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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푸드트럭 마쿤키친카페 이야기 2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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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베니 마쿤 Nov 13. 2019

EP 20. 존버정신

푸드트럭 마쿤키친카페

뜻밖의 기회로 기독교 인터넷신문 <뉴스앤조이>에 내 이야기가 소개되었다.

기사 제목은 「‘존버 정신’으로 푸드트럭 하는 신학생」. 학교는 다니고 있지 않지만 아직 대학원 한 학기가 남았고, 복학을 해야 했기에 신학생이긴 했다. 개인적으로는 ‘형제’ 정도의 호칭이 좋지 않았을까 생각하지만 그건 뭐 아무래도 상관없는 일이다. 그리고 ‘존버’는... 인터뷰 중에 생각 없이 불쑥 내뱉은 말이었는데 기사 제목으로 뽑히게 됐다.

내가 ‘존버’라는 말을 처음 접한 건 군대에서였다. “군대는 ‘존버’하는 거야. 아무리 X같고 힘들어도 X나게 버티다 보면 군생활 끝난다.”라고 핏덩이 선임들이 군생활에 대한 조언을 해줬을 때 배운 말이었다. 선임이 그 말을 해줬을 땐 비속어를 듣는 것도 쓰는 것도 좋아하지 않아서 뭐 그런 저속하고 웃기는 말을 다 지어냈나 하며 속으로 콧방귀를 뀌었다. 30년 전 군대도 아니고 군생활이 ‘존버’ 해야 할 정도로 무시무시하지도 않았기 때문에 별로 와 닿지도 않는 말이었다.

그런데 장사를 하다 보니 “존버 하자. 존버 하는 거야. 존버 하다 보면 좋은 날도 생기겠지.”하고 군대에서 듣고 잊어버렸던 말을 어느샌가 읊조리고 있는 내가 있었다. 푸드트럭을 시작하고 괜찮게 장사를 하는 날도 많았지만 그렇지 못한 날이 더 많았다. 공원 영업 허가를 받기 위해서 오랫동안 마음고생을 하기도 했다. 그래서 어서 장사를 접고 다른 일을 하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고민을 장사를 하는 내내 갖고 있었다. 막노동 일을 시작해도 지금 장사하는 것만큼은 벌 것 같았고, 아내만 허락한다면 한 6개월이나 1년 동안 고기잡이 배를 타는 일을 해볼까도 생각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조금만 더 버티면서 열심히 하다 보면 좋은 날이 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와 미련이 나를 잡아 당겼다. 시작할 때부터 갖은 고생을 하며 시작한 일인데 고작 몇 개월 해보고 그만둔다면 앞으로도 포기를 가볍게 여기는 사람이 될 것 같기도 했다. 그래서 2년만이라도, 아니 1년만이라도 ‘존버’ 하자며 존버 정신으로 하루하루 장사를 하고 있었다.

다만 그저 존버 하는 장사를 하고 싶지는 않았다. 벌어먹고 사는 게 힘들어서 존버 하지만 그 끝이 “돈”으로만 남지는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다. 돈과 함께 선한 결과들도 남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고, 돈을 버는 과정 중에서도 선한 일들과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장사를 하고 싶었다. 그런 고민을 하다가 뉴스 기사에서 신발 깔창으로 생리대를 대신할 수밖에 없었던 안타까운 학생의 소식을 듣게 됐다. 그리고 내 푸드트럭을 이용하는 중고등학교의 학생들 중에서도 생활이 어려운 친구들이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 학생들에게 생리대와 급식비를 후원하는 일을 하고 싶다는 마음을 먹게 됐다.

그래서 월 수익 중, 빚을 갚고도 일정 수준의 여유 자금이 보장이 되면 곧바로 후원을 시작해 보려고 했다. 어떤 방식으로 후원을 하면 좋을지에 대해서도 여러 루트를 알아두기도 했다. 하지만 아무리 존버 해도 장사는 나아지지 않았고 수익은 늘 부족했다. 형편이 나아질 기미를 보이다가도 금세 어려워지기를 반복하는 굴레에서 빠져나올 수 없었다. 소중한 내 일요일까지 반납하며 노력해봤지만 결국 내 다짐은 지키지 못한 말뿐인 약속이 되고 말았다.

그래도 그 마음의 빚을 안고 지내다가 지금은 적은 금액이지만 청소년 미혼모를 위한 후원을 시작해서 이어나가고 있다. 지금의 삶이라고 해서 장사할 때보다 나아진 것도 아닌데 막상 시작해보니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지금 생각하면 작은 규모라도 무작정 시도라도 했었더라면 좋았을 텐데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시작이 중요한 건데 장사할 때는 용기가 조금 부족했던 것 같다.

아직까진 존버 하는 삶을 벗어나지 못했지만 1년 뒤, 푸드트럭 창업자금 대출을 다 상환하게 되면 그땐 조금 더 많은 이웃에게 내 것을 나눌 수 있게 되면 좋겠다. 그리고 그때는 존버 말고 마음에 여유를 갖고 삶을 풍성하게 즐길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