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완전 무선으로 재탄생

KOSS Porta Pro Wireless

by 범노래

* 셰에라자드로부터 콘텐츠 제작 비용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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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rta Pro


어떤 제품이 무려 40년동안 생산되고 있다면 그 사실 자체만으로 명품이라 불러도 될 것입니다. KOSS의 Porta Pro는 1984년에 출시된 모델이고 지금까지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허나 이제는 바야흐로 무선의 시대, 아무리 포타프로를 애정하는 팬이라 해도 더 이상 '유선' 헤드폰을 쓰지 못하겠다고 하는 분들도 생겨나기 시작했지요. 그래서 코스가 2018년에 내놓은 것이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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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입니다.


음... 분명 무선은 맞는데...... 유선이기도 합니다. 떡하니 선이 보이잖아요. 코스 입장에서는 기존 포타프로의 틀을 최대한 해치지 않고 싶어 이런 형태로 출시한 것 같습니다. 만약에라도 포타프로의 최대 강점인 가볍고 작게 접을 수 있다는 장점이 훼손되어버리면 그걸 포타프로라고 부르기 어려울테니까요. 물론 이렇게만 해도 감지덕지하는 포타프로 팬들이 있었겠지만 저는 좀 아쉬웠습니다. 좀 무겁고 커지더라도 선이 아예 없는 편이 아무래도 나을 것 같았거든요. 7년이라는 긴 시간이 지나 진짜로 선이 없는 포타프로가 출시되었습니다. 얏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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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완전 무선 버전의 포타프로 명칭은 Porta Pro Wireless라고 합니다. 그런데 반만 무선인 그 헤드폰의 모델명 역시 Porta Pro Wireless 였기 때문에 이번에 출시된 제품을 Porta Pro Wireless 2.0이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는 모양입니다. 국내에서는 반무선 포타프로를 정식 수입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포타프로 와이어리스라고 하면 이 모델을 부르는 것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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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rta Pro Wireless


154,000원

BT 5.2

AAC / SBC

최대 20시간 이상의 재생시간

3.5mm 유선 케이블로 전원 OFF 상태에서 재생 가능

67g

15 - 25,000Hz 재생 주파수 대역

하드 케이스 제공

3.5mm 케이블 / USB-C 충전 케이블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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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력 하나, 작음


'야, 너 얼굴이 주먹만하다' 라는 말은 흔히 쓰는 표현이지만 '헤드폰이 주먹만하다' 는 잘 쓰이지 않습니다. 제가 여태 만나온 수백개가 넘는 헤드폰 중에 실제 그런 사이즈가 없었거든요. 제 손이 평균보다는 크겠지만 그렇게까지 큰 편은 아닙니다. 그러니 주먹만하다는 게 정말 한 치의 거짓도 없는 겁니다.


포타프로 와이어리스는 어떤 무선 헤드폰보다 작습니다. 헤드밴드와 유닛을 연결하는 부위 아래쪽에 걸쇠가 있어서 작게 접은 후에 고정됩니다. 이 상태로 제공되는 하드케이스에 안전하게 보관하여 들고 다닐 수 있게 되는 것이지요. 포타프로 와이어리스는 또 어떤 무선 헤드폰보다 더 가볍습니다. 개인적으로 헤드폰이 묵직하다고 느껴지는 무게가 300g이라고 보는데 67g이면 정말 무게를 느낄 수 없을 정도의 가벼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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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력 둘, 레트로한 디자인


제가 포타프로라는 헤드폰을 처음 본 건 2000년도 초반이었습니다. 그때는 솔직히 되게 못생겼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2010년대에 다시 한번 포타프로를 봤을 때는 생각보다 멋진 구석이 있네? 라고 생각했습니다. 다른 모든 헤드폰과 같지 않은 독특한 디자인 감각이 있다는 것에 높은 점수를 줄 수 있었고, 보다 보니까 괜찮은 것도 같더라고요.


그리고 2020년 들어 레트로 붐이 일자 포타프로를 착용한 많은 인플루언서들의 사진을 보고서는 헤드폰의 디자인이 문제가 아니라 그걸 받아주지 못하는 나의 외모에 하자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레트로를 표방하는 많은 헤드폰 중에 가장 대표격인 디자인을 갖고 있는 제품이 바로 포타프로 와이어리스라고 생각합니다. 근데 엄밀히 따지면 레트로를 겨냥한 아이템이 아니라 포타프로가 레트로 그 자체입니다. 1984년생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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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력 셋, 사운드


아무리 작고 디자인이 유니크하더라도 헤드폰으로서 가장 중요한건 뭐니뭐니해도 사운드입니다. 지금에야 가성비 하면 중국 브랜드, 차이파이를 가장 먼저 떠올리겠지요. 그러나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가성비 하면 무조건 KOSS를 떠올릴 정도로 가성비의 대명사격 브랜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포타프로 와이어리스가 들려주는 사운드는 금액을 아득히 초월한 수준입니다. 제가 볼 때는 이쪽에 오래 발을 담근 사람일수록 사운드에 대한 평가는 높아질 수 밖에 없습니다. 물론 해상도가 낮다는, 누군가에게는 치명적일 정도의 단점을 안고 있긴 합니다. 요즘 사운드 추세가 워낙 Cool & Clear 성향이라 그걸 기준으로 하면 저음 비중이 대단히 높고 먹먹한 소리 계열이라고 볼 수 있죠. 근데 이 제품이 출시된 80년대에는 이게 주류였기도 하고, 이 제품이 야외에서 사용을 적극 권장하는 성격을 띠고 있는 만큼 실외에서는 저음 비중이 높아야 어느정도 밸런스가 맞습니다. 마지막으로 고음 위주의 제품보다는 저음 위주의 제품이 더 범용성이 있습니다. 엔트리급에서 플래그십으로 갈수록 점점 저음이 빠지는 게 일반적인 걸 보면 말이지요.


해상도(음질)는 사운드의 수많은 요소 중 하나일 뿐입니다. 그 외 음악성, 밀도감, 자연스러움, 공간의 연출 등 사운드를 평가할 요소들은 많은데, 포타프로 와이어리스는 나머지 요소들에서 모두 S급의 능력치를 지녔습니다. 다르게 말하자면 사운드에서 느껴지는 분위기가 굉장히 노련합니다. 특히 음의 밀도감이 높아 진정성이 느껴지고, 깊이가 느껴지는 저음에는 감탄하게 됩니다. *35mm에 불과한 이 작은 사이즈의 진동판에서 어찌 이렇게 깊은 저음을 내는지 기이할 정도죠.


*제조사에서 발표한 적은 없으나 KOSS의 수 많은 팬들이 직접 분해해서 자로 측정한 값. KOSS의 가성비가 워낙 좋고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에 KOSS 애호가들이 개조하여 사용하고, 결과를 공유하는 문화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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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력 넷, 투박하지만 영리한 포인트들


1) 헤드밴드의 길이 조절부에는 마찰력을 높이는 돌기로 마감되어 있어 쉽게 사이즈를 조절할 수 있습니다.


2) 제 머리는 상위 5% 정도로 꽤 큰 편입니다. 그래서 전체 헤드폰 중 10~15% 정도는 헤드폰 사이즈를 최대로 넓혀도 간당간당하게 착용됩니다. 만약 이어컵의 사이즈가 '온이어'라면 확률이 거의 100%가 되고 아예 착용이 되지 않을 가능성도 높아집니다. 도대체 왜 이렇게 헤드폰을 작게 만드는 걸까요? 포타프로 와이어리스는 가장 작게 접으면 주먹만하지만 최대로 넓힐 경우 저에게도 문제없이 착용 가능할 정도로 넉넉해집니다. 진정 고무고무 열매를 먹은 헤드폰입니다.


코스가 전체적으로 금액이 낮고 크기가 작아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컨셉을 갖고 있는만큼 귀에 살포시 얹어 착용하는 온이어 타입이나 헤드폰이 아니라 머리띠라고 생각될 정도의 제품도 꽤 많이 만듭니다. 안타깝게도 저한테는 모두 작아 제대로 된 착용이 불가능했습니다. 제가 10만원 이하 최고의 유선 헤드폰으로 극찬을 아끼지 않는 KOSS KPH40 모델의 유일한 단점이 바로 사이즈였거든요. KOSS에서 출시한 소형 헤드폰 중에서 유일하게 대두도 넉넉하게 착용할 수 있는 모델이 포타프로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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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컴포트 존이라고 하는 옵션으로 핏을 조절할 수 있습니다. Firm으로 두면 양쪽에서 조이는 힘이 강해지고 Light로 두면 느슨해져서 두상의 모양에 맞춰 조절하시면 됩니다. 저는 당연하게도(?) Light로 해 두어야 편안하게 착용 가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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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유닛 부와 헤드밴드를 연결하는 부분이 어떻게 보면 되게 조악하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실제로 움직여보면 덜렁덜렁하다는 느낌마저 들지요. 그런데 이렇게 귀와 직접 맞닿는 유닛 부분이 최소한의 고정점만 가진채 자유롭게 움직여야만 최적의 핏을 맞출 수 있습니다. 이어컵이 딱 고정되어 있는 헤드폰들은 착용감 자체는 좋을 수 있어도 핏이 완벽하게 떨어진다는 느낌이 안들 수도 있거든요. 대부분의 두상이 완벽한 대칭이 아니기 때문에 좌우 다른 각도로 자유롭게 움직이는 구조일수록 좋은 핏이라는 결과물을 가져다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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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정한 Portable Pro, Porta Pro


포타프로 와이어리스는 아주 가벼운 무게와 작은 크기, 가벼운 마음으로 접할 수 있는 무선 헤드폰이며, 레트로한 감성의 패션아이템으로도 추천할 수 있고, 전설의 KOSS 브랜드 제품인만큼 사운드적인 완성도 또한 놓치고 싶지 않은 분들을 위한 제품이라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유선 버전의 포타프로는 40년의 역사를 지닌 전설적인 제품이었고, 그 뒤를 이어 포타프로 와이어리스도 수십년간 명맥을 유지할 정도로 추천할 수 있는 제품이라고 생각됩니다. 특별히 내 용도에 맞지 않더라도 포터블 하이파이 애호가라면 기념삼아 소장해야 할 제품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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