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기엄마, 애기를 너무 공주처럼 키우는 거 아니에요?
생존수영.
초등학생 교과목에 들어갔지만, 이건 배운 들 생존할 수 있을까 싶은 과목
새로운 환경이 유난히도 힘든 아이가 생존해야 하는 또 다른 큰 미션 중 하나.
담임 선생님은 생존수영이 시작하는 전날, 오랜만에 전화를 주셨다.
"어머님, 내일 생존수영 가기 전에 안전교육을 했는데, 아이가 많이 울더라고요. 혹시 힘들면
집에서 쉬어도 될 것 같아요."
아, 네 감사합니다.라고 하기엔, 앞으로 이런 날들이 여러 번 생길 텐데
이럴 때마다 빠지면 아이에게 더 안 좋지 않을까 싶어
최대한 휴가를 써 4일 중 3일을 가겠노라, 가서도 아이가 통제가 안되면
이후에 생각해 보겠다 이야기했다.
다행히, 참관수업 날 아이의 수업 참여 모습에 그날만 그런 건지, 아니면 늘 그런지 갈피가 잡히지 않았을 때, 1:1 상담을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끝까지 남으니 반대표 엄마가 되었고,
반대표 엄마가 되니 생존수영에 수영복을 입고 벗는, 몸을 닦고, 머리를 말리는 게 아직은 어려운 아이들을
도와줄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초등1학년, 생존수영을 배우러 간 첫날.
아이는 탈의실에서 한 번, 샤워실에서 또 한 번, 수영장에서 울음을 보였고 결국 발 한 번 담가보지 못하고
다시 내 품으로 돌아왔다.
수영을 끝내고 돌아가는 주변 어른들은 "이럴 때 물에 담가야 해, 그래야 들어가"와"그냥 담그면 안 돼, 트라우마 생겨 큰일 나" 두 편으로 나뉘어 나에게 조언 아닌 조언을 해주었고,
수영장 청소를 해주시던 할머님은 아이에게 수영모가 작아서 불편해 우는 것 같다고 다른 수영모를 내 손에 쥐어주셨다.
생존수영 배우러 간 둘째 날,
첫째 날 수영모를 쥐어주던 할머님은 나중에 아이 수영은 꼭 시켜야 한다며, 큰돈들이며 소그룹 할 필요가 없다며, 이렇게 물을 무서워하면 초급반 시켜서 보내라고 하셨다.
그리고 생존수영 마지막날.
넷째 날에 휴가가 쓰기 어렵기도 하였고, 3일을 갔으니 잘할 수 있다는 아이의 말에
안심하고 보냈는데, 학교에서 연락만 안 왔을 뿐이지 아니었나 보다.
"아니 얘를 공주처럼 키우니까, 수영복도 입혀주고, 몸도 씻겨주고, 누가 말 걸어도 입 뚱-해서 말도 안 하고 그렇지. 이렇게 공주처럼 키우다 보면 나중에 커서 아무것도 못해. 너무 오냐오냐 키워준 거 아니냐고.
이 정도면 엄마의 문제야. 엄마가 언제까지 봐줄 건데?"
울면서 담임선생님과 나오는 게 보여 탈의실에 기다리고 있으니 수영모, 초급반 할머님은
이제 공주대접하며 오냐오냐 잘못 키웠다고 한참을 말씀하셨고, 나는 어색한 얼굴로 네.. 네.. 만 반복할 뿐이었다.
아이는 누구보다 내 표정을 잘 알기에 무슨 일이 있었다는 걸 눈치를 챘고,
집에서 여러 번 연습한 대로 스스로 몸을 씻고, 스스로 몸을 닦고, 스스로 옷을 입었다.
그 모습을 오며 가며 보던 할머님은 "지 엄마 왔다고 잘하네, 어제는 안 하더니만 쯧쯧"하며 혀를 차며 가셨다.
그 말을 들은 아이는 "엄마, 나 오늘 진짜 잘해서 엄마한테 멋진 모습 보여주고 싶었는데..."라며 시무룩한 모습을 보이며 나의 안색을 살피고는 "엄마, 눈이 왜 빨개?"라고 물었다.
나는 왜 눈이 빨갰던 것일까.
애매한 학부모간의 관계에서 '저 말은 우리 애를 말하는 걸까'라는 생각을 하느라 그랬을까.
아니면, 고작 사흘 본 할머님에게 애를 잘못 키웠다는 소리를 듣고, 아이가 아프다는 말을 삼키느라 그랬을까.
아니면, 그런 이야기를 다 듣고 되려 씩씩하게 잘하는 모습을 보여주려 한 아이가 짠해서일까.
이도저도 아니면 이 모든 게 한꺼번에 왔기 때문일까.
이런들 저런들, 우리 가족들은 아니니 아이에게 큰소리로 나는 칭찬을 해주었다.
"잘했어, 오늘 용기 내서 구명조끼도 입고 친구들과 수영장에도 갔잖아? 그리고 혼자 씻고, 혼자 닦고, 혼자 옷도 입었어. 엄마는 이것만으로도 충분해. 고마워!"
아마도 나에게 하는 말이기도 했겠지.
'잘했어, 눈치 보여도 휴가 쓰고 아이 곁을 이 정도 지킨 거면 너도 열심히 한 거야. 불편해하는 다른 학부모 사이에도 꼈고, 남이 하는 이야기에 욱하지도 않았어. 그리고 아이를 혼내지도 않았으니 그만하면 충분해. 고생했어.'
이제 시작일 텐데, 우리 둘 다 기죽지 말고,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