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도서관 사서이자 엄마입니다.

도서관에 다니시면, 아이들 책 많이 읽어주시겠네요?

by 새봄

“도서관에 다니시면, 아이들 책 많이 읽어주시겠네요?”

오…. 아닙니다. 읽어주는 날은 물론, 가져오면 화내는 날도 있어요.

아이를 키워보니 유난히도 마음에 와닿는 문구가 있었다,

“다정함은 체력에서 나온다.”

저녁 9시를 기점으로 “응, 그래”라고 대답하던 다정함을 노력했던 대답도 어느새 단전에서 끌어올리는 목소리로 “엄마 이제 화가 나려 한다!!!”라고 모든 말에 느낌표 세 개 정도는 기본적으로 딸린 듯한 말투로 변하고, 퇴근 후 반갑게 안아주던, 뭐든 다해 줄 것 같던 그 엄마는

어느새 동네 아줌마보다 못한 괴물이 되고 만다.

그 시점, 아이들이 자기 직전에 책 읽는 시간이 되면 ‘그래도 사서인데..’라는 생각으로 다시 한번 에너지를 끌어올려 책을 읽어주기도 하나, 서로 경쟁하듯이 책을 더더더! 들고 오는 아이들과 퇴근 후 내 시간은 무슨, 아이들과 진-하게 보내고 있을 때 본인만의 시간을 보내는 남편에게 들으라는 듯이, “포효”를 하곤 한다.

2015년, 그러니깐 9년 전, 20대 아가씨였던 나는 ‘그림책’과 ‘어린이’가 좋다는 이유로 유아열람실에서 근무를 하였고,‘유아열람실’ 담당이라는 이유로 학부모 그림책 독서 동아리인 ‘맘스북스’의 담당자가 되었다. ‘내가 애는 없어도, 책은 더 잘 아니깐’이라는 생각과 그래도 맡았으니 잘해보고 싶은 마음이 한데 어울려 독서동아리 첫날 나는 이렇게 말했다.

“어머님들, 아이들 TV 절대 보여주지 마세요! 아이들 뇌가 팝콘 뇌가 된다고 합니다!”

팝콘 뇌, 그때 당시 책으로 육아를 배우던 나는, 아이들이 단기간 자극을 주는 영상매체를 이른 시기에 많이 보게 되면 뇌 발달에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책을 보고, 하루에 최소 15분 그림책을 읽어주라는 책을 어머님들께 첫 시간에 말씀드렸다,

물론,“하루 15분, 그림책 읽기 어렵지 않잖아요? 다 이미 하고 계시죠?”라는 말과 함께 말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매일 파도가 험한 바다 위를 떠도는 입덧이나, 수박만 한 똥을 싸는 기분이라는 출산 과정과, 내가 사람인지 소인지 모르겠다고 느끼는 수유 과정, 나는 못 먹어도 우리 애니깐 먹인다 하며 엄마는 대충 때우는 끼니와 달리 그릇 열탕부터 시작하는 이유식 과정을 넘어오신 대단한 분들께 ‘애송이’의 말이 얼마나 통했으려나 지금도 그때 생각을 하면 얼굴이 화끈거린다. 왜냐, 나도 “나 편하기 위해서” TV와 공동육아 중이니깐.

“엄마 밥 준비할 때까지, 엄마 설거지 다 할 때까지, 엄마 빨래 다 정리할 때까지 이모님이랑 있어! TV 이모님”

그렇다. 결혼은 저 남자와 나 단둘이 사는 게 아닌 것처럼, 육아 또한 나와 저 아이들만 있는 게 아니었다. 아이들을 키우고 한 가정을 꾸리기 위해서는 피하지는 못하지만, 안 하면 티가 나고, 하면 티 안 나는 일들이 줄줄이 소시지처럼 따라왔다. 그 일을 완벽하지는 않지만, 원만하게 생활하기 위하여 허둥지둥 헤쳐나갈 때, 나의 완벽한 파트너 TV 이모님에게 “꽤 오래” 아이 둘을 맡겨 놓는다. 부랴부랴 퇴근 후 아이들 하원하고, 밥을 먹이고, 씻기고, 집안일을 마무리하면 아홉 시. 그때쯤 나도 꼭 해야 하는 것들은 했다는 생각과, 오전 6시부터 동동거리며 살아온 하루의 에너지가 바닥이 난다. 아이들을 재운 늦은 저녁, 이제 드디어 나도 나 자신을 챙기게 되는 시간. 아이러니하게도, 난 그 시간에 내 책을 읽는다.

아이들과 책 한 권 더 읽어줄 시간은 없지만, 잠을 쪼개서라도 읽는 나만의 충전시간. 이제는 저 질문에 이렇게 답하고는 한다.

“도서관에 다니시면, 아이들 책 많이 읽어주시겠네요?”

“읽어주려고 노력은 합니다. 아이들도, 저에게도 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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