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행>으로 한국형 좀비 장르를 새롭게 연 연상호 감독. 이번엔 한국형 히어로물을 꺼내들었다. ‘염력’이라는 생소하면서 어느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신선한 소재로 접근했다. 그러면서도 소시민, 약자의 정서가 가득하다.
주인공 석헌(류승룡)은 은행경비원으로 평범하게 살아간다. 고객을 위해 마련된 객장 커피믹스를 스리슬쩍하고, 화장실 두루마리 화장지를 집에 갖다 쓰는 전형적인 서민의 삶. 이러한 석헌을 통해 동질감·공감을 느끼게 된다. 딸 루미(심은경) 역시 ‘대박 치킨메뉴’로 TV에 소개되지만 상가가 재개발되면서 철거용역에게 내몰리며 어머니까지 잃는다. 비록 영화 속 인물이지만 안쓰러움이 여실히 느껴진다.
연상호 감독은 이러한 소시민적인 삶에 초능력인 ‘염력’을 투영해 공감지수를 확 끌어올렸다.
철거민 재개발, 용역과 철거민과의 싸움. 이를 북한 소행이라고 말하는 한 언론. 그리고 현장의 위험함에도 진압을 강행하는 경찰로 표방되는 공권력의 무방비함. 여전히 그날을 아파하고 힘들어하는 이들이 남아있는 ‘용산참사’가 떠오르는 건 당연한 일이다. 화염병을 든 철거민과 크레인에 매달린 컨테이너 속 전경. 루미와 석헌, 두 인물을 통해 당시를 곱씹으며 연상호만의 방식으로 그들을 위로한다.
연상호 감독은 “초현실적인 소재지만, 현실적인 문제를 다뤄야 한다고 생각했다. 도시개발 과정에서 계속되는 시스템 문제다. 히어로와의 대결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당연하게도 현실엔 ‘염력’을 가진 인물도 없다. 석헌과 같이 초능력을 가진다면 어느 누가 철거민을 돕는 데 그 능력을 쓰겠는가. 석헌이 처음 그랬던 것처럼 차력이라도 해서 돈을 벌겠다는 소박함이 더 타당하고 설득력이 있다. 석헌이 교도소에서 석방되던 날. 딸 루미의 가게에 와 맥주를 염력으로 옮기는 지극히 소박하고 서민스러운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염력’이 비현실적임에도 철거민이 처한 현실, 혹은 비단 철거민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닌 우리의 삶 속에서 누구나 생각해봄직한 “히어로가 있었으면” 하는 그 소박한 바람과 그들이 처한 각박한 현실이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하루하루 평범하게 살아가는 소시민들이 한 번쯤은 꿈꾸는 세계, 세상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