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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니 마쿤 Nov 11. 2019

EP 19. 내리막길 오르막길

푸드트럭 마쿤키친카페

지난겨울부터 내리막길로 치닫고 있던 매출과 내 재정상태는 봄이 되어서야 가까스로 숨을 돌릴 정도가 되었다.

끝이 없을 것 같던 내리막길의 끝에 다다른 것이다. 최악은 끝났다는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그리고 동시에 언제 다시 상승세를 탈 수 있을지에 대한 근심이 시작되었다. 작년과는 다르게 봄이 되어서도 하루에 5만 원 10만 원 정도의 매출이 나오니 영 장사할 맛이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완연한 봄이 될수록 이번엔 황사와 미세먼지가 공원을 습격하게 되어 봄맞이 영업도 어렵게 됐다. 그래서 아침에 일어나면 먼저 그날의 황사와 미세먼지 농도를 체크하며 출근 여부를 결정했다. 그런 날엔 장사를 해도 2 ~ 3만 원 밖에 매출이 나오지 않아서 영업을 하는 게 손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름이 되면서부터는 상황이 달라졌다. 공원에 있는 놀이터가 물놀이터로 변신을 하면서 대박이 나게 된 것이다. 공원 장사 10개월 만에 찾아온 호재였고, 긴 내리막길 끝에서 만난 즐거운 오르막길의 시작이었다.


지난여름(2016년) 부천시가 중앙공원에서 운영했던 물놀이장이 큰 호응을 얻자 이번엔 내가 있는 오정대공원을 포함해서 6개의 공원에서 물놀이장을 운영하게 됐다. 그중에서도 오정대공원은 놀이터 시설 자체를 물놀이 전용 놀이터가 되게끔 대대적인 공사를 했다. 그래서 평소엔 여느 놀이터와 다름없지만 여름철에는 놀이 기구 곳곳에서 물을 뿜어내며 아이들을 위한 워터파크 버금가는 놀이시설이 되었다.


처음 물놀이터를 만든다고 들었을 땐 ‘애들이 좋아하겠네’ 정도로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리고 한창 장사에 열을 올려야 할 때인 봄철에 공사를 시작하는 바람에 물놀이터에 대한 기대보다는 불만이 컸었다. 공사로 인해 먼지와 소음, 곳곳에 널브러진 자재들과 차량들이 공원 미관을 해치면서 봄 나들이 나오는 사람들도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사가 끝나고 물놀이터가 개장한 후에는 언제 그런 불만과 아쉬움을 가졌는지도 모르게 꿀 매출을 안겨주는 물놀이터를 사랑하게 되었다. 아니,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물놀이터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무료로 이용할 수 있었다. 그러다 보니 온 동네 아이들이 일찍부터 물놀이를 하기 위해 몰려들었다. 게다가 아이 부모님들이 미리 자리를 맡기 위해 개장 한두 시간 전부터 공원을 찾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공원은 아침부터 늦은 오후까지 물놀이터를 찾은 가족들로 북적였고 그분들은 고스란히 내 손님이 되어주었다. 공원 인근에 카페나 편의점이 없어서 음료나 간식을 사 먹기 위해선 마쿤키친카페를 이용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인스타그램 : @day4mom
인스타그램 : @victotiamon @waytogorip
인스타그램 : @e.mi___


아, 정말 오랜만에 맛보는 출근의 기쁨이었고 만족스럽고 뿌듯한 매출의 나날이었다. 물놀이터 월요일 휴장일을 제외하고는 일주일 내내 평균적인 주말 매출 이상의 매출을 기록했다. 커피와 음료, 토스트를 사기 위해 30분 가까이 기다리는 그동안은 없었던 대기줄도 생겼다. 51리터 아이스박스 두 통에 가득 담긴 얼음들은 중간에 몇 번이고 보충을 해야 할 정도였다. 그 덕분에 한 동안 돈 걱정에 시름하던 스트레스는 말끔히 사라졌다. 날은 무더워졌지만 마음만큼은 물놀이터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의 환한 미소처럼 시원할 수 있었다.


고마워요 부천!
사랑해요 물놀이터!
감사합니다 손님 여러분!



그런데 물놀이터 소문을 듣고 공원을 찾는 불청객이 나타났다. 어느샌가 솜사탕과 아이스크림을 파는 할머니가 공원 한편에 자리를 잡고 노점 장사를 시작하셨다. 핫도그를 파는 푸드트럭도 나타나 공원 입구에 자리를 잡았다. 매출이 바닥을 치고 있을 때였다면 할머니는 이해할 수 있어도 또 다른 푸드트럭까지는 용납할 수 없었을 것 같다.


하지만 물놀이터 손님들은 이미 나 혼자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많기도 했고, 핫도그 아저씨는 자리를 잡기 전에 내게 찾아와서 장사를 해도 되겠냐고 양해를 구하기도 했다. 그래서 흔쾌히 그러시라고 할 수 있었다. 노점의 실패와 설움도 경험하고 하루살이 장사꾼이 어떤 비애를 갖고 있는지 알기 때문에 같이 잘 살아보자는 마음이었다. 그리고 다행히 솜사탕과 핫도그가 내 매출에 영향을 주지도 않았다. 나도 그렇지만 아마 그분들도 근심 걱정은 잠시 내려놓고 즐겁게 장사할 수 있는 황금 같은 시간이 되었으리라 생각한다.








하루살이의 일기


하루를 바쁘게 보내는 날이 좋다.

앉을 틈 없이, 숨 돌릴 틈 없이,
입에 단내가 도는 그런 하루가 좋다.

단골손님, 처음 온 손님, 진상 손님, 누가 와도 좋다.
그래야 매출이 오른다.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날은 참 좋다.

"돈"을 "많이" 벌어서 좋은 게 아니다.
가장으로서 책임을 다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 줌이 좋은 거다.

월급을 받는 사람들은 월급날 이런 기분을 느낄까?
나 같은 하루살이는 매일 그 보람을 느끼고
또 좌절하기도 하는데.

장사가 잘 되는 달은 아내의 월급의 배를 번다.
안 되는 달은 그 배에서 까먹는다.
그래서 안심할 틈이 없다.

매일 만나와 메추라기를 열심히 담는다.
넘치게 담는다고 해도 넘치지 않는다.
결국 필요한 만큼만 담게 된 셈이다.
결국 필요를 채워주고 계신 것이다.

날씨가 참 좋다.
10월까진 장사가 잘 될 것 같다.
열심히 해서 다가올 겨울을 맞아야겠다.

베짱이 같은 사람이 개미처럼 일하려니
씁쓸하기도 하지만 재미지기도 하다.

아내와 함께 가을밤의 산책을 다녀와야겠다.




유튜브 푸드트럭 창업수업 

0교시  https://youtu.be/usNIaGcWBIs​​​

1교시  https://youtu.be/oVhexa8Agh8​​​

2교시  https://youtu.be/1Sts9SYiUyQ​​

3교시  https://youtu.be/Mpb97gPV03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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