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두 배로 사는 법.

리프레이밍

by 유세미나

요새 아침 러닝을 꾸준히 즐기고 있다. 걷기나 달리기 등은 사람들의 가장 기본적인 움직임이기 때문에, 체력 증진뿐만 아니라 우울증 완화 등 정신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거창하진 않지만, 새벽 내음을 맡으며, 새벽달과 아침 해의 틈 사이를 가로지르는 느낌은, 일상에선 경험할 수 없는 시간선에 나를 올려놓곤 한다.

장소와 자리가 바뀌면 사람이 바뀔 수 있듯이, 새로운 시간선 위에 부영 하는 것도 새로운 '나와 세상'을 경험할 수 있는 계기가 되곤 한다.


서점에 가면 자기 계발서들이 우후죽순 꽂혀 있다. 그 책들의 책장을 넘기다 보면, 열에 아홉은 성공하는 사람들은 아침에 일찍 일어난다고 한다. 그리고 이렇게 아침부터 삶을 알차게 시작하는 것을 '미라클 모닝'이라 부르는 모양이다. 그런데, 어떤 유명한 스탠포트 뇌과학자 (앤드류 후버먼, Andrew D. Huberman)는 잠을 충분히 자야 정신적으로 건강해진다 말한다. 7~9시간 정도 충분히 숙면을 취하는 것이 뇌의 집중력을 높이는 데 탁월하다 한다. 각자의 주장은 그 나름대로의 의의를 갖는다. 미라클 모닝을 하면서 충분한 숙면을 취하는 것이 가능하니, 나는 그들의 의견이 양립 가능한 것이라 본다. 다만, 그들의 시간은 절대적인 기준에 머물러 있다. 몇 날 몇 시에 일어나야 하는 절대적 기준이 있다는지, 혹은 얼마만큼 자야 하는 절대적인 양이 정하진다던지. 절대적인 양에 종속되는 한, 시간의 유한함을 넘을 수 없다. 절대적인 체계에선 인생을 두 배로 사는 방법은 절대적인 양을 조절하는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최근 개봉한 오펜하이머 영화에서 양자역학의 관점에서 말해보자면, 고전 물리학에 머무는 한 시간의 상대성을 깨달을 순 없다.


올해는 유독 가을비가 자주 내린다. 새벽에 눈을 떴을 때, 창문에 타닥타닥 모닥불 타는 소리가 날 때면 '오늘 러닝은 글렀군'하는 생각이 머리에 스친다. 물론 가끔 열정이 과도할 때는 비를 맞으면서 뛸 때도 있지만. 이렇게 러닝을 못하는 날이면, 그 시간에 스트레칭과 명상을 하려고 노력한다. 명상도 나를 새로운 시간선에 넣는 방법 중 하나이다. '현재의 내가 존재하고 있음을 인식하는 것'은 현재라는 절대적인 시간을 나의 관점에서 상대적인 것으로 만든다. 명상 속에서 나는, 과거, 미래, 그리고 현재의 자연스러운 합일을 넘어 어떠한 시간선에도 구속받지 않고 머물 수 있다. 그럴 때면 인생을 두 배, 열 배 이상 사는 느낌이 들곤 한다.


러닝도 마찬가지이다. 새벽달과 아침 해가 공존하는 시간은 해와 달의 절대적 특성을 고려할 땐 모순적으로 보인다. 그런데, 사실 달과 해는 항상 하늘 위에 존재한다. 정확히는 지구의 관점에서 달과 해는 그 자리에 그대로 존재한다. 바뀐 것은 지구가 바라보는 시각(자전)과 강한 햇빛에 의한 고정관념일 뿐이다. 그래서 새벽달과 아침 해의 틈 사이로 달리는 것은 이들의 상대성의 중심을 지구로부터 나로 옮기는 일이다. 그 순간에 내가 존재할 수 있음을 인식하는 것은, 곧 사회가 규명하지 않은 새로운 시간선 위에서 내가 존재할 수 있음을 깨닫는 것이다. 두 가지 그리고 그 이상의 시간선을 넘나드는 일은 진정 시간을 두배로 사는 일이다.


심리 치료에는 '리프레이밍'이라 불리는 기법이 있다. 어떠한 일이나 행동에 대한 관점 (프레이밍)을 바꾸는 것을 말한다. 책에서 본 유명한 예시를 각색해 보자면, 내가 어느 때와 같이 일어났는데 늦잠을 자서 러닝은 고사하고 명상도 못했으며, 중요한 미팅에 늦을 지경이었다. 부랴부랴 씻고 나갔는데 때마침 소나기가 내려서 옷이 젖었을 뿐만 아니라 버스도 놓쳤다. 미팅 장소에 겨우 도착했더니 엘리베이터가 공사 중이라 10층까지 계단으로 올라갔다. 그날 일이 늦어져, 여자 친구와의 약속도 취소하고 집에 왔는데 창문을 미쳐 닫고 나가지 못해서 널어놓은 빨래가 전부 젖고 거실은 물바다가 되어 있었다. 누구나 이러한 환경에 놓인다면 아마도 부정적인 생각과 감정이 들 것이다. 하지만 리프레이밍은 이미 일어난 일이나 사건에 대해 '새롭게 바라보는 것'을 목표로 한다. 늦잠을 잔 것은 여태까지 힘들게 달려온 내가 충분히 쉴 수 있게 해 준 좋은 일일 수 있고, 중요한 미팅 전에 러닝을 했으면 오히려 체력이 떨어져 집중하지 못했을 수도 있을 뿐만 아니라, 버스를 놓쳤기 때문에 잠시 한숨 돌릴 틈을 찾을 수 있었을 것이다. 엘리베티어가 공사 중이라 아침에 미쳐 하지 못했던 운동을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할 수 있고, 창문을 열고 나가 난장판인 집을 보며 안 그래도 집 대청소를 한지 꽤 되어 청소와 빨래를 한 번에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고 생각할 수 있다.


나는 리프레이밍도 인생을 두 배로 사는 법 중 하나라 생각한다. 긍정적인 리프레이밍은 '이미 일어난 일'의 원인과 결과, 파급력을 나를 중심으로 재정립한다. 즉, 어떠한 일이든 내가 통제할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게 만드는 것이며, 이는 '현재의 나'가 취할 행동이 절대적인 시간 선에 머물며 이미 일어난 일에 대한 반작용으로 일어나는 것이 아닌, 그 자체가 시간과 무관하게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됨을 의미한다. 따라서, 과거의 일을 후회하기보단 현재의 나에 집중하는 것이, 곧 과거의 후회를 자산으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이 된다. 현재를 살면서 과거와 미래를 동시에 살 수 있다면, 단순히 '몇 배'라는 절대적인 기준이 아닌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가진 삶을 살아갈 수 있는 뼈대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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