서 시작되지 않았습니다. 당시 거의 망해가던 회사에서, 망해가던 부서의 연구원으로 커리어를 시작했습니다. 입사동기들이 회사에서 비전을 발견하지 못해 줄줄이 퇴사하고 마지막 남은 1인이 그였습니다. 그가 처음 사회생활을 시작한 회사는 다름아닌 쇼후공업이란 회사였는데, 내일 당장 망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만큼 경영 상태가 최악이었습니다. 그는 일찌기 퇴사한 동기들 처럼 불평불만에 빠지기 보다는 당장 눈앞에 놓인 일에 철저히 몰두해보자고 다짐합니다. 그가 맡은 분야는 파인 세라믹 분야였습니다. 대학때 전공이 유기화학이라 무기화학 분야인 세라믹을 독학으로 공부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당시 텔레비전이 가정에 보급되던 시기였고, 브라운관에 주로 사용되던 포스테라이트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습니다. 당시 일본에서는 포스테라이트 생산에 성공한 예가 없었습니다. 이 포스테라이트 연구 개발을 가즈오가 맡게 됩니다. 매일 밤낮으로 철야를 계속하고 실험을 이어갔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실패한 이 연구개발을 설비도, 지원도 적었던 망해가던 회사의 일개 연구원이 해내기는 어려웠죠. 하지만 이때 행운이 그에게 찾아옵니다. 실험실에 누군가 실수로 흘린 파라핀왁스를 보고 아이디어가 번뜩였습니다. 파인세라믹 원료와 파라핀왁스를 넣어 열을 가해 잘 섞은뒤 틀에 넣어 성형하니 완벽한 형태의 모양이 만들어졌습니다. 그는 이때의 기억으로 어려운 문제에 직면한 직원에게 이렇게 말해줬다고 합니다.
"신이 도와주고 싶어 할 만큼 한결같이 일에 전념하게. 그러면 아무리 고통스러운 순간에도 분명 신이 손을 내밀것이고, 반드시 성공할 수 있다네"
이 연구개발로 망해가던 쇼후공업을 기사회생 시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됩니다. 이처럼 그의 일에 대한 집념은 남달랐습니다. 1%의 흠도 없는 완벽한 제품을 탄생시키겠다는, 완벽주의적 고집이 그가 일구어가는 회사의 토대가 됩니다.
2. 천직은 우연히 아니라 만들어내는 것.
그는 경험을 통해서 우리에게 확신을 주어 말합니다. 태어날때부터 정해진 천직이란 없다고 말 입니다. 만약 그렇다면 그 천직을 찾기 위해서 수많은 시행착오를 해야 합니다. 위의 스토리에서 말했듯이, 그가 처음 입사한 쇼후공업은 어려운 상태였습니다. 처음에는 그도 탈출을 꿈궜지만, 남아서 뭔가를 하기로 결심한 순간 부터는 일에 몰입합니다. 당시 연구물 조차도 많지 않았던, 파인세라믹 분야를 파고들어 성과를 내고야 맙니다. 그 과정이 고통스러웠다면 오래 하지 못했을수도 있겠지만, 일에 몰입하여 파고드는 그 순간, 순간들이 너무 즐거웠다고 회고 합니다. 그는 우연히 좋은 기회를 만난것이 아니라, 평범한 기회들을 통해 자신의 역사를 스스로 써가고 있었습니다. 결국 그 일이 그의 천직이 되고 맙니다.
여기에는 그의 일에 대한 철학이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좋아하는 일'을 찾을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하는 그일을 먼저 좋아하라는 것 입니다. 자신이 하는 일을 좋아하지 않고, 남들이 하는 일을 부러워 하는 사람은 보이지도 않는 파랑새를 쫒아다니는 것과 같습니다. 이런 사람들에게 애사심과 장인정신이 나올리 만무하죠. 일을 좋아하면 몰입하게 되고, 몰입하면 성과가 나옵니다. 그럼 자신의 일을 더 좋아하게 됩니다. 이것이 일의 선순환 입니다. 하지만 일을 좋아하지 않는다면, 몰입도가 떨어집니다. 그러면 당연히 성과가 떨어집니다. 그일을 더 좋아하지 않게 되고, 결국 계속 성과가 나지 않는 악순환에 빠지게 됩니다. 가장 미련한 사람은 자신이 하는 일, 조직에 대해서 지속적인 불평 불만을 늘어놓으면서 계속 그 일과 조직에 있는 것 입니다. 이는 낭비입니다.
3. 경영은 지금 내가 하는 일에 집중 하는 것.
회사를 경영하는 사람들은 회사의 1년뒤, 5년뒤, 10년뒤 미래를 구상하고 이에 따른 준비를 해나갑니다. 보통은 이렇게 미래를 준비하는 리더들을 좋은 리더라 부릅니다. 하지만 이나모리 가즈오는 이런 상식을 보란듯이 깹니다. 기자들이 그런 질문을 할때면, 그는 "교세라에는 그런 중장기 계획이 없습니다."라고 대답합니다. 그가 창업한 교세라의 경영 철학은 '충실한 오늘을 매일매일 계속해 나간다' 입니다. 오늘하루를 살아가는 단위로 정하고, 그 하루하루를 온 힘을 다해 살아가며 열심히 사는 것, 착실하게 한걸음씩 나아가는 발걸음이 일과 삶을 걷는 데 가장 적합한보폭 이라는 것이 그가 가지고 있는 계획 입니다.
사실 한사람의 인생이 1년뒤, 5년뒤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수많은 요소가 있는 기업이 어떻게 될지 예측하기 쉽지 않습니다. 중장기 계획을 세우고 그 방향을 보고 갈수야 있겠지만, 중간중간 예상치 못한 변수들로 목표에 변화가 생기게 됩니다. 결국에 그 목표는 회사의 실제적인 목표라기 보다는 구호정도로 전락하게 될수도 있습니다. 그는 단기간의 목표를 세우는 것을 경영원칙으로 삼되, 자신의 능력 이상의 것을 설정했습니다. 이러한 그의 삶의 태도와, 경영철학이 그를 '경영의 신'으로 불리게 합니다.
그의 삶과 생각을 읽을수록 일본 특유의 장인정신의 최고봉이라고 느낍니다. 장인정신이 정점으로 있는 한 인간이 회사를 경영하게 되었을떄, 볼수 있는 현상이라 여겨 집니다. 그에게 배울점이 아주 많습니다. 리더십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기 전에, 그의 타계소식을 듣고 그의 장인정신형 리더십에 대해서 함께 배우고 향유하고 싶어졌습니다.
기업가형 리더십 그리고 이나모리 가즈오를 통해서 배우는 장인정신형 리더십에 대해서 소개했습니다. 앞으로 몇번은 시리즈로 나누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