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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atre Romance Aug 17. 2020

무언가를 배우는 곳은 아닙니다만, 극장입니다.

Brooklyn Acdemy of Music

미국에서 가장 유서 깊은 복합아트센터 중 하나. 브루클린을 뉴욕 속 또 다른 공연예술의 중심으로 만드는데 선구적인 역할을 한 곳. 전위, 진보의 장이자 세계 최고 수준의 예술 축제를 여는 곳. 이 문장들의 주인이 바로 Brooklyn Academy of Music이라는 것에는 이견을 제시하는 사람은 찾기 어려울 것이다.

 

Peter Jay Sharp Building (출처 : https://www.timeout.com)

BAM은 브루클린에 위치한 복합아트센터로 지역 커뮤니티는 물론 전 세계의 모험을 즐기는 예술가들, 관객들, 더불어 예술적 발상의 고향 같은 역할을 해 온 곳이다. 150여 년 이상의 긴 역사를 가지고 있는 이 곳. BAM을 방문해 보지 않은 사람들은 'Academy'라는 명칭이 붙어 있다고 해서 음악을 배우는 음악원이라고 생각할 수 있으나, BAM은 명실상부 브루클린은 물론 뉴욕, 그리고 미국을 대표하는 복합아트센터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이곳을 공연장이라고 부르는 것보다 복합아트센터라고 부르는 이유는 비단 공연예술만 볼 수 있는 곳은 아니기 때문이다. BAM은 독특하게도 연극, 오페라, 실험극, 무용 같은 공연예술 장르부터 재즈나 월드뮤직, R&B 같은 음악공연, 그리고 독립영화나 쇼케이스까지 영상 콘텐츠도 볼 수 있는 곳이다.

BAM Fisher ⓒ Sungyeon Park

 BAM의 시작으로 거슬러가 보자. BAM은 1861년에 문을 열었고 초반에는 연극, 음악공연이나 오페라 공연을 주로 했으며 브루클린 필하모닉 소사이어티의 본거지로 사용되기도 했다. 그러다 1903년, 공연 준비를 위해 세트를 정비하는 중 가스누출로 인한 작은 폭발이 일어나면서 1시간도 안 되는 시간에 극장 전체가 전소해버리는 안타까운 사건이 일어났고, 지금의 BAM은 이후에 새롭게 Lafayette Avenu에 지어진 건물을 1908년부터 사용하고 있다. 이 곳은 처음에는 공연예술을 위한 공간으로만 사용되다, 1998년부터 영화를 상영할 수 있는 Rose Cinema라는 공간을 마련하면서 복합아트센터로서의 기능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겠다.


왼쪽부터 Howard Gilman Opera house, Rose Cinema, Lepercq Space (출처 : https://www.bam.org)

현재 BAM의 공간은 크게 세 개로 나뉜다. 우선 첫 번째 공간은 화재 이후 BAM의 주요 공간으로 사용되어 온  Peter Jay Sharp Building이다. Lafayette가에 위치한 이 공간에는 Howard Gilman Opera house와 Rose Cinema,  Lepercq Space(BAM Cafe)가 있다. Howard Gilman 오페라 하우스는  BAM의 메인 극장이라고도 할 수 있는 큰 규모의 공간으로 2089석의 객석이 구비되어 있고 오페라나 연극 같은 공연뿐만 아니라 라이브 방송이나 TV쇼를 위한 공간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Rose 영화관은 이전에 공연장으로 쓰던 공간을 영화관으로 탈바꿈시킨 곳이라 프로시니엄 형태를 그대로 가지고 있다. 영화관에는 4개의 상영관을 갖추고 있으며 BAM에서 개최되는 BAM CINEMA FEST 같은 영화제를 위한 공간으로 주로 사용되며, 평소에는 일반적인 영화들을 상영하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Lepercq space는 연회장 같은 느낌의 오픈 스페이스로 극장에서 개최되는 콘서트나 파티 등의 행사를 위한 공간으로 사용되기도 하고 BAM Cafe의 공간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열린 공간이기 때문에 어떻게 구성하느냐에 따라 150명에서 300여 명까지 수용 가능하다.


블랙박스 극장인 FIshman Space (출처 : https://www.bam.org)

 두 번째 공간은 바로 BAM Fisher이다. BAM Fisher에는 250석 규모의 블랙박스 극장인 Fishman Space와 워크숍이나 리허설, 교육프로그램들을 위한 공간인 Fisher Hillman Studio가 위치해 있다. BAM Fisher는 기성 아티스트들은 물론 신예 아티스트들, 지역 예술단체들과 함께 독특항 형태의 작품과 새로운 미디어 공연을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마련된 공간이다.

폐허가 된 극장을 리노베이션 하여 사용하고 있는 Harvey Theatre. 오래되고 낡은 느낌을 고스란히 그대로 사용중이다. (출처 : https://www.bam.org)

마지막으로  BAM Strong. 이곳에는 Harvey Theatre와 The Rudin Family 갤러리, Steinberg Screen이 있다. Harvey 극장은 주로 연극을 상연하고 그 외에도 오페라나 무용, 음악 콘서트가 열리기도 하는 곳으로 837석 규모다. 이 극장은 탄생 비화가 조금 독특하다. 연극, 뮤지컬을 활발하게 상연하다 더 이상 사용하지 않게 되면서 폐허가 돼 버렸던 Majestic Theatre를 BAM에서 사용하게 된 것. 당시 BAM에서 제작하고 있던, 무려 러닝타임이 8시간에 달했던 피터 브룩의 새 작품을 제작할 새로운 공간을 찾는 와중에 BAM은 폐허가 된 Majestic Theatre 공간을 발견하게 되었고, 이 극장에 고스란히 새겨져 있던 폐허 느낌을 그대로 살린 채로 리노베이션 하여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다.


BAM의 공간들을 채우는 프로그램들을 살펴보자. BAM의 진가는 매년 이곳에서 쏟아내는 작품들과 프로그램에서 발휘된다. BAM은 겨울에서 봄까지 열리는 기본 시즌 프로그램을 필두로 여러 페스티벌로 1년 프로그램을 풍부하게 채워 나간다. 가장 먼저 살펴보아야 할 프로그램은 단연 <Next Wave Festival>이다. 1981년, 당시 BAM의 프로듀서인 Harvey Lichtenstein가 프랑스 영화계의 젊은 영화인들을 중심으로 일어났던 영화운동인 New wave라는 이름에서 따와 "The Next Wave/New Masters"라는 이름으로 행사를 개최한 것이 축제의 시발점이다. 이후 1983년 본격적으로 BAM에서는 Next Wave Festival이라는 이름으로 페스티벌을 개최하기 시작했고, 뉴욕은 물론 미국 내의 혁신적이고 실험적이며 전위적인 작품들을 관람할 수 있는 대표적인 장이 되었다. 선보여지는 공연들은 연극, 피지컬 시어터, 무용, 오페라, 미디어아트 등 경계가 없다. 이 축제가 유명한 이유는 도전적이고 대담한 작품들을 어느 극장보다도 빠르게 큐레이팅 하여 발 빠르게 선보인다는 점이다. BAM의 Next wave는 이후 세계 여러 나라에서 같은 이름으로 영화제나 공연 축제가 열릴 만큼 진보적인 프로그램들의 대명사처럼 되어 버렸다. 이는 BAM의 영향력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닐까.

BAM Cafe Live (출처 : http://www.bam.org)

BAM은 음악공연으로도 매우 유명하다. 락, 재즈, R&B, 월드, 팝 등 음악 부분에서도 장르의 경계 없이 다양한 콘서트들을 선보인다. BAM에서는 비영리로 운영되는 만큼 무료 공연도 활발하다. 바로 BAM Cafe Live와 R&B Festival at MetroTech다. BAM Cafe Live는 라운지 공간인 Lepercq Space에서 신인 아티스트는 물론 기성 아티스트들의 공연을 무료로 선보이는 프로그램이고 1999년부터 지속되고 있다. R&B Festival at MetroTech는 6월부터 8월까지 매주 목요일 정오에 무료로 열리는 작은 콘서트다. 무려 25년 동안 계속되고 있으며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R&B 공연이 주이고 무료공연임에도 불구하고 매년 전설적인 연주자들이 무대를 꾸민다고 한다. 매 여름 브루클린에 위치한 야외 공간인 메트로테크 커먼스를 활기찬 비트로 채우는 것 역시 BAM의 힘이다.

BAM CINEMA FEST (2019) (출처 : http://www.bam.org.)

BAM이 복합아트센터인 만큼, 영화 프로그램은 BAM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1년 연중 주목할 만한 영화들을 선정, 상영하는 것에 더해 독립영화를 큐레이팅 하여 선보이는 영화제인 <BAM CINEMA FEST>를 개최하고 있다. 2009년에 처음 시작된 이 영화제는 표준 멀티플렉스에 대한 대안을 제공하기 위해 시작되었고, BAM이 선보이지 않는다면 상영되지 못할 수도 있는 독특함을 갖춘 혁신적인 독립영화들을 주로 상영하고 있다. 영화제는 어느 영화제가 그러하듯, 영화 제작자나 배우, 비평가들과 함께 토크쇼 등의 프로그램들을 편성하여 진행되며 매년 6월 Rose 시네마를 중심으로 개최되고 있다.


이외에도 BAM에서는 여러 가지 작은 행사들과 공연들을 선보인다. 영화관 시설을 갖춘 만큼 NT live나 The Met : live in HD, Shakespeare on Screen, Bolshoi in HD 같은 공연 영상 상영 프로그램 또한 다양하게 운영하고 있고 탄탄한 교육프로그램들도 운영하고 있다. 교육 프로그램은 유아기, 아동기, 청소년기 등 나이별로, 혹은 시간대별로 꾸며 다채롭게 운영하고 있고, 극장 내에서 진행되는 교육 프로그램에서 더 나아가 직접 학교와 연계하여 청소년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들 또한 운영하고 있다.

BAM의 기금 마련을 위한 멤버십 제도 (출처 : http://www.bam.org)

BAM은 비영리 극장임에도 불구하고 우수한 재정자립도를 갖추고 있다. 대부분의 예산은 기업이나 일반 관객들로부터 받는 기부금이나 멤버십 제도를 활용한 후원금으로 운영되고, 추가적으로는 공연 수익이나 예술 작품을 경매로 판매한 수익을 이용한다. BAM의 후원금 제도는 상당히 인상적인데, 적게는 85불부터 150불, 300불, 500불, 1000불까지 나누어 멤버십 제도를 운영한다. 500불부터는 Young Producer라는 명칭을, 2000불 이상은 BAM Patron이라는 명칭을 붙여 놓았는데, 물론 금액별로 받을 수 있는 혜택 또한 다르다. 후원금은 BAM의 운영에서 아주 큰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후원자들을 위해 마련한 프로그램이 매우 다채로운 것도 BAM의 특징이라 할 수 있겠다. 리허설을 관람할 수 있거나 아티스트들과의 대화, 공연 시작 전 식음료 제공, 후원자들끼리 커뮤니티를 형성할 수 있는 네트워킹 행사, 영화 상영 등을 다채롭게 운영하고 있다. 추가적으로 최근 Harvey theatre는 대규모 리노베이션을 감행했는데, 5천 달러 이상 기부한 기부자들에게는 극장의 역사가 담겨있는 벽돌에 이름을 새겨주고, 1만 달러를 기부한 사람들에게는 좌석에 이름을 새겨준다. 기부자들에게 역사적인 순간의 일부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며 동시에 재정을 마련하고 있는 것이다.


Rose Cinema  <Before Midnight>과 Harvey Theatre에서 상연한 입센의 <The master Builder>를 보러가서 ⓒ Sungyeon Park

BAM은 남들과 다른 것을 해 살아남고, 또 독보적인 존재가 된 곳이라 할 수 있다. 링컨센터, 카네기홀, 그리고 브로드웨이와 오프-오프 브로드웨이까지, 경쟁이 심해도 너무 심한 뉴욕 아트 씬에서 이들과의 경쟁을 과감히 포기하고 독자적인 길을 개척해나간 것이다. 그렇게 BAM은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었던 콘텐츠들을 선보였고, 본인만의 색을 찾아내며 결국엔 낙후되어 있는 브루클린에서 독보적인 존재가 되며 비단 브루클린의 시민들 뿐만 아니라 타 지역의 관객들까지도 브루클린까지 방문하게 되었다. 예술은 지역 사회의 경제발전을 좌지우지할 정도로 잠재력이 큰 분야인데, BAM은 침제 되어있던 우범지역인 브루클린을 문화의 도시로 발전하게 만들었고, 브루클린의 성장 동력 중 하나가 되는 쾌거를 이뤄내며 뉴욕의 시민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줄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 되었다. 우리는 BAM을 통해 각 극장이 자신만의 독특한 색을 만들어 나가고 브랜드를 구축해 나가는 일이 극장 경영에서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를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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