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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atre Romance Apr 04. 2020

오페라의 유령이 사는 곳

Opera Garnier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은 프랑스 작가 가스통 르루(Gaston Leroux, 1866~1927)의 소설 '오페라의 유령'을 원작으로 만들어진 것, 뮤지컬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단연 이 사실을 알 것이다. 그렇다면, 가스통 르루가 어디에서 영감을 받아 소설 '오페라의 유령'을 집필했을까?

©Peter Rivera (Wikipedia)

 바로 파리 9구 스크리브 거리(Rue scribe)에 위치한 극장, 오페라 가르니에(L'Opéra Garnier)가 오페라의 유령이 탄생한 곳이다. 오페라 가르니에, 또는 팔레 가르니에(Palais Garnier)라고 불리기도 하는 이 아름다운 오페라 극장은 19세기 프랑스 건축가 가르니에 (Charles Garnier, 1825~1898)의 설계로 제작되어 네오 바로크 양식의 화려하고 웅장한, 또 한편으로는 호화롭고 사치스러운 장식들로 가득한 걸작이다. 35살의 젊은 나이에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오페라 가르니에의 건축가로 선정된 만큼 그의 걸작은 예술과 문화의 도시 파리를 한층 더 매력 있는 도시로 만들었다. 

© Courtney Hiday 출처 : Pinterest                                                         * 소설 오페라의 유령

 오페라 가르니에는 단순히 공연만 관람하는 공간이 아닌 공간 그 자체가 예술, 그 자체가 흥미로운 이야기들로 가득 차 있는 곳이다. 앞서 언급했던 '오페라의 유령'만 해도 그렇다. 가스통 르루의 '오페라의 유령'은 오페라 가르니에에서 실제로 있었던 기괴한 사건들과 극장을 모티브를 기반으로 탄생되었다. 팬텀의 기괴한 첫 등장을 알리는 샹들리에 추락 장면은 실제로 1896년, 샹들리에가 떨어지며 인부 1명이 사망하는 사건을 모티브로 만들어졌다는 이야기가 있다. 또한 뮤지컬 속 최고의 넘버와 명장면으로 꼽히는 팬텀이 크리스틴을 데려가는 지하 호수 장면. "Phantom of the Opera"를 부르는 이 씬 또한 오페라 가르니에에서 모티브를 따왔다. 실제로 오페라 가르니에를 건축할 때, 극장이 올라서는 부지의 기초 공사에서 쏟아지는 지하수의 영향으로 호수 규모의 지하수를 퍼내는 기간에만 반년 이상을 소요했다고 한다. 이는 곧 호수 위에 극장이 지어졌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로 이어졌고, 가스통 르루는 이 이야기를 통해 희대의 명장면을 탄생시켰다. 

 오페라의 유령의 팬텀이 5번 박스석을 비워놓으라는 소설 속 이야기 또한 실화라는 이야기가 있다. 19세기, 극장 이사회 측으로 익명의 편지가 날아와 매달 2만 프랑의 급여를 제공하고 5번 박스석을 비워 놓으라고 하는 사건이 있었다고 한다. 소설 속에서는 이 흥미로운 사건을 차용하여 팬텀이 5번 박스석을 비워놓으라고 요구하는 것으로 이어지고, 이사회가 이 요구를 무시했다가 그의 보복을 당하게 되는 것으로 스토리가 진행된다.


 소설 속 스토리가 실제 극장에서 일어났던 사건들을 기반으로 했다면, 뮤지컬 속 무대는 오페라 가르니에의 건물을 재현한 장면이 많다. 크리스틴과 라울이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는 장면 뒤로 나타나는 천사상은 오페라 가르니에 건물 외관의 천사상에서 모티브를 따왔다. 건물 외관 지붕 중앙에 있는 아폴론 신의 동상 양쪽에 위치한 금색의 천사상이 바로 그것이다. 이 천사상들은 각각 조화(Harmony)와 시(Poetry)를 상징하는데 이 천사상들이 극장 외관의 아름다움과 화려함의 극치를 선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출처 : https://en.wikipedia.org/wiki/Palais_Garnier

 극장 안으로 들어가 보자.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2막의 시작을 알리는 가면무도회(Masquerade)가 이뤄지는 장면 속 무대는 오페라 가르니에에 들어가면 바로 만나 볼 수 있는 웅장한 메인 계단이다.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중앙 계단은 2층으로 이어지며 양쪽으로 우아하게 꺾여있다. 대리석 계단의 곡선은 19세기 고풍스러운 의상을 더욱 아름답고 우아하게 퍼질 수 있도록 디자인되었다고 한다. 금방이라도 19세기 말 화려한 의상을 입은 사람들이 나와 춤을 출 것 같다. 계단 주변으로 자리 잡고 있는 화려하고 섬세한 장식들도 뮤지컬 무대에서 그대로 재현된다. 

출처 : https://en.wikipedia.org/wiki/Palais_Garnier

 이제 유령의 그림자에서 벗어나 오페라 가르니에 그 자체의 아름다움에 대해서도 살펴보자. 오페라 가르니에의 아름다움의 극치는 역시 그랜드 푸아이에(Grand Foyer)다. 실제로 베르사유 궁전에서 가장 화려하고 아름다운 방인 거울의 방을 모방하여 만들어졌다고 알려진 이 장소는 높이 18m, 길이 54m, 폭 13m로 거울의 방보다는 아담하지만 더욱더 찬란하고 호화롭고 사치스럽다. 실제 관객들을 위한 쉼터나 연회장으로 사용되었다는 이 방은 화려한 샹들리에와 천장화들로 가득 차 있고 숨 막히도록 아름답다. 폴 자크-아이메 보드리(Paul-Jacques-Aimé Baudry)에 의해 그려진 이 천장화는 음악사의 다양한 순간들이 표현되어있다. 


 그랜드 푸아이에를 뒤로하고 객석으로 들어가 보면 극장 외 내부가 모두 웅장하고 화려했던 것처럼 객석 내부도 압도적이다. 객석은 1,979석으로 전통적인 이탈리아 극장 형태인 말굽 모양을 갖추고 있다. 붉은색의 객석들과 금색의 장식들, 고급스러운 발코니 형태의 객석들은 오페라의 한 장면이 절로 연상될 정도로 강렬하다. 객석에 앉아서 그 기분을 만끽하며 다음 공연을 위한 셋업 현장을 바라보다 문득 천장을 바라보면 나도 모르게 감탄사가 튀어나온다. 바로 가장 크고 화려한 샹들리에와 그 샹들리에를 둘러싼 마르크 샤갈의 천장화 때문이다. 앞서 극장 내부에서 봤던 샹들리에들과는 또 다른 차원이다. 340개의 등과 청동, 크리스탈로 장식된 이 샹들리에는 그 무게가 7톤에 이른다고 한다. 금방이라도 팬텀이 나와 샹들리에를 떨어뜨리며 자신의 존재를 알릴 것 같다. 샤갈의 그림 또한 엄청나다. <꿈의 꽃다발>이라는 제목을 가진 이 천장화는 베토벤, 스트라빈스키, 바그너 등 14명의 작곡가의 오페라 작품의 장면들을 묘사하고 있다. 천장화를 바라보고 있자니 이 극장을 방문한 시간과 노력에 대한 보상을 받는 것 같다. 

출처 : https://www.operadeparis.fr/en/visits/opera-paris

 현재 오페라 가르니에에서는 오페라 공연보다는 발레 공연을 주로 관람할 수 있다. 혁명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바스티유 감옥 부지에 새로 건립된  바스티유 오페라 극장(Opera Bastille)이 들어섰기 때문이다. 1990년에 정식으로 오픈한 현대적인 바스티유 오페라 극장에서는 예전 가격의 절반 정도의 저렴한 금액에 오페라를 감상할 수 있게 되었다. 두 극장 모두 파리 국립 오페라단의 상주 공연장으로 사용되고 있으므로 취향에 따라 현대적인 오페라를 감상하고 싶다면 바스티유 오페라 극장으로, 발레 공연을 관람하고자 한다면 오페라 가르니에로 방문하면 될 것이다. 수준 높은 공연과 함께 예술 그 자체인 극장 감상은 덤이다. 


 공연을 관람하기 어렵다면 극장 방문 자체도 엄청난 경험이 될 것이다. 앞서 나열한 오페라 가르니에에 녹아있는 흥미로운 이야기들과 예술 작품들이 가득 차 있기 때문. 파리 여행에서 루브르 박물관이나 베르사유 궁전에 방문할 만한 시간적 여유가 없다면 둘의 장점을 쏙쏙 빼놓은 듯한 오페라 가르니에 방문은 합리적이고 만족스러울 것이다. 개인적인 투어는 물론 가이드를 동반한 투어도 가능하다. 가이드를 동반한 투어를 진행하면 오페라 가르니에에 녹아있는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직접 들을 수도 있고, 가장 비싼 좌석에 앉아볼 수 있는 기회도 있다고 하니 개인의 취향에 맞게 선택하여 극장을 방문하면 좋을 듯하다. 예술 그 자체인 가장 예술적인 극장 오페라 가르니에에서 팬텀의 발자취를 찾아 5번 박스석에 앉아보는 것만으로도 당신의 여행은 흥미로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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