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오래 준비해온 대답-김영하의 시칠리아>를 읽고
어떤 나라나 도시를 마음에 두었다 한동안 잊어버린다.
그러다 문득 어떤 계기로 다시 그곳이 떠오른다.
그리고 정신을 차려보면 어느새 그곳에 가 있다.
11페이지 <프롤로그>에서
사서 축적하는 삶이 아니라 모든 게 왔다가 그대로 가도록 하는 삶,
시냇물이 그러하듯 잠시 머물다 다시 제 길을 찾아 흘러가는 삶.
음악이, 영화가, 소설이, 내게로 와서 잠시 머물다 다시 떠나가는 삶.
어차피 모든 것을 기억하고 간직할 수는 없는 일이 아니냐....
이런 인생을 흘러가는 삶, 스트리밍 라이프라고 부를 수는 없을까?"
36페이지
그럴 때 여행은 낯선 곳으로 떠나는 갈 데 모를 방랑이 아니라 어두운 병 속에 가라앉아 있는 과거의 빛나는 편린들과 마주하는, 고고학적 탐사, 내면으로의 항해가 된다.
91페이지
어떤 풍경은 그대로 한 인간의 가슴으로 들어와 맹장이나 발가락처럼 몸의 일부가 되는 것 같다.
124페이지
아이스크림을 먹는 즐거움을 왜 훗날로 미뤄야 한단 말인가?
죽음이 내일 방문을 노크할지도 모르는 일이 아닌가.
죽음을 기억하라는 메멘토 모리와 현재를 즐기라는 카르페 디엠은 어쩌면 같은 말일지도 모른다.
247페이지
시칠리아는 나에게 현재의 삶을 있는 그대로 즐기는 법을 가르쳐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