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스키 일기_아드벡

by 벅구


위스키를 마시다 보면 결론은 피트로 향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렇지만 진한 향에 약한 나에게 독특한, 심지어 가끔은 치과 냄새가 나는듯한 피트 위스키로 넘어간다는 것은 상상도 못 할 일이었다.


어느 순간 어제와 오늘, 오늘과 내일이 다르지 않은 날이 왔다. 꿈을 꾸었던 시간과 눈을 뜬 시간 중 무엇이 진짜였는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나의 일상은 그토록 반복적이고 기계적이었다. 그러던 와중 바를 오게 되었고 새로운 것을 접해볼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 것이다.


기존에 경험해 본 안락과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날 것. 항상 마시던, 적어도 평균은 되는 한 잔을 마실 것인가. 아니면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에 도전해 볼 것 인가.


평소였으면 기존의 마시던 나두라를 마셨을 것이다. 그런데 오늘은 아니었다. 나도 바뀔 수 있다. 그저 안주하기보다 무언가에 여전히 도전할 수 있다.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자리에 앉은 날이었던 것이다.


사회 초년생으로서 회사 생활에 나의 결정권한은 크지 않다. 만약 나의 의견이 들어갔어도 위에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쉽게 틀어질 수 있는 것이다. 책임을 질 것이 없다 생각하면 마음이 편하다. 그렇지만 한편으론 도전적으로 행동하여 무언가 바꿔보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고민을 시작하게 되면 가끔은 우울해진다.


나는 아직도 선택의 앞에 있다. 선택을 하지 않는 것조차 선택인 이 시간. 현재의 시간에 만족을 하지 못한다면 잘못될지언정 새로운 것에 시도해 보는 것이 맞다는 얘기가 떠오른다. 나는 아드벡을 선택한다.


폭풍이라는 이름을 가진 아드벡. 바텐더는 경고한다. 이 것을 마시게 되면 이후에 마시게 되는 위스키에 대한 맛은 느낄 수 없게 될 것이라고. 좋다. 생각하며 나는 한잔을 달라 부탁드렸다. 마셨을 때 느꼈던 첫 느낌은 바람이 세차게 부는 바다가 가까운 절벽의 향. 상쾌하고 시원하지만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왔다는 씁쓸한 향이 났다. 그리고 이 위스키를 입에 머금으면 지금까지와는 다른 맛을 느낄 수 있다. 버번이든 싱글몰트이든... 그 차원을 뛰어넘는 새로운 맛. 그 어떤 고민도 잠재워 줄 만한 색다른 맛. 그리고 마지막으로 마음의 평화를 얻게 해 줄 식빵의 맛이 난다.


살면서 얼마나 많은 기로가 있을 것인가. 하루에도 몇 번씩 고민을 들고 나타나는 것이 선택이다. 지금까진 새로운 것을 가져오진 못하지만 적어도 욕을 덜 먹을, 기존의 사례를 퍼오던 것이 나의 시간이었다. 편안하지만 지루했던 그 시간을 나는 아드벡으로 풀고 싶었던 것일까. 색다른 맛을 느끼며 나는 색다른 내일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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