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사서재

삶과 공간, 정 붙이기

by 새봄

살 수 없을 것 같은 환경에서도 살아간다. 인간도, 식물도.


되려, 사람보다 숨 쉴 틈이라도 있으면 살아보려 “애”쓰는 식물들을 통해 우리도 살아갈 용기를 얻고는 한다. 햇볕을 받고, 사람을 만나 함께 웃고, 이곳저곳 발 닿는대로 걸어야 충전이 되는 내가, 아이 둘의 엄마가 되고, 집에서 머물러야 하는 이유들이 육아를 하면서 함께 세트처럼 따라와 어쩔 수 없이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늘어났다.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니, 기본적인 것만 의지하던 공간에 나의 취향,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하나, 둘 채우기 시작하였다. 기본적으로 있는 물건에 아이를 키우다보니 아이만의 물건들이 가득찼고, 어느새 최소한의 물건으로만 살아야겠다고 다짐했던 때와 달리 책장 가득 책도 사치처럼 보이는 집안 가득 물건을 채우는 사람이 되었다. 정리, 청소에 취미가 없지만, 최소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삶에 대한 예의로 청소기를 밀고는 했다. 가족의 발이 닿는 부분에만..하면 티 안나고, 안 하면 티나는 늘 해야하는 일들에 대하여 “왜”라는 의문이 들기 시작할때쯤 친정엄마가 직접 들려주는 듯한 정이숙 작가의 「오전의 살림탐구」를 만났다.


정리, 청소가 밀린 숙제처럼 다가온 나에게 “매일의 좋은 습관이 삶을 바꾼다”라고 말해주는 이 책은“하나를 비우면 얻는 것은 언제나 그 이상이다. 적게 가질수록 우리는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라고 맥시멀리즘인 우리집에, ‘혹시.’하는 마음에 정리하지 못한 물건들을 정리할 수 있게 도와주었다.

쌀을 씻을 때마다 내 손은 깨끗할까, 손이 너무 시렵다 툴툴거리며 시작했던 그 사소한 일도,거품기로 씻어내는 방법을 보고 지금까지 “손에 물 안뭍히고” 밥을하니 할 때마다 감사함을 느끼는 책이다. 이제 살림은 나의 피할 수 없는 역할이다. 그렇다면 내가 편하게, 하지만 남들이 보이기에 흉이되지 않게 정리를 시작하고, 평생 “내”집은 아니지만 그래도 애정이 조금씩 생기기 시작하였다.


거실과 작은방, 안방이 모두 햇볕이 들어오는 시간이 달랐고, 창을 거쳐 들어오는 햇볕을 쫓아 아이와 함께 지내던 그 순간들이, 생각보다 안온하고 소중했기 때문에 우중충하다고만 생각했던 집이 어느새 편안해지기 시작했다. 그쯤 만났던 책이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김규림 외 著”이다. “나의 작은집에서 경험하는 크고 안전한 기쁨에 대하여”라는 부제를 단 이 책은 '집'에 대하여 단순히 '공간'으로만 접근하는 것이 아닌, 10명의 여성작가들의 새로운 시선으로 풀어내는 또다른 '집'에 대하여 생각해 볼 수 있는 책이다.


그날의 날씨, 온습도에 따라, 아니면 내마음에 따라 달라보이는 집에서 혼자 잘 노는 법을 이야기한 김규림 작가의 글을 시작으로 루틴에 몸을 싣고 하루를 보내는, 대체로 무기력하지만 간혹 즐겁다는 이지수 작가, 문희정 작가의 집과, 작업공간 두집살림을 하며 북스테이를 하는 이야기 등 열 명의 여성작가가 바라본 ‘집’이라는 공간 이야기에 푹 빠져, 나에게 ‘집’은 어떤 의미 일지 생각해보는 책이었다.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니 집에서 해야만 하는 일 들이 눈에 보였고, 집에 대한 의미가 달라졌으며, 좋아하는 것들로 채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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