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현범 Jan 04. 2016

사장에서 아르바이트가 된 이야기

#0.5 장사를 시작하기 전 고민

#0.5


 장사를 시작하기 전 고민.


 

 2014년 1학기가 끝났다. 


 나와의 약속을 이행하기 위해 휴학을 제출했다. 사회에 나왔다. 일단은 쉬고 싶었다. 정말 2년 동안 쉬지 않고 달렸기 때문이다. 늦잠을 자고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게임을 했다. 대학 때부터 좋아하던 여행도 갔다. 그렇게 여름방학이 금방 지나가버렸다. 


 노는 것이 쉬는 것이 지쳐버렸다. 대학생활을 하며 나름 장학금과 대외활동 등을 통해 모아 둔 돈이 바닥났다. 지쳤다는 표현보다는 못하게 되었다는 표현이 맞겠다. 슬슬 사회에 나온 것이 실감되었다. 이 때부터 '일'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었다. 대학생활을 하면서 사실 '일'에 대한 고민을 해 본 적이 없었다. '뭐가 됐든' 하고 싶은 '일'을 할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했었고, 실제로 대학생활 땐 그 당시에 하고 싶은 '일'을 했기 때문이다. '일'이라는 단어에 대해 깊은 고민이 시작된다. 


 취업은 하고 싶지 않았다. 이유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리더가 되고 스스로 만든 일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취업을 하면 내가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을 참고 견디고 경쟁하며 올라가야 하고 스스로 만든 일이 아닌 주어진 틀 내에서 일을 진행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는 이 시기까지 인생의 큰 물음을 놓치고 있었다. 어떤 '일'을 할 것인가? 막연하게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해야지라고만 생각했을 뿐, 구체적인 계획이 없었다. 물론 계획을 만들지 않은 것도 내 나름의 이유는 있었다. 한 가지 목표를 정해버리면 내 삶이 그 외에 기회를 봤을 때 귀를 닫을 것이 싫어서였다. 어찌됐든 현실을 점점 느끼면서 나는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 다음 또 바로 충격을 받게 되었다. 나는 '무슨 일'을 할 수 있나?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 것도 없었다. 기술을 가진 사람도 예술을 다루는 사람도 외국어에 능통한 사람도 아닌 누구보다 평범한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즉 내가 가진 핵심역량이라는 것이 없었다. 좌절했다.


 그렇게 한 달 간을 방황하다가 결국 모든 돈이 다 떨어졌다. 정신을 바짝 차렸다. 거창한 무엇인가가 아니라 일단 뭐든 해 보자. 결국 일단 작은 국제세미나에서 뽑는 자원봉사자에 합격해서 광주로 내려갔다. 광주에서 3개월만에 어떤 '일'을 하면서 에너지를 찾았다. 결국 나는 마음이 이끌리는대로 무엇을 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고 점점 자신감을 회복했다. 


 광주에서 자원봉사를 하며 사귀게 된 아일랜드 친구가 전주에 간다고 했다. 내 고향은 전주 옆인 완주이고 중학교부터 대학교까지 전주에 있었다. 봉사활동이 끝나고 전주에 가면 보자고 했다. 그렇게 전주에 돌아와서 그 친구를 만나기 위해 묵고 있는 호스텔(게스트하우스)로 갔다. 여행을 진심으로 동경하는 나는 전주에 살면서도 이 곳에 이렇게 작고 아담하고 여행자를 위한 호스텔이 있는지 처음 알았다. '까르페디엠'이라는 전주 게스트하우스였는데 주인누나는 나를 보고 들어와서 차를 마시고 가라고 했다. 충격이었다. 전주에 이런 곳이 있다니. 그렇게 안으로 들어가 친구와 즐거운 대화를 나누고 내가 준비한 작은 선물을 주었다. 


 이제 내일 서울로 떠나는 친구에게 굿바이 인사를 하고 떠나려던 찰나, 주인누나가 명함을 줬다. 호주로 여행을 가게 되어 걱정 중이라고. 시간되면 일할 수 있는지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다고. 명함을 받고 얼떨떨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갔다. 


 명함을 받고 가슴이 뛰었다. 나는 여행을 진심으로 사랑하기 때문에 많은 여행자들이 그렇듯 게스트하우스를 만들어 보고 싶었다. 물론 지금도 여러 목표 중 하나이다. 바로 연락을 드렸고 만나서 이야기를 나눈 후 나는 게스트하우스에 2달 간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자신감이 더 회복됐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해 나가다 보면 분명 길이 이어질 것이라는 대학생활에 가지고 있던 자신감.


 그렇게 12월 중순까지 게스트 하우스에서 일을 할 수 있었다. 게스트하우스 일을 하고 있을 때 2015년을 결정지었던 전화 한통을 받았다. 


 '여보세요?'


 예전부터 알고 지내고 자신의 길을 열심히 가고 있다고 생각하여 좋아하던 같은 학부 두 학번 선배로부터의 전화였다. 그 통화의 결론은 이랬다. 자신이 전주 한옥마을에서 길거리 장사를 하고 있는데 더 여러가지 일을 해보고 싶은데 생각이 나서 연락했고 한 번 이야기를 나누어 보고 싶다고. 일단 나에게 전화를 주어서 감사하다고 말을 했고 만날 날짜를 잡았다. 


 내가 하고 싶었던 일 중 하나였던 게스트하우스 업무 뒤에 찾아 온 장사를 해 볼 수 있는 기회. 그 기회가 왔다. 내가 망설일 이유는 없었고 큰 설레임으로 만날 날짜를 기다렸다. 


작가의 이전글 사장에서 아르바이트가 된 이야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