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통
그러나 말하면 말할수록 언어가 이미지를 덮어버리고, 내게 충격으로 남은 그 모습은 눈물에 씻기는 유릿조각처럼 녹아내리는 게 아니겠어요.
나는 이미지가 오염되는 걸 멍하니 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언어가 틀렸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다만 내가 체험한 순간의 환희를 표현하기에 턱없이 부족했을 뿐이지요.
이희주,『환상통』, 문학동네, p22.
고민 끝에 내가 택한 것은 찰나의 아름다움을, 그 안타까움을 받아들이는 쪽이었어요. 한순간을 미련 없이 사랑하자. 그리고 떠나보내자. 사랑을 그냥 사랑 그 자체로 두고 어떤 의도도 개입시키지 않기로 한 거지요. 그러다 보면 어느 날, 처음에 느꼈던 솟구치듯 사랑하던 감정이 다시 찾아올지도 모르는 일이고요.
이희주,『환상통』, 문학동네, p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