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rson Audio Conductor GT4
* 셰에라자드로부터 콘텐츠 제작 비용을 받았습니다.
- Burson Audio
Burson Audio는 2006년에 설립된 호주의 프리미엄 음향기기 브랜드입니다. 거치형 DAC/AMP를 전문으로 하고 있지요. 자체적으로 광고 및 유료 리뷰를 진행하지 않고 박람회에 참여하는 등의 마케팅에 들어가는 비용을 제품 가격에 포함시키지 않으며, 오직 오디오 애호가와 직접 소통하겠다며 브랜드 소개에서 밝히고 있습니다. 이렇게까지 얘기하는 음향기기 브랜드는 버슨오디오가 유일한 듯 싶습니다. 대단한 고집과 자부심이 느껴지지요.
이런 태도에는 물론 실력, 즉 '기술력'이라는 근거가 뒷받침되어 있습니다. 브랜드 로고에 Advanced Audio Research라는 문구를 덧붙일만큼 기존 오디오기술의 한계를 지적하며 오디오 브랜드가 진정으로 추구해야 할 음의 경지를 기술력으로 달성하고자 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기술 두가지를 간단히 설명드리자면
1) 오디오 전용 Op-amp
Op-amp(Operational amplifier)는 회로 구성에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부품이며 우리 말로는 연산 증폭기라 부릅니다. 일반적인 오디오 제품들은 전자기기 산업 전반에서 사용되는 IC Op-amp를 사용합니다. 버슨오디오는 오디오만을 위한 Op-amp를 독립시켜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 결과 더 선명하고 풍부하며 더 세밀한 사운드를 제공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IC Op-amp를 기성복으로, 버슨오디오의 오디오용 Op-amp는 개인 맞춤복이라 비유하고 있습니다만, 사실 비슷한 경우를 이미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일반 등급의 블루투스 이어폰/헤드폰은 블루투스 통합 칩셋에 포함된 DAC/AMP를 활용합니다. 그러나 프리미엄 블루투스 이어폰/헤드폰 중에서는 별도로 DAC/AMP를 독립시켜 사운드처리를 하도록 하는 경우가 있지요. 둘을 비교해보면 확실한 등급 차이가 존재했었습니다. 이 독립적인 Op-amp는 버슨오디오의 핵심 기술인 만큼 Op-amp 제조사로 아는 음향애호가도 많습니다. 실제로 다수의 음향기기 브랜드에서 버슨오디오의 Op-amp를 받아 제품을 만든다고 하지요.
2) MCPS (Max Current Power Supply)
2017년에 개발된 획기적인 전원 공급 기술로, 기존 오디오 시스템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트랜스(변압기)를 바탕으로 한 전원 공급 장치의 여러 문제들을 해결하고자 했습니다.
첫째, 최고 등급의 트랜스 전원이라 할지라도 저항이 15옴이나 됩니다. MCPS에 사용되는 트랜지스터는 저항이 1옴 미만이라고 하는군요. 그만큼 전기를 손실없이 제공할 수 있기 때문에 더 선명하고 더 강렬하며 더 역동적인 사운드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둘째, 트랜스 전원 공급 장치는 인간의 가청주파수 내의 50~60Hz에서 작동하며, 이는 배경노이즈라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MCPS는 170kHz로 동작하기 때문에 귀로 들을 수 없습니다. 따라서 칠흑같이 어두운 배경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이지요.
셋째, MCPS의 크기는 매우 작습니다. 과거에는 크고 무거운 오디오 장비가 유행했습니다. 거대한 변압기와 거대한 커패시터 뱅크는 최고의 성능을 대변하는 특징이었습니다. 하지만 시대가 변했지요. 변압기를 제거하며 더 반응성이 높고 조용하며 공간도 적게 차지합니다.
- 라인업
버슨오디오의 라인업은 꽤 간결합니다.
Voyager 시리즈(플래그십)
GT 시리즈(미들)
Party 시리즈 (엔트리)
등급이 높을수록 금액이 커지고 제품의 부피와 무게가 증가합니다. GT시리즈를 미들로 구분하긴 했지만 금액적으로나 성능적으로나 준플래그십이라 봐도 됩니다. Party 시리즈의 금액은 확실히 낮은데 GT시리즈와 Voyager 시리즈의 금액은 큰 차이가 없으며, 둘 다 헤드파이 기준으로 끝판왕에 속하거든요.
각 등급별 카테고리 구분은 이렇습니다.
Soloist = 헤드폰앰프 + 프리앰프(액티브 스피커 연결용)
Conductor = DAC + 헤드폰앰프 + 프리앰프(액티브 스피커 연결용)
TimeKeeper = 모노블럭 파워 앰프 (좌우 채널을 각각 담당하는 앰프 2대, 패시브 스피커 연결용)
그 외에 별도의 전원공급 장치나 스탠드같은 액세서리도 취급하고 있습니다만 핵심은 앰프라고 보실 수 있습니다. 이 글의 주인공인 Conductor GT4는 DAC + 헤드폰앰프 + 프리앰프로 구성된 브랜드 내의 미들급 제품입니다. GT4는 GT시리즈의 4세대를 의미하고요. 금액은 4,920,000원으로 타 브랜드를 기준으로 하면 플래그십이라고 보셔도 되겠습니다.
- 사운드는 '몸'으로 느껴야 제 맛
이 제품은 기본적으로 DAC + 헤드폰앰프 + 프리앰프 원박스 형태입니다. 이런 종류의 제품 자체는 다른 브랜드에서도 만나볼 수 있지요. 그들과 차별되는 기능이 있다면 서브우퍼 출력입니다. 스피커와 헤드폰의 큰 차이 중 하나는 소리를 귀로만 듣느냐 몸으로도 느낄 수 있느냐인데, 이 제품은 헤드폰을 청취하면서도 서브우퍼의 울림을 통해 몸으로 어느정도 사운드를 느낄 수 있게 만들어놓았습니다. 또한 헤드폰 앰프 + 서브우퍼, 프리앰프 + 서브우퍼 이런식으로 사용할 수 있어서 서브우퍼를 추가할 수 없는 액티브 스피커와 연결하더라도 별도의 서브우퍼를 사용할 수 있게 해줍니다.
- 입출력
디지털 입력 1 : BT 5.0(aptX, aptX HD, LDAC)
디지털 입력 2 : USB-C (XMOS), 최대 32bit / 768kHz
디지털 입력 3 : Coaxial(동축)
디지털 입력 4 : Toslink(광, 옵티컬)
아날로그 입력 1 : RCA / XLR
아날로그 입력 2 : RCA / XLR
아날로그 출력 1 : RCA / XLR (서브우퍼)
아날로그 출력 2 : RCA / XLR (라인아웃, 액티브 스피커 연결용)
아날로그 출력 2 : XLR (헤드폰)
아날로그 출력 3 : 6.3mm (헤드폰)
아날로그 입출력 : 게이밍 헤드셋용 (Y자 분배기 포함)
아날로그 입력이 있기 때문에 순수 헤드폰 앰프만으로도 사용할 수 있고, 디지털출력이 지원되는 여러 재생기기와 연결하여 DAC+헤드폰 앰프를 모두 사용할 수 있습니다. USB-C를 PC에 연결하면 UPnP(Universal Plug and Play) 드라이버가 자동으로 설치되고, 동일 네트워크에 연결된 서버에 접속할 수 있게 됩니다. 또한 이 제품은 Roon Ready를 지원합니다. 이 브랜드는 Roon에 대해 특별한 관심과 애정(?)을 갖고 있어보입니다. 그들의 시작이 범용 Op-amp가 아닌 오디오용 Op-amp를 구별해야 한다는 것이었는데 Roon 역시 모든 네트워크 범용으로 쓰이는 UPnP가 아닌 오디오용 전용 네트워크 구축이란 목표가 일치하기 때문입니다.
- 디자인
1) 세로로 사용할 수 있음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 또는 그게 더 멋있을 것 같다는 이유로 누군가는 세워 사용하고 싶을 수 있습니다. Conductor GT4는 전면에 배치된 버튼을 통해 액정 화면을 가로가 아닌 세로로 변경할 수 있습니다.
2) 탁월한 쿨링 케이스
이 제품은 퓨어 클래스 A 증폭방식을 사용합니다. 그만큼 발열이 많아 이를 제어하기 위해 단단하고 열을 방출할 수 있는 특별한 구조의 케이스로 마감되어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우리 일상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라디에이터 같은 느낌도 나는군요.
3) 든든한 전함같은 패밀리룩
버슨오디오의 모든 제품은 밀도가 높은 6mm 알루미늄 패널로 무장된 전함 포스를 풍깁니다. 버슨오디오 기기 전용 스탠드 이름이 'Mothership (모함, 작은 함들을 싣고 있는 대형 함)'인걸 보면 본사에서도 어느정도 의식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모함에 차곡차곡 탑재된 버슨오디오 제품들을 보면 가슴이 절로 웅장해지는 듯 하지요.
4) 아담함
앞서 설명드린 MCPS의 영향으로 타 브랜드의 플래그십에 비해 체구가 꽤 아담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크고 웅장한 사이즈의 제품을 좋아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다양한 환경에 배치하기에는 작은 편이 확실히 유리합니다. 실용적으로 공간활용에 집중하고 싶은 분들의 비중이 더 높을 것 같기도 하고요.
- 사운드
1) 강인함
제가 봤을 때 버슨오디오를 관통하는 사운드 시그니처는 강인함과 강직함입니다. 완벽한 힘으로 모든 사운드를 제어하고, 어떤 곡에도 흔들림 없는 사운드를 들려준다는 느낌입니다. 구동하기 까다로운 헤드폰, 특히 플래그십 등급의 평판 자력형 헤드폰을 연결해서 비교해보면 이 제품의 구동력을 체감할 수 있습니다.
2) 정확함
강력한 힘을 과하게 쓴다면 부족한 것과 똑같습니다. 딱 필요한 타이밍에 딱 필요한 양만큼만 제공하기 때문에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정확한 사운드를 재생합니다. 1번 속성과 더불어 단단하고 안정적으로 사운드가 재생된다는 느낌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3) 중립성
이전에 제가 경험해본 버슨오디오의 제품은 Soloist GT3라는 단독 헤드폰앰프 였습니다. 그때 들었던 생각은 '자기 주장이 그래도 꽤 있구나' 였습니다. 그러나 Conductor GT4를 테스트하며 비교해보니 확실히 그보다는 더 약했습니다. 아마도 다른 브랜드의 DAC와 연결하여 테스트했기 때문에 매칭의 영향이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헤드폰의 고유 음색을 건드리지 않는 중립성으로 여러 헤드폰을 수집한 애호가분들에게 알맞습니다.
사실 이런 이유 때문에 원박스를 선호하기도 합니다. 서로 다른 브랜드의 단독 DAC + 단독 AMP을 조합하면서 내가 원하는 사운드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즐기는 분들도 있지만 그런 과정을 번거롭게 여기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예상한 대로 결과가 나오지 않을 경우엔 문제가 더 복잡해지기도 하고요. 한 브랜드에서 DAC+AMP가 통합되어 나오면 적어도 그런일은 발생하지 않습니다. 제조사가 어련히(?) 매칭에 신경써서 만들기 때문입니다.
- 마스터 올인원 DAC / AMP / Pre AMP
버슨오디오 특유의 강인함과 강직한 사운드를 마음에 들어하는 분들이 있었지만 그간 국내에 소개된 제품이 단독 헤드폰앰프 Soloist 뿐이었기 때문에 DAC가 포함된 Conductor를 오랫동안 기다리셨을겁니다. 마침내 선을 보이게 되었네요. 저도 되게 궁금했었는데 깔끔하게 해소되어 시원합니다.
하나의 기기로 간단하게 헤드파이 시스템을 종결하고 싶은 분들께 권장드리고 싶은 제품이며, 다양한 등급의 헤드폰을 접하는 저같은 리뷰어에게도 반드시 필요한 성능과 중립적인 성향을 지니고 있어 반납하기 몹시 아쉬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