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어떻게 바라는 가
아주 어렸을적부터 우리집은 다른집과 달랐다. 아빠가 집에 계셨고, 엄마는 아빠에게 몸에 좋은 음식들을 계속해서 챙겨드렸다. 환갑만 넘으셔도, 마을의 경사라하며 환갑때 플랜카드를 여기저기 걸자고 이야기한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65세가 지나셔서 나라에서 주는 혜택도 받고 계신다. 오늘은, 아빠와 엄마가 서울대병원을 오시는 날. 엄마가 정년퇴직을 한 작년부터는 친정인 광주에서 서울로 병원에 혼자 당일치기 왕복으로 병원에다녀가시던 아빠가, 병원에서 쪽잠을 자고 검진을 받고, 서울에 있는 딸 네집에 들리지 않고 가시던 아빠가 엄마의 손에 이끌려, 혹은 딸의 부탁에 집에 오신다.
회사에서 10년차, 이래저래 돈으로 줄 수 없는 복지를 다 쓰지도 못하는 휴가로 생색내는 회사덕분에 일년에 휴가가 31개나 생겼다. 간암으로 뵙는 교수님을 만나는 화요일만 연차를 써볼까하다가, 휴가도 많이 남았는데, 하며 일은 조금 미뤄두고 수요일도 휴가를 썼다.
이틀을 부모님을 볼 수 있기에, 화요일 오전은 아이들이 협조만 해주면, 1월 안에 꼭한 번 가봐야지 하는 곳을 가야겠다 마음먹었고, 다행히 아이들은 평소와 같이 일어나 준비하고 할머니, 할아버지 오시니 어서 어린이집을 가겠다고 감사하게도 서둘러 주었다.
물론, 아침에 준비를 안하고 등원만 시키고 집에 머물까봐, 후다닥 씻고, 엊그제 서점에서 산 책 류시화 시인의 "내가 생각한 인생이 아니야"를 챙겨 이른 아침 함께 나섰다.
가려고 했던 곳의 오픈 시간은 12시, 평소 같으면 제주도 가는 김포공항 가는 길에나 기웃거리던 서쪽으로 지하철을 타고와 지상으로 올라와서 둘레둘레 찾아보다, 제일 익숙한 브랜드의 카페로 향했다. 당근케이크와 따뜻한 원두커피 한잔 생각이 절로 났으나, 아쉽게도 시즌메뉴인지 케이크가 없었고, 밀크티에 샷추가해서 창가석에 앉았다. 산 책, 그리고 빌린 책은 생각보다 안 읽는 습성과 달리 유일하게 챙겨온 그 책으로 두 시간 남짓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다, 졸다가 어느새 12시, 주섬주섬 짐을 챙겨 십분 남짓 거리에 그 곳으로 향했다.
생각보다 프라이빗한 그곳은, 생각보다 안락했고, 생각보다 포근했다.서서히 둘러보다 그냥 못 지나치는 (예전에 오...!하며 호기심이 있었던) 책의 사인본을 만났고, 새 책이 있다고 알려주셨음에도, 그 책 살래요 하고 어느새 내 품에 안았다.
어느자리에 앉을까 하며 흔들리던 동공은 에잇 모르겠다하며 정중앙 모닥불 영상이 보이는 포근한 쇼파로 향했고, 읽던 책이냐, 새 책이냐 고민하던 나는 읽던 책을 펼쳐들고, 생각보다 아늑한 쇼파에서, 생각보다 빨리, 종종 감기려는 눈을 자세를 바꿔가며 애써 뜨고 완독하였다.
잠시 아름다운 공간, 써 내려간 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아빠와 엄마가 오시는 병원으로 종종 걸음을 하며 출발. 평소같으면 창밖을 좋아하니 버스를 택했겠지만, 지방에서 오시는 부모님의 습성상 넉넉잡아 한 시간은 일찍 오실 듯하여 최단 시간을 안내하는 지하철로 향했다.
아침 7시 기차를 타고 이모와 점심을 하시고 온 엄마는 “마음쓰지말라며” 이모가 오늘 같은 날 파주납골당에 부모님 모시고 가서 외할머니 외할아버지를 뵙고오지 그랬냐는 말씀에,
전혀 고려하지 못한 전개에 벙찜 + (당연히)운전은 안하겠지만 버스라도 타고 갔어야 했나 후회 + 난 오전에 무엇을 한거지 라는 의아함이 한꺼번에 몰려왔다.
남자같은 내이름과 달리, 읽던 책의 여자같은 작가가 생각보다 남성미있는 남자였구나부터-
오늘 하루가 “내가 생각했던 하루가 아니었지만” 이 또한 나의 하루이니, 소란스러운 마음은 따뜻한 차 한 잔 마시며 다독여야 겠다는 생각..
몸은 바빴지만, 그 어떤날보다 내가 진정 무엇을 원하는 지 잘 보이지 않았던 날. 나는 무엇을 어떻게 이루기는 바라는 지에 대한 생각이 당분간 머릿속에 맴돌 것 같은 느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