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완성의 심리학 (3)

거짓 기억과 자아

by 유세미나


나는 때때로 기억의 결핍을 느낄 때가 있다. 흐릿해진 기억을 더듬고 있다 보면, 어느 순간 나의 기억의 본질 자체에 회의가 들기도 한다.


묻어둔 기억을 꺼내는 건 언제나 뿌리를 뽑는 듯한 고통을 수반한다. 소싯적 묻어놓은 타임캡슐도 아닌 것이, 익숙한 모양의 캡슐은 반가우면서도 문득 '어떤 내용물이 있었는지'는 정확히 기억이 안 날 때가 많다.


때로는 묻었다는 사실, 또 기억이 있었다는 사실만에 집중하곤 한다. 잘은 모르겠지만, 그 기억도 지금의 나를 이룬 거름이 되었을 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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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매일을 수많은 자극들과 마주하며 살아간다. 그중 우리가 기억할 수 있는 것들은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으며, 그중에서도 장기적으로 기억에 남는 것 역시 소수이다.


그런데, 때로는 생생히 느껴지는 기억들도 있다. 특히나 부정적인 기억들은 기억에 더 많이 남는다. 학창 시절 창피를 당했던 일, 연인과 헤어졌던 일,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냈던 일.


재밌게도 우리가 '사실을 기억한다'라고 믿는 많은 것들이, '가짜 기억'일 확률이 존재한다. 포장지는 진짜이지만, 대부분 내용물은 우리의 상상력이 채우곤 한다.


실제로 기억하는 순간의 기분 (mood)는 기억력과 밀접한 상관관계를 갖는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긍정적인 기분은 가짜 기억을 만들 경향성이 높은 반면, 부정적인 기분은 해당 기억을 강화하는데 기여한다 [1].


미완성의 기억이 긍정적인 기분에서 비롯된다니, 정말 멋진 일인 거 같다. 행복한 마음은 그 기억에 살을 덧붙인다.


'가짜'라는 부정적 뉘앙스를 '행복의 채움'이라는 역설적인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다면, 미완성의 미학에 풍미를 더하는 듯하다.


나는 이 '행복의 채움'이 자기 자신을 바꾸는 데도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행복의 채움'을 통해 만들어진 '거짓 기억'들을 잘 이용한다면 내가 세상과 소통하는 방식을 바꿀 수 있다.


세상과 소통하는 방식은 사실 거창한 것은 아니다. 자아와 내면 소통을 기반으로 우리는 세상과 상호 작용한다.


자아 중에는 '경험 자아'라는 것이 있다. 현재 경험하는 것을 느끼는 자아이며, 이를 통해 일어나고 있는 일들에 대한 감정과 생각을 판단한다.


그리고 이러한 자아는 기억 형성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한다. 나아가, 자아는 가짜 기억을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며, 가짜 기억의 생성이 자아를 바꾸는 것 역시 가능하다 [2].


요컨대, 나는 '행복 채움'이 '기억'과 '자아'를 바꿀 수 있다 생각한다. 긍정적인 기분을 유지한다면 이를 바탕으로 채워진 기억과 이러한 기억을 기반으로 한 자아가 생길 것이다.


또한, 사람들은 상상을 반복하는 것만으로도, 그 상상이 실제로 일어났다는 믿음을 증폭시킬 수 있다 [3]. 상상을 통해 우리는 과거와 미래를 만들어내는 것이 가능하다.


시공간은 결국 우리가 정의 내린 의식 수준에서 판단하는 일이다. 우리의 의식은 언제나 현재에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면, 과거와 미래는 현재에 종속됨을 깨달을 수 있다.


즉, 우리는 긍정적인 사고와 건강한 내면을 통해 과거와 미래로의 시간 여행을 할 수 있다. 과거로의 시간 여행은 나의 자아를 바꾸는 데 기여할 수 있다. 미래로의 시간 여행은 나의 성격을 만드는 원동력이 된다.


나는 미래의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는 것도 '가짜 기억'이 될 수 있다 생각한다. 미래와 기억은 사실 어울리는 단어는 아니지만, 기억의 불완전함과 시공간의 종속성을 고려했을 때 우리는 미래를 기억하는 것 역시 가능하다.


살다 보면, 하지 못해 후회했던 일을 놓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부정적인 기분은 생생한 기억을 만든다니 더 붙잡고 싶은 마음이 클 것이다.


그러나, 과거는 결국 현재의 확장에 불과하다. 나를 힘들게 만드는 것은 과거의 '기억과 감정'이 아닌, 현재 내가 그 일을 받아들이는 심리 상태와 행동 양식이다.


과거는 결국 미래가 될 수 있다. 과거의 기억에 행복을 채워 넣는 방법은, '현재 긍정적인 마인드로 살아가는 것'이다. 미래의 가짜 기억을 통해,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그 무엇이든 될 수 있다.


Reference

[1] Storbeck, Justin, and Gerald L. Clore. "With sadness comes accuracy; with happiness, false memory: Mood and the false memory effect." Psychological Science 16.10 (2005): 785-791.

[2] Oakes, Mark A., and Ira E. Hyman Jr. "The role of the self in false memory creation." Journal of aggression, maltreatment & trauma 4.2 (2001): 87-103.

[3] Anderson, Rita E. "Did I do it or did I only imagine doing it?." Journal of Experimental Psychology: General 113.4 (1984): 5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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