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글리(2024), *스포 O
16세가 되면 완벽한 외모로 바꿔준다니. 주인공들은 다시 태어나기를 기다리듯 "프리티"가 되어 번쩍이는 세상으로 넘어갈 날을 손꼽아 기다린다. 영화가 시작하며 처음에 들었던 의문은 '과연 완벽한 외모 설정을 어떻게 할 것인가?'였다. 너무 주관적이지 않나? 아니나 다를까 주인공이 시뮬레이션으로 미리 보는 프리티의 모습을 보고 개인적으로 '잉?'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여기서부터 몰입이 깨지면 나머지를 보기가 너무나 어려워질 것이기에,, 눈 감고 넘어가기로 한다.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가 따로 있으니 스포일러를 쏟아붓자면 사실 프리티가 되기 위해서는 외형적인 변화만 겪지 않는다. Brainwash. 어우 무서워. 말 그대로 뇌세척이 이뤄진다. 개인의 주관을 싹 제거하고 그 사회의 가치관에 부합하는 사고관을 주입해서 사람들이 마치 그것이 자신의 주관인 양 착각하고 살아가게 만드는 것이다. 이것을 보고 거창하게 수술이니 뭐니 하지 않아도 우리의 뇌를 이미 지배하고 있는 것, 미디어의 영향을 생각하게 되었다.
미디어가 사람들을 조종할 수 있게 된 근간에는 사람들의 신뢰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당연하지 않은가? 뉴스나 영상이 나오면 우리는 자연스럽게 근거가 있겠거니 생각하게 된다. 어떤 내용을 온 세상에 퍼뜨리고 있다면 당연히 자신이 있는 거겠지, 책임질 수 있으니 그렇게 하는 거겠지 생각하게 된다. 사람과 미디어에 대한 신뢰가 있기 때문이다. 미디어가 처음부터 사람들의 뇌를 세척하고자 의도적으로 접근하지는 않았으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어느덧 우리는 의심하고 또 의심해야 하는 시대에 살게 되었다. 미디어가 우리의 신뢰를 배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충 흘겨보면 뉴스 같이 생긴 틀을 만들어 위. 풍. 당. 당. 하게 어떤 내용을 적어둔 것이 진짜 뉴스인 것처럼 일파만파 온라인을 떠도는 일이 만연하다. 한 번은 인터넷 서핑을 하다 어떤 가수가 무슨 투자를 진지하게 추천한다는 인터넷 뉴스 헤드라인을 보았다. 이 가수가 이렇게 얼굴을 내어놓고 이런 인터뷰를 할 것 같지 않은데, 피싱 치고는 너무나 온라인 뉴스랑 똑같이 틀을 만들어놔서 이상해서 클릭했더니 아니나 다를까 피싱인 적도 있었다. 속는 사람이 있으니 이런 게 계속 생기는 걸까? 틀보다는 내용을, 내용보다는 사실에 기반한 근거를 돋보기처럼 들여다봐야 하는데, 바쁘다 바빠 현대사회에서는 그럴싸한 껍데기만 보고 속아 넘어가는 사람이 많은 걸까?
끊임없이 무언가를 추천해 내는 알고리즘을 보며 어느 순간 주도권을 빼앗겼다는 생각도 들었다. 영화에서 세뇌를 한 이유도 결국 사람들을 지배층의 입맛대로 편하게 조종하기 위해서였다. 지배층이 말하는 것은 모두 진실이겠거니 받아들이는 순종적인 사람들. 저항하지 않는 사람들. 그들에게는 주도권이 없다. 그렇게 정보의 생산자가 되지 못할 뿐 아니라, 자기 삶의 생산자로서 살아가지 못하게 된다. 언젠가부터 나는 알고리즘과 기싸움을 하기도 한다. 시청 기록 안 남길 건데? 맞춤 광고 필요 없는데? 등등... 물론 일대 다수의 싸움이라 역부족이다.
꼭 싸울 필요까지는 없을 수도 있다. 수용할 때 수용하더라도 비판 없이 말고, 좀 더 날카롭게 수용하는 건 어떨까? 있는 그대로 믿지 말고, 팩트 체크 해가며, 조금만 더 파고들며 말이다. 어떤 무책임한 가짜 정보는 누군가를 너무나 괴롭히는 일이 될 수도, 나를 똑같이 무책임한 공범으로 만들 수도 있으니까.
거울을 보며 눈동자를 체크한다. 나를 볼 때도 다른 사람을 볼 때도 눈동자를 살피는 일이 부쩍 늘었다. 눈빛 때문이다. 프리티가 된 주인공들의 눈도 빛난다. 그런데 어딘가 가짜 크리스탈 같은 느낌이다. 비어있는 반짝임. 그것 말고 꽉 찬 눈빛을 갖고 싶다. 그런 눈빛을 가진 사람을 보고 싶다. 눈빛의 한 조각은 주체성에서 비롯되는 것 같다. 쏟아지는 정보를 무기력하게 흡수하는 대신 직접 선별할 수 있다는 자신감.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는 느낌. 그 눈빛을 동경한다.
모순적이게도 눈빛은 잘 기억이 안 나는데 영화의 데이비드 참 훈훈했다. 혹시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을 교과서처럼 보는 그룹의 리더라서 이름이 데이비드였던 걸까?
영화 자체는 딱히 매력 있지 않았으나 데이비드 역의 배우 Keith Powers를 알게 되어 감사했던(ㅋㅋ), 그리고 9년 전 원서로 선물 받고 아직 완독을 한 번도 못한(Malek, 잘 지내? 미안해,, 완독하고 연락할게) Walden이 역시 대단한 책이었구나 싶어 다시 시작해보고자 하는 의지를 심어준 영화였다.
끝으로, 이 감상평 또한 참고만 하시고 어떤 영화인지 직접 체크해 보는 방법도 있다는 걸 잊지 않으시길 바란다.
*사진 출처: https://www.imdb.com/title/tt13186604/mediaviewer/rm117072385/?ref_=ext_shr_l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