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도서관 사서이자 엄마입니다.

저는 그래도 어린이실이 좋아요!

by 새봄

“근데 왜 어린이실을 지원했어요?”

호기롭게, 기업체 자료실을 퇴사하고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 한 번 시험이나 볼까? 했던 도서관을 위탁운영하는 공공기관 필기시험에 합격하였고, “솔선수범” 하겠습니다!로 면접도 붙었다. 임명장을 받고, 어떤 업무를 하고 싶은지 작성해서 제출하라고 할 때, 고민 없이 써 내려간 나의 답을 보고, 동기들이 정말, 궁금해서 물어봤다.

“그냥요! 재미있을 것 같으니까요!, 선생님들은요?”

그제야 돌아보니 모두 “수서실”을 지원했다. 오- 저기가 핫 플레이스군! 왜?

그렇다. 그 흔한 공공도서관 주말 아르바이트도 경력이 없는 나에게 도서관은 늘 “이용자”의 입장이었기 때문에, 나는 “어린이실” 근무를 지원하였으나, 함께 지원한 이 분야 경력 많은 동기 기피 1순위는 뒤도 안 돌아보고 고민 없이 “어린이실”이었다.

이유인즉슨, 높은 이용률(좋은 거 아니야…?), 소음 발생(애들이니깐!), 분실 도서 포함 민원 다수(아 민원은 어머님이 넣는다고요?) 등등 셀 수 없이 많았다.

기피 부서에 지원자가 있으니, 당연히 나는 어린이실로 갔고, 다행히도 대직자를 잘 만난 덕에 1, 2년 차는 하고 싶었던 일 해보며 잘 버텨냈다. 삐약이들을 데리고 전 층 견학을 하며, 어른들의 따뜻한 눈빛도 받아봤고, 소규모 독서지도를 하기 위해 매주 독후활동은 뭐 할지 고민도 했으며, 부모님들이 어린이책을 더 쉽고 빠르게 선택하실 수 있도록 테마서가도 기획도 하고, 책과 가까워지는 방법이 무엇일지 고민하며 도서관 오는 일이 즐겁게끔 독서 행사도 곧 잘 기획하고 운영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아침 9시부터 3시까지는 부모님들을 상대하고, 3시부터 6시는 화장실도 못 갈 만큼 정신없이 사람들 응대하고, 6시 이후 자료실 마감 후 매일 같이 야근하며 문서 작성하고 내일의 업무를 준비하는 게 맞나 싶은 느낌이 들기 시작하였다.

다행히, 함께 입사한 사람들과 “개관멤버”라는 타이틀로 함께 도서관을 개관했을 때부터 즐겁게 일했으며, 힘들 때쯤 결혼을 하게 되었다.

그 이후에는 오랜 기간 어린이실에서만 근무했었기에 종합자료 1관으로 자리가 바뀌게 되었고, 처음 접하는 “도서관다운” 적막에 살짝 졸았던 것도 잠시,“취업 지원 서비스”의 담당자가 되어 만삭에 “준비된 者, JOB아라!” 하며 뒤뚱뒤뚱 부지런히 움직였고, 아이를 낳고 와서는 “애 엄마”니깐 어린이실, 그러다 둘째가 생기고 코로나19로 비대면 업무를 한다며 되지도 않는 영상을 만들고, 비대면 서비스 만들다가, 다시 복직하니, 다시 “취업 지원 서비스”를 하는 종합자료 1관으로 돌아왔다.

그곳에서 이번엔 청소년이 책을 읽는 걸 습관화하겠다며, “북루틴(teen)” 서비스를 만들었으며, 그래도 조금은 관심이 있던 “마음 행복 서비스”를 진행하며 좋아하는 장르의 책의 작가님들을 모셔 특강도 진행하였다.

그러다 작년 여름. 모든 부서의 가장 큰 기피 업무인 “CS”를 담당하였고, 지금은 “도서관 총괄”을 하며 이 도서관에서만 10년째 근무 중이다.

근무지는 한 곳이었으나, 어린이실, 종합자료관, CS, 도서관 운영 총괄의 업무를 맡았다,

생각보다 도서관에서 일어나는 일이 매우 다양함을 느꼈으며, 아직 해보지 못한 업무들에 대해서는 나도 새롭게 배워야 할 것들이 많다.

십 년이 지났는데도, 난 아직 도서관을 잘 모르고,

십 년이 지났는데도 나의 선택은 “어린이실”이다.

나의 책 이야기를 귀 쫑긋하고 듣는 어린이의 눈빛, 엄마 아빠 손잡고 무릎에 앉아 소곤소곤 나누는 책 이야기. 서가 사이에서 찾던 책을 찾으면 로또 맞은 것처럼 신나 하는 아이들. 매일 안부를 물으며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는 동네 어머님들까지. 그 어떤 업무보다도, 사람 사이의 온정을 느낄 수 있으니깐.

나는 그래서 아직도 어린이실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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