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선 헤드폰계 스테디셀러가 될 테야

final UX3000 SV

by 범노래

* 셰에라자드로부터 콘텐츠 제작 비용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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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X3000 SV


23년 3월에 파이널 최초의 무선 헤드폰 UX3000이 출시되었습니다. 제가 쓴 글을 뒤적거려보니 제목이 '이거야말로 우리가 찾던 블루투스 노이즈캔슬링 헤드폰입니다' 였네요. 약 2년만에 후속 모델이 나왔습니다. 최근 파이널이 메인 드라이버를 'SV' 버전으로 업그레이드하고 있는데, 그것이 적용되어 이 제품도 UX3000 MK2가 아니라 UX3000 SV가 되었습니다.


파이널의 UX시리즈는 무선 헤드폰의 스테디셀러로서 음질과 기능을 높은 수준으로 양립한 제품 시리즈라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무선 제품은 사운드에만 충실하면 되는 유선과 달리 기능적인 면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아예 사운드의 비중을 낮춰버리면 음향기기 브랜드로서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으므로, 적절한 균형을 이룬 제품군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22년 8월에 먼저 출시된 무선 이어폰인 ZE3000은 정통 음악감상용 제품으로서 기능을 배제하고 온전하게 사운드에 집중했었는데, ZE3000 SV이 출시되면서 성능과 기능 양면에서 모두 강한 경쟁력을 가지도록 컨셉이 변경되었습니다. 네...... 파이널도 깨닫게 된 거죠. 무선 제품은 사운드로만 승부할 수 없다는 것을요. 그래서 파이널의 무선 제품들은 이제 '기능과 사운드를 모두 잡은' 라는 공통 노선으로 확실히 자리잡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무선 유저와 유선 유저는 분명 다른 성격을 갖고 있어 각 제품의 컨셉이 달라야 하는 건 맞습니다. 그러나 양 진영간에 교류할 수 없는 장애물이 있는 건 딱히 아닙니다. 사운드에 아쉬움을 느낀 사람은 언제든지 유선으로 진입할 수 있고, 편의성과 기능에 아쉬움을 느낀 사람은 언제든지 무선으로 넘어갈 수 있는 겁니다. 그러니 안정적으로 양 진영에 발을 걸치고 있어야겠죠.


서두가 길었네요. 그러면 UX3000 SV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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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사에서 제공한 특징 정리 및 설명


1) SV 드라이버는 '목소리'에 집중한 음질 실현

SV는 Smooth Vocal이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파이널이 대체적으로 보컬보다는 악기 사운드가 좋다는 평을 받는 편인데, 음악 감상을 하는 분들 중 대부분, 특히나 이렇게 접근성이 높은 무선 제품의 경우에는 보컬이 포함된 음악을 많이 들으실 거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파이널이 '적어도 진입장벽이 낮은 제품들에서는 보컬을 더 신경써서 제품을 만드는 것이 반응이 좋을 것이다' 라는 생각으로 SV 버전으로 교체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겁니다. 확실히 이전 모델에 비해 보컬 쪽에 묘한 스포트라이트가 비춰지면서 돋보이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다만 남성 보컬보다는 여성 보컬이 두드러집니다. 저도 남성 보컬보다 여성 보컬을 훨씬 더 좋아하니 이런 변화에 찬성이긴 한데...... 이건 제 예상이지만 과거부터 일본 내수 시장을 주름잡던 오디오테크니카의 고객을 일부 흡수하려는 목적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일본인이 가장 사랑하는 이어폰 브랜드가 된다? 파이널의 성장 속도를 보면 아예 불가능한 일도 아니니까요.


2) 음질을 우선시한 하이브리드 노이즈캔슬링

이어컵 바깥 부분과 안쪽 부분 모두에 마이크를 채용해서 소음을 상쇄하는 상급의 노이즈 캔슬링 기술입니다. 이건 뭐 객관적인 사실이라 보고, 파이널의 문구에서 주목할 점은 '음질을 우선시했다'는 겁니다. 보통 전자기기 브랜드에서 내놓는 노이즈 캔슬링은 음질을 크게 훼손하더라도 소음을 감쇄하는데에 우선순위가 있습니다. 그러나 음향기기 브랜드라면 최대한 음질을 보전하면서 소음을 감쇄해야 한다는 입장일 겁니다. 그래서 보통 음향기기 브랜드의 노이즈 캔슬링 강도는 꽤 낮은 편입니다. 많은 분들이 건의해본다고 하시던데, 저는 바뀔 가능성이 낮다고 봅니다.


음질을 우선한다와 소음 감쇄 수준을 우선한다는 정반대의 입장이라 정말 자존심이 강한 음향기기 브랜드는 아예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을 빼버리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파이널은 음질을 우선하는 음향기기 브랜드 중에서 강도가 높은 편이기도 하고,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을 켠 것과 끈 것의 차이도 그렇게 심하게 나지 않는 편입니다. 게다가 기본적인 패시브 노이즈 캔슬링도 우수한 편으로, 전원을 켜지 않은 상태로 착용하는 순간부터 소음이 상당 수준 줄어든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3) 전원과 별도로 노이즈 캔슬링만 ON/OFF 가능

전작에서도 적용된 기술로 헤드폰의 전원을 켜지 않고 ANC만 켜고 끌 수 있습니다. 때문에 유선 연결상황에서도 노이즈 캔슬링이 가능하며, 제품을 통화용이라든지 단순 귀마개용으로 사용할 때 요긴합니다. 이렇게 사용할 때 사용시간을 최대로 뽑아낼 수 있습니다. ANC ON + 블루투스 상태로는 25시간, ANC OFF + 블루투스 상태로는 35시간을 사용가능하지만 ANC ON + 유선 상태에서는 40시간까지 사용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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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파이널 고유의 시보 마감

파이널을 상징하는 대표 디자인입니다. 시보는 일본 전통의 공예 기법으로 파이널의 주력 모델에 사용되며, 여러 목적으로 사용됩니다. 첫째 자신들의 뿌리를 잊지 않기 위해 일본 전통의 공예 디자인을 채용한 것이고, 둘째 플라스틱에 시보마감을 더하면 훨씬 더 고급스럽게 보일 수 있습니다. 셋째 마찰력이 늘어나 손에서 잘 미끄러지지 않는 데다 오염에도 강합니다. 원펀치 쓰리강냉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5) 멀티핏 하우징 -> 정확한 핏감 제공, 작게 접을 수 있음

이어컵이 접히는 폴딩 기능과 회전하는 스위블 모두 적용되어 있습니다. 인간의 머리통은 평면이 아니라 들쭉날쭉한 입체적인 모양인데다 완벽한 좌우 대칭도 아니기 때문에 이어컵이 최대한 자유롭게 움직여야만 완벽하게 밀착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너무 자유롭게 움직이게 설계하면 헐렁헐렁거리면서 없어보이기 마련이지요. 그러면서도 너무 조여서 답답하거나 두통이 오는 상황은 또 막아야 하는 고도의 정치 기술(?)이 필요합니다. 수백개가 넘는 헤드폰들을 착용해 본 경험이 있는 저는 자신있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모든 헤드폰의 귀감이 될 수 있는 핏감을 이 모델이 제공하고 있습니다. 마치 래시가드를 머리에 입고 있는 것 같군요.


6) 멀티 포인트 기능

2대의 기기에 동시 연결 상태를 유지하여 바로 바로 전환할 수 있는 편리한 기능입니다. 몇년 전까지는 귀했는데 이제는 어지간하면 지원되니까 엄청 특별하다고 볼 수 없는 기능이죠.


7) 219,000원

전작 UX3000과 동일한 금액입니다. 아주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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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X3000과의 비교

기존 모델 UX3000에 비해서 딱 두가지만 변경되었습니다. 하나는 드라이버, 다른 하나는 블루투스 코덱입니다. aptX LL이 빠지고 aptX HD로 교체되었습니다. 아무래도 Low Latency 코덱이 지원되는 기기가 많이 없다보니 더 범용성이 좋은 코덱으로 변경된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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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운드

파이널 전체를 통틀어 관통하는 특징이 있다면 맑고 또랑또랑한 사운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서 약간의 울림이 느껴지는데, 이 제품이 3000 넘버를 달고 있는 만큼 가장 표준적이고 객관적인 사운드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 고유의 개성이 옅다는 뜻입니다. 다만 이전 UX3000에 비해서 '다이내믹' 속성이 늘어났습니다. 사실 SV로 드라이버가 변경되면서 본사에서 강조한 것이 보컬이지만 제가 보기엔 그보다 소리가 전체적으로 힘차고 활기차졌다는 변화가 훨씬 더 크게 와닿습니다. 이전에는 좀 더 절제하면서 우아하게 표현하는 경향이 강했었는데 이제는 더 분명하게, 적극적으로 곡의 분위기를 표현합니다. 이 제품이 무선이기도 하고 금액도 그다지 높지 않은 편이라 아주 점잖고 고상하게 듣기보다는 신나고 밝은 음악을 들을 가능성이 높기에 그걸 더 잘 소화하기 위한 변화라고 볼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을 켜면 다이내믹 속성이 한단계 더 강화됩니다. 저음 양도 상당히 많이 늘어나고 파이널이 줄곧 외면해왔던(?) 타격감 또한 훨씬 더 강렬해집니다. 보통 ANC 작동여부에 따라 음질이 크게 차이나므로 저는 어지간하면 ANC를 켜지 않는 것을 추천하는 편이지만 이 제품은 ANC를 작동해도 음질이 크게 저하되지 않고 음색이 바뀌므로 장르에 따라 ANC를 적극 사용해도 되겠다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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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완벽한 상품성

이전 UX3000 소개글에서 설명했듯이 이 제품은 기본적으로 누구에게나 추천할 수 있는 상품성을 지닌 제품입니다. 더 좋아질 부분이 있나 싶었는데 있었네요. SV 버전으로 변경되면서 더 좋아진 것은 '20만원으로 무선 헤드폰을 구매하려는 사람이 원하는 방향으로 약간 바뀐 사운드'일 뿐입니다. 비유하자면 '아, 쟤는 성격만 좀만 싹싹하면 진짜 완벽한데' 라는 평가를 받는 친구였는데 드라이버가 바뀌면서 성격이 싹싹하게 바뀐거죠.


20만원으로 구매할 수 있는 무선 헤드폰 중에 이것만큼 완벽한 상품성을 지닌 제품이 있나 생각될 정도라서 파이널이 자신있게 얘기하는 '스테디셀러'라는 표현에 강한 동감을 표하는 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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