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범노래 Nov 23. 2023

엔트리급이라 믿을 수 없는
차분함과 편안함

EPZ Q1


음향기기는 크게 두가지 성향으로 나눌 수 있다. 밝고 경쾌한 빛의 이미지와 어둡고 무거운 어둠의 이미지다. EPZ K1과 Q1은 빛과 어둠 양 진영의 대표이며, 둘 다 VGP 2022 수상작인 만큼 10만원 미만 금액대에서 추천할만한 이어폰이라 할 수 있다. 앞서 K1을 소개했으니, 이번에는 Q1 차례다. 


EPZ Q1

분류 : 유선 이어폰

금액 : 63,900

드라이버 : 13mm DD

커넥터 : 2pin

플러그 : 3.5mm


Q1의 첫인상은 그저 그렇다. 상대적으로 비교되는 경쟁 엔트리급 모델들은 격렬하게 자신들의 가성비를 자랑한다. 자기가 얼마나 해상도가 높은지, 얼마나 넓은 음역대를 소화하는지, 얼마나 상급 모델에 더 가까운 존재인지를 목에 핏대 세워가며 어필한다. 그렇기에 대부분의 엔트리급 제품들은 자기 욕심에 먹혀버린다. 체급에 맞지 않은 고성능을 가진 것은 확실하나 그걸 제대로 소화하지는 못하기 때문에 어색함이나 부자연스러움이 따라올 수 밖에 없다. 엔트리급이 아님을 어필했지만, 그런 뉘앙스를 풍기기 때문에 오히려 엔트리급이다.   


Q1은 분명하게 자신이 엔트리라는 걸 인정하고 시작한다. 그저 자기 성량에 맞는 크기로 제가 가진 목소리를 낼 뿐이다. Q의 음역 대역폭은 넓지 않고 해상도도 낮은 편이지만 가진 것을 최대로 활용하는 재주가 있다. 들으면 들을수록 급에 맞지 않은 차분함과 편안함이 전해지는데, 이 때문에 오히려 더 상급 모델에 더 가깝다. (차분함과 편안함은 주로 상위 등급에서 발견할 수 있는 특성) 




EPZ는 이어폰이 표현할 수 있는 '소리 자체' 너머 그 뒤에 있는 '그것을 실제로 들을 사람'의 존재를 고려했다. 그렇기에 차이파이가 가진 한계를 돌파한 K1과 Q1같은 명작을 만들 수 있었다. 소리 자체를 바꿔말하면 성능, 그것을 들을 사람을 바꿔 말하면 음악성이다. 이 단어들의 타래를 조금 더 풀어본다면 성능은 음악을 구성하고 있는 소리들을 표현하는 능력, 음악성은 음악에 내재된 감정을 바깥으로 끌어내는 능력이다. Q1은 K1보다 금액은 더 저렴하지만 음악성 점수는 오히려 더 높다. 


그렇다면 이어폰의 성능과 음악성 중 어떤 것이 더 가격에 우선 반영되는가? K1과 Q1의 사례에서는 성능이 더 높은 대접을 받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경험상 낮은 금액대일수록 성능이 더 큰 영향을 미치며, 높은 금액을수록 음악성이 큰 영향을 미친다. 음악성은 성능처럼 직관적이지 않고, 객관적이지도 않기 때문에 많은 이들의 공감을 이끌어내긴 어렵다. 국과 찌개가 오래 끓여야 맛이 우러나오듯, Q1의 매력은 오래 음미해야만 그 맛이 전달된다. 여러모로 엔트리스럽지 않은 특이한 제품이다. 

작가의 이전글 이것이 차이파이의 현주소 어떤 결격사유도 없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