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서 일하려면 이런 것도 배워야 해요?
결국, 왔다. “문헌정보학과”
마음속 깊숙이 맹목적으로 바라던 일이었기에 아빠가 바라는 대학과 학과 엄마가 바라는 학과 다 뒷전에 두고 입학동의서를 오늘 보내야 한다는 담임선생님의 말에 "네~ 집에 갈 때 우체국 들러 보낼게요!"하고 집에 와서 부모님께 타박 아닌 타박을 들었다.
그때는 몰랐다. 복수전공, 편입이라는 방법을. 타지 생활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를 집 나가면 고생이라는 것을 주입식 교육이 얼마나 편했는지를, 내가 집을 나가는 것을 선택하였으니, 자취하며 오롯이 나를 나 혼자 돌봐야 하며, 내가 전공을 선택하였으니, 시간표도 짜야하고, 그 수업이 혹시나 요즘 말로 '노잼'이어도 혹은 '소귀에 경 읽기'라고 해도 점수를 잘 받는 친구들은 있다는 것을. 처음 들었던 교양을 빙자한 전공과목 정보 활용 교육 그 비슷한 수업의 강의실이 학과 컴퓨터실이라는 것에 놀라고, (문헌정보학과에 왜 컴퓨터실이 필요해…?라고 생각했었더란다.) 그 컴퓨터로 우리나라 말이 아닌 영어가 가득 찬 화면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정보를 찾으며, 정보원에 대해 배웠던 그때, (아니 난 컴퓨터, 영어가 아니라 '책'을 보러 왔다고요!)
울었다.
내가 바랐던, 상상했던 그런 곳이 아니구나.
두 번째, 도서관에서 책 찾을 때 알 수 없던 도서 분류, 그 분류에 대해 한 학기 내내 공부할 때 내가 생각했던 건 이런 게 아니야. 이런 건 다 안 외워도 알 수 있는 것들이잖아!라고 생각하며 또 울었다. 도서관이라는 공간 중에, 활기가 넘치던 어린이실이 좋았기에, 복수전공을 유아교육을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우선 수강했던 유아교육과 수업. 고3보다 더 치열한 그곳에서 한 학기를 꾸역꾸역 수강하고 눈앞이 깜깜해졌다.
전공 과정에서 듣는 수업들에 정을 붙이지 못할 때, 내가 무엇을 배우고 있나,라는 생각이 들 때 그럼 나는 무엇을 하고 싶나?라는 생각이 들었던 그때, 아무리 생각해도 도서관 사서 말고는 하고 싶은 게 생각나지 않았다.
그래서, 그냥 하기로 마음먹었다.
어렸을 때부터 새로운 것에 대한 강한 반감이 있었기에 내 생애 최고로 반감이 들었던 컴퓨터를 배우러 방학 때 내 발로 컴퓨터 학원에 가고 일 년에 하나씩 차근차근 자격증을 따기 시작하였다. 어쩌다 보니 생각지도 못하게 '정보공학'을 복수전공을 하게 되었고, 생각보다 깔-끔 하게 떨어지는 학문이라 즐겁게 배웠던 기억이 새록새록.
그때였으니, 그래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걸까 아니면, 정말 되고 싶다는 생각이 커서 내 성격과는 달리 도전 의식이 생겼던 걸까. 3년 반, 뭐가 급한지 대학생 때만 누릴 수 있었던 것들 다 제쳐두고 나름 부지런히 살았던 대학 시절.
지금 되돌아간다면, 부모님 곁에서 통학이 가능한 학교를 진학해서 문헌정보학과는 복수전공으로,
그게 아니었다면 신나게 놀았던 1학년을 정신 차리고 공부해서 교직이라도 이수하고 싶다.
레일로, 해외 봉사, 워킹홀리데이도 가고 싶고, 느긋하게 제주도 여행도 다녀오고 싶다.
하지만, 돌아갈 수 없기에 지금, 이 상황, 현재를 충실히 채워 나가야지.
'난 사서가 될 거야!'라고 말하고 다녔던 고등학교 시절부터 날 봐왔던 친구는 '그래도 너처럼 취미와 업이 같은 사람이 몇이나 되겠니?'라고 하였고, 그래, 난 그래도 하고 싶은 일 하며 사니 행복한 사람이야.라고 생각했던 지난날.
앞으로도 하고 싶은 일 하며 살기 위해 내 방식대로 천천히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야지 :)
덧,
나는 지금도 빅데이터, 비대면 수업, 메타버스 이런 시대의 흐름에 반감을 들며 '하기 싫어, 하기 싫어!'를 외치며, 머리채 잡혀 질질질 끌려가는 중.
어느 책에서 본 도서관 사서는 그 누구보다도 사회의 변화에 '민감'이 아닌 '둔감' 그것을 넘어서 '반감'을 든 존재라 하였고, 20대 때는 그 말에 반발심이 조금은 있었으나, 30대가 된 지금 ‘그래 맞는 말이네.'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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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司書_맡을사, 글서)
1. 서적(書籍)을 맡아보는 직분(職分).
2. 국공립(國公立) 도서관(圖書館)에서 도서(圖書)의 정리(整理)나
보존(保存) 및 열람(閱覽)에 관(關)한 일을 맡아 보는 사람.
또는 그 직위(職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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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한자사전에 있는 사서의 사전적 정의는 도서의 정리, 보존, 열람에 관한 일을 맡아보는 사람 하지만, 정보를 담는 매개체가 도서에 한정되지 않는 요즘 학문을 깊이 파악하지는 못하더라도, 세상의 흐름을 파악하고, 도태되지 않아야 하는 직업이다. 도서를 관리하는 직업이 주였던 과거와는 달리, 도서를 잠재적 이용자를 포함한 모든 이에게 장벽의 문턱을 낮게 해 주고, 평생의 동반자로 만들어주는 역할. 그런 일을 하기 위해서 자신의 아집보다는 남들의 이야기를 듣고 수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며, 남녀노소 어떤 사람이든 사람과의 관계가 중요한 직업이 사서이다.
참 매력적이다. 내 직업이지만 참 매력적이야.
학교에서 배운 전공은 근무할 때 도움이 되었느냐?, 사실은 그렇게 도움이 된 것 같지는 않다. 차라리 근무하며 몸소 배웠던 것들이 더 기억에 남는달까. 그래도 사서가 되기 위해서는 '사서 자격증'이 꼭 있어야 하기에 타 전공을 하고, 대학원이나 복수전공으로 공부해도 좋았을 학문이다. 그렇다면, 주제 전문 사서가 될 수 있으니! 어떤 관종의 도서관이냐, 어떤 정보를 다루느냐, 누구에게 정보를 제공하느냐에 따라
같은 '사서'여도 다른 길을 걷는 사람들.
내가 기업체 자료실에서 공공도서관으로 이직을 한 이유도 이 때문이라는 점.
급여는 물론 주말도 보장되는 다른 길로 갈 수 있었지만, 난 여전히 아이들로 활기 넘치는 어린이도서관으로 가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