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보고 영감 받은 날의 일기
지난 일기들을 보았다.
1년 전 퇴사 직전의 나는 영혼이 탈탈 털린 탈진 상태를 막 벗어난 상태였다.
"최악에서 조금 올라왔지만 탈진의 느낌을 잊을 수 없다"라며 복잡한 심경을 손으로 다 적기 힘드니 워드로 남기겠단다.
8개월 전 나는 지난 연애의 어느 시점부터 나의 일방적인 희생이 관계를 지탱하고 있었음을 이미 알아차렸다.
"너 참 많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너무 억지스럽게는 하지 말자. 이별하더라도 큰 배움이 남을 것이니 너무 힘에 부치면 그만두자"라는 구절에서 나의 어떤 면모에 새삼 든든함과 서늘함을 느꼈다.
4개월 전인 올여름에는 얼굴에 모기 물렸다, 에어컨을 깜빡하고 켜고 잠들어 머리가 깨질 듯 아프다는 종류의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이...
그리고 어제의 일기,
"이렇게 하고 싶은 걸 다 하고 살아도 되나 싶을 정도로 감사한 나날이다."
일기는 주로 힘들 때 찾게 되어 괴로운 이야기들이 가득한데, 사실 지나고 보면 항상 너무 재미있다.
과거의 고통을 즐기는 현재의 나라니.
좀 잔인해 보여도 덕분에 괴로움이 찾아와도 덜 두렵다. 지금의 고통을 곱씹으며 미소 지을 미래의 나에 대한 믿음이 생겼달까?
그렇게 고통스러운 시절을 적당히만 앓고 보내주면 결국 어제처럼 행복에 겨운 일기를 쓸 날이 또 올 것이라는 것도 이제는 안다.
뿌리째 뽑히지만은 않겠다는 마음으로 고통을 맞이하고, 보내주고, 또 그만큼의 희망을 만나 몇 걸음 더 나아지는 과정이 인생 아닐까,
라는 교훈을 본인 일기를 보고 얻었다는 프로 교훈수집가의 일기.
글을 발행하며 오늘 얻은 교훈, "일기를 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