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지 않는 법

 갑자기 귀가 들리지 않고 눈이 보이지 않았다. 누군가 흘린 오수를 손으로 더듬어가며 걸레질을 해 닦고, 짜고, 닦고, 짜고, 말끔히 치웠다. 그것은 오수가 아니라 그저 흘러가는 개울이라고 하였지만 나는 믿지 않았다. 먹먹한 귀와 깜깜한 눈 대신 멀쩡한 입술은 쉴 새 없이 움직였다. 말을 하지 않고는 못 배긴다는 듯이, 흉곽에 들어찬 소화되지 못한 음식물들을 쏟아 낸다는 듯이 언어를 구토했다.

 내가 변하는 것을 느낀다는 건 고통스러운 일이다. 늘어진 뱃살과 늘어난 주름과 가벼워진 입과 잘 들리지 않는 귀와 흐릿한 시야는 늙음을 상징한다. 나는 늙고 싶지 않다, 고 생각했다.

 늙지 않는 방법은 한 가지가 있다. 이것은 어쩌면 불로장생의 비법일 수도 있다.

 눈꺼풀을 열어 눈을 마주치고 귀를 막은 손을 내려 이야기를 듣고 쓸데없는 입을 걸어 채운다. 입은 열리지 않아도 제 구실을 한다. 그저 입꼬리를 끌어올리는 것만으로도 입술의 할당량은 다 채운 것이나 다름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