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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반 Jan 02. 2024

알프스 한 달 살기(5)

프랑스에서 자동차 운전할 때 알아둘 사항

오늘은 프랑스에서 자동차 운전을 할 때 알아 두어야 할 것들을 정리해 보고자 합니다. 저의 개인적인 경험에 따른 내용임을 미리 말씀드립니다.


보통 도로체계나 법규는 외국이나 한국이나 거의 비슷합니다. 별문제 없이 운전할 수 있을 겁니다. 다만, 사회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운전습관이나 운전문화는 다를 수 있습니다. 이 점을 잘 알아 두면 좋을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도 천천히 여유 있게 서로를 배려하면서 운전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도로 위에서 시간을 절약하려 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지요.


오브나에서 그레노블로 가는 A48 고속도로


1) 보행자가 우선이다.


프랑스의 경우, 도시의 좁은 길에서는 우리나라처럼 보행자들이 신호를 잘 지키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더라도 보행자가 우선입니다. 더욱이 어떤 도시에서는 시속 30km 미만으로 속도를 제한하거나 시내 진입을 아예 제한하려는 추세에 있습니다. 자동차가 시속 30km 미만으로 서행해야 보도를 걷는 보행자가 위협을 느끼지 않는다고 합니다. 보행자를 우선적으로 생각해서 자동차의 속도를 정한다는 얘기지요. 약자 우선 정책으로 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사람 중에 어떤 분은 '어떻게 하면 더 빨리 달릴 수 있을까를 연구해야지, 그렇게 약자 위주로 가면 사회가 무슨 발전이 있겠느냐'라고 반문하시더군요. 철학의 문제입니다. 빨리 달리면 더 행복할까요? 


어쨌든 길이 한적하더라도 시내에서는 철저히 서행해야 합니다.


2) 정면 신호등만  찾지 마라


이 점이 우리나라와 다른 점이라서 주의를 요합니다. 우리나라는 신호등이 운전자의 전면에 설치되어 있습니다만, 프랑스의 도시에서는 전면에 신호등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개 도로 양옆에 서있는 가로등이나 기둥에 운전자의 눈높이에 맞춰 조그맣게 표시돼 있습니다. 양쪽 기둥의 신호등이 푸른색일 때에 지나가야 합니다. 혹시라도 이것을 못 보고 지나치게 된다면 매우 위험하겠지요. 도시 미관을 위해서 도로의 설치물들을 최소화하려는 프랑스인들의 아이디어인 듯합니다. (프랑스에서는 간판의 크기나 색깔까지도 규제하지요.) 참고로, 신호위반에 대한 처벌은 한국보다 훨씬 엄격합니다. 아주 예전의 일이지만, 필자는 나 자신도 모르게 신호를 위반했다가 경찰에 적발되어 법정에 섰던 기억이 있습니다. 30여 년 전, 그 당시 60만 원 정도의 벌금이 선고되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3) 끼어들기:무조건 허용하라


프랑스의 주행 규칙은 왼쪽 차선의 차량 속도가 오른쪽 차선의 차량 속도보다 빠르다는 가정하에 만들어집니다. 따라서 앞서 달리는 왼쪽 차선의 차량은 오른쪽 차선에 진입할 때,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고 자유롭게 진입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끼어들 권리가 왼쪽 차선에 있다고 보는 것이죠. 이때 오른쪽 차선을 달리는 차량은 당연히 끼어들기를 허용해야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끼워주고 안 끼워주는 것은 본인에게 권리가 생각하며 운전하는 사람들이 흔히 있지요. 그래서 끼워주지 않으려고 속도를 더 내는 경우도 보았습니다. 프랑스에서는 매우 위험한 운전 태도입니다!. 


아주 예전에 프랑스에서 출고되는 차들 중에는 아예 오른쪽 백미러가 없이 출고된 차량도 많았습니다. 오른쪽 차선으로 변경할 때, 오른쪽 차선으로 달려오는 차량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니까요.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이, 앞쪽의 차들이 까려 든다면 무조건 속도를 줄여서 끼어들기 쉽도록 배려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저는 우리나라도 무조건 양보하는 운전 문화가 만들어졌으면 좋겠습니다. 끼워주지 않으면 본인이 더 빨리 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근시안적인 생각을 버려야죠. 끼워주지 않으면 도로 전체에 체증이 더 증가하고, 운전이 더 피곤할 뿐만 아니라, 결국 그 손해가 자기에게 돌아옵니다. 양식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일까요?   


4) 로터리(Roundabout) 교차로에서는 무조건 멈춰라


프랑스의 국도나 지방도에는 신호등이 거의 없습니다. 로터리가 설치돼 있지요. 로터리 교차로 운행 규칙에 대해서는 다들 알고 계시지만 습관 때문에 문제가 생기더군요. 차량 통행이 한적한 시골의 작은 로터리에서는 일단 멈추고 먼저 진입한 차량이 빠져나갈 때까지 기다렸다가 진입하는 것이 품위 있게 운전하는 매너입니다. 먼저 돌고 있는 차량들이 있는데도 여유가 있다고 생각하고 쭈뼛쭈뼛 진입해 들어가는 것은 위험합니다. 먼저 진입해 돌고 있는 차량은 자기에게 우선권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진입을 대기하고 있는 다른 차량을 신경 쓰지 않고 빠른 속도로 돌아 빠져나가려고 합니다. 이때 엉거주춤 조금씩 진입하는 차량이 있다면 위험한 상황이 되는 거지요. 누구나 다 아는 상식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한국 사람들이 프랑스에 와서 운전할 때, 로터리 교차로에  진입하는 방법을 제대로 익히기까지는 상당한 연습이 필요하더군요.

5) 앞차에 바짝 붙이지 마라


언젠가 국도에서 무심코 운전을 하고 가는데 앞 차가 멈추더니, 운전자 차에서 내려 내게 다가와 항의를 하더라고요. 왜 자기 차에 바짝 붙이냐고! 자기를 위협한다고 오해한 것이죠. 나는 그제야 내가 한국식으로 운전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인구밀도가 높은 우리나라에서는 줄을 서더라도 앞사람과 바짝 붙어 서게 되죠. 프랑스에서는 차간 거리, 사람 간 거리를 넉넉하게 넓히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습관을 고치는 일이라서 생각보다 쉽지는 않습니다.


6) 과속을 자랑하지 마라.


 프랑스 고속도로의 최대 허용 속도는 130 km입니다. 독일과는 다르지요. 경우에 따라서는 110km로 제한하기도 합니다. 당연히 도로에는 Radar라고 하는 속도 측정기가 군데군데 설치돼 있습니다. 우리나라와 다른 점은 과속 측정 장치 위치를 알려주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속도를 위반한 경우 초과한 속도에 따라서 벌금을 물게 되는데 우리나라보다 훨씬 큰 금액입니다. 렌트 차량인 경우, 과속 벌금이 확인되면 보증금에서 차감될 수 있습니다. 도로는 자동차 경주장이 아니죠. 혹시라도 ‘프랑스에서 시속 200km로 달려 봤다’고 자랑하는 여행자가 있다면 그는 유치한 것입니다.


7) 일방통행, 인내심을 가져라


파리 같은 대도시에는 일방통행 길이 대부분입니다. 옛날 도시이고 길이 좁기 때문이죠. 언제나 차들이 많아서 교통체증도 심합니다. 그런데 이런 일방통행 길에서조차 짐을 배달하는 트럭들은 길 한가운데에 차를 세워놓고 여유 있게 짐을 내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주차할 곳이 없으니 어쩔 수 없겠지요. 어떤 생각이 드는가요? 이런 때, 프랑스 사람들은 관용을 베풉니다. 그 트럭 때문에 수 십 미터 체증이 생기더라도, 경적을 울리거나 누구 하나 나서서 항의하는 것을 본 적이 없습니다. 지하철 파업이 여러 날 계속되더라도 불편하다는 이유로 그들을 비난하지 않는 것처럼 말입니다. 오히려 그들이 여유를 가지고 일을 잘 끝낼 수 있도록 미소를 건넬 수 있다면 더 좋은 세상이 되겠지요. 이런 상황에 처하더라도 화를 내거나 경적을 울려 대지 마시기 바랍니다. 먹고사는 문제는 존중되어야 하니까요. 함께 살아가는 연대의식입니다. 내가 왜 다른 사람들 먹고사는 것 때문에 손해를 보아야 하느냐고 항변하는 사회는 저질 사회입니다. 우리 모두는 타인의 삶에 대해서도 책임이 있습니다.


요컨대, 외국에서 안전하고 즐거운 자동차 여행을 하기 위해서는, 좀 더 여유를 가지고, 느리게 사는 지혜를 배워야 합니다. 국도나 지방도를 달릴 때, 혹시라도 길 옆에 사람이 걸어가고 있다면, 보행자가 자동차에 위협받지 않도록 속도를 최대한 줄인 다음 조심스럽게 지나치십시오. 제가 알프스의 어느 산길 바로 옆에서 밭일을 하고 있을 때, 지나가는 차들이 속도를 줄이며, 저마다 한 마디씩 인사를 건네고 지나갔듯이 말입니다. 그것이 타인에 대한 배려이고 자신의 품격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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