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현범 Jan 13. 2016

사장에서 아르바이트가 된 이야기

#1 무식함이 때론 큰 장점

 달력을 보며 기다리던 날이 왔다.


 우리는 형이 살고 있던 투룸에 모였다. 나는 물었다. 장사와 앞으로 어떤 계획이 있는지. 단순 돈만 보고 하는 장사라면 굳이 내가 같이 하고 싶지 않았다. 돌아온 답변은 각자 이 기회를 통해 성장하고 각 자 꿈꾸는 바를 이뤄내보자는 것. 

 

 '성장'. 이걸로 충분했다.

 

 간단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끝으로(우리는 동업을 하기 전에 원래 서로를 많이 알거나 친한 사이가 아니었다.) 나는 집에 돌아가며 문자로 형들에게 답변을 했다. 


 '같이 해 보고 싶어요'.


 그렇게 게스트하우스에서 2달 간의 짧은 경험을 마치자마자 길거리 장사에 투입됐다. 형들은 이미 전주 한옥마을에서 길거리장사를 하고 있었다. 나는 가진 것도 잃을 것도 없는 상태였고 장사를 경험하고 배워볼 수 있다는 생각에 무작정 하겠다고 했다. 그렇게 2014년 12월 중순에 나는 한옥마을 길 위에 서서 장사를 하게 됐다. 

 

 이 부분에서 잠시 현재로 돌아와 글을 쓰자면, 내가 과연 무식하고 단순한 내 삶의 가치관이(1)평생을 배우자, 2)하거나 안 하거나(Do or not)) 아니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지금 이런 글을 쓸 수 도 없었을 것이다. 경험한 것이 없으니 느낀 것도 없었을 터.


 다시 2014년 중순으로 돌아가자. 그렇게 먼저 3~4개월을 먼저 장사를 해 온 형들을 보고 배우기 시작했다. 군대로 치자면 이등병이 된 기분이었고, 대학교로 치자면 신입생이 된 기분이었다. 장사에 대해 내가 아는 것은 전무했기에 일단 보고 배웠다. 문득 대학교 1학년 때 교복 판매, 농산물 판매 등을 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부모님께서 첫 알바를 정할 때도 신중히 해야 한다는(그것이 너의 직업이 될 수 있다는 무서운 이야기) 조언이 떠오르며 신기하고 웃겼다. 어찌됐든 나는 이렇게 장사라는 것에 발을 들이게 됐다.


 전주 한옥마을은 기회의 땅이다. 아니 땅이었다. 겪어본 사람만 느낄 수 있었다. 나도 비로소 장사를 해보면서 느꼈기 때문이다. 형들이 왜 우리와 함께 하며 더 성장하고 키워보고 싶다고 한지 하루만에 알게 돼었다. 평소 관심없던 아이템이었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구매를 하는 것을 보고 또 그것을 잘 팔고 있는 형들을 보고 빠르게 배워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렇게 나는 장사에 발을 들여 놓았다. 무식하게. 단순하게.

작가의 이전글 사장에서 아르바이트가 된 이야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