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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atre Romance May 07. 2020

ART + PEOPLE = Fringe

Fringe Club

홍콩섬 최대 유흥가 센트럴 란콰이펑. 낮이나 밤이나 화려한 건물, 고급스러운 쇼핑가, 힙한 펍과 클럽들이 즐비한 곳. 그 안에서 굳건히 홍콩 예술 씬의 대표 스팟으로 자리 잡고 있는 곳이 있다. 바로 홍콩 프린지클럽이다. 예술과 사람이 만나야만 완성되는 이곳은 1983년부터 예술 플랫폼으로서의 기능을 하는 곳으로 전문 아티스트부터 아마추어, 생활예술인까지 예술을 사랑하는 모든 이들에게 열린 공간이다. 프린지 클럽은 작품을 창작하고 전시하고 공연하는 현대 미술공간, 공연장으로써 역할은 물론 펍과 카페에서는 사교의 장이 되고 있기도 하다.


'프린지'라는 명칭은 아마 익숙할 것이다. Fringe는 사전적 의미로 보통 주변부, 변두리, 비주류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즉 중심이 아닌 가장자리라는 의미이다. 이것을 문화 예술적 관점에서 바라보면 주류 문화(Mainstream)가 아닌 비주류(Non-mainstream) 문화를 뜻한다고도 할 수 있다. 프린지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곳은 스코틀랜드의 에든버러 국제 페스티벌(Edinburgh International Festival)에서다. 1947년, 공식적으로 페스티벌에 초청받지 못한 작은 단체들이 축제의 주변부(fringe)에서 자체적으로 공연하면서 관객들과 언론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고 해가 갈수록 비공식적, 자발적으로 축제에 참가하는 단체의 수가 늘어갔다. 이에 결국 1957년 프린지협회가 발족되면서 그 유명한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의 성장은 다른 지역으로 프린지 현상을 확산시키며 브라이튼 프린지 페스티벌, 토론토 프린지 페스티벌, 서울 프린지 페스티벌 등 세계 각국의 각 지역에서 프린지 페스티벌의 탄생을 촉구시켰다. 

세계 각국의 프린지 페스티벌의 가장 큰 특징은 특정 기준에 따라 작품 선정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즉 평가의 잣대 없이 자유롭게 참여하여 자유로운 상상력과 탐구, 실험정신을 엿볼 수 있는 작품들을 선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홍콩의 프린지 클럽 또한 이 '프린지'의 의미를 존중한다. 열린 예술 플랫폼으로서 공연자와 예술가는 평가와 선정 과정을 거치지 않고 작품을 선보일 수 있다. 홍콩 프린지클럽은 이런 '프린지 정신'의 개방적인 정책을 추구 함으로써 예술을 창조하고 보여주고 즐기는 즐거움을 일상생활에서 격리시키지 않고 표현의 자유를 확인할 수 있는 장으로 발전할 수 있었다.


프린지클럽은 1892년 처음 건물이 지어졌는데, 당시에는 냉장고가 일반화되기 전이라 얼음과 유제품을 보관하기 위한 냉장창고로 이용되었다고 한다. 이후 건물이 더 이상 창고의 기능을 하지 않은 후에도 건물을 철거하지 않고 식민지 시대의 건축물을 문화예술 시설로 탈바꿈하여 이용함으로써 창조적으로 변형시키고 완전히 새로운 정체성을 부여했다. 지금 프린지클럽은 보호해야 할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고 홍콩 시민들의 예술의 일상화로서의 공간, 더불어 랜드마크로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Fringe Vault (출처 : http://www.hkfringeclub.com/)

프린지클럽이 모든 사람들에게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도록 열려있는 공간인 만큼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방문할 수 있게 공간을 구성했다. 건물의 구성을 살펴보자. 프린지 클럽은 경사진 땅 위에 있는 건물이라 층 구성이 일반적이지 않다. 우선 지하에는 Fringe Vault라는 카페가 있다. Fringe Vault는 카페와 갤러리를 겸하고 있어 아티스트들의 작품 속에 둘러싸여 식음료를 즐길 수 있다. 종종 전시와 관련된 오프닝 행사 또한 함께 진행하는데, 행사에서 빠질 수 없는 식음료를 바로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최고의 아트 씬답게 곳곳에 홍콩에서 상연되는 공연 포스터라던가 아트 매거진이 비치되어있어 홍콩 아트 씬에서 개최되는 행사들에 대한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다. 

Fringe Diary  (출처 : http://www.hkfringeclub.com/)

G층에는 박스오피스와 Anita Chan Lai Ling Gallery, Underground Theatre, Fringe Diary라는 공연장 겸 바가 있다. Anita Chan Lai Ling Gallery는 화이트월의 깔끔한 전시 공간이다. Underground Theatre는 주로 연극 등의 실험적인 공연들을 위한 장소로 사용되며 언뜻 보아도 굉장히 날것의 공간으로 보인다. 아주 기본적인 음향과 조명 장비를 갖추고 있는데 이 날것의 공간을 어떻게 채우냐는 아티스트의 몫이다. Fringe Diary는 그야말로 홍콩 영화 속에 나올만한 장소이다. 재즈와 카바레 공연을 주로 하는 이 공간은 1913년 당시 사용된 인테리어를 그대로 가져가고 있어 더욱더 고풍스러운 느낌을 준다. 관객은 80명에서 150명까지 수용 가능하다. 이곳에서 진행되는 시그니처 공연은 단연 재즈 공연이다. 낮에는 Jazz Lunch, 저녁에는 Big Band Night이라는 이름으로 라이브 뮤직 쇼를 올리고 있는데 낭만적인 재즈 공연과 함께 식사를 즐길 수 있는 구성으로 가벼운 마음으로 공연을 즐기기에 적합하다. 달콤한 와인과 감미로운 재즈 선율, 감각적인 공간은 시간을 한층 더 윤택하게 만들어 주는 완벽한 요소다. 한층 더 위로 올라가면 이벤트성 행사와 공연을 위한 스튜디오 형 극장인 The Jockey Club Studio Theatre, 그리고 그 위에는 음료와 술을 즐길 수 있는 레스토랑인 Circa 1913과 Colette’s Artbar가 있다. 특히 이 두 레스토랑은 분위기는 물론 맛도 뛰어나 홍콩 시민들에게 항상 사랑받는 곳이다. 이렇게 프린지 클럽은 작은 공간이지만 복잡하게 구성된 공간으로 탐험하는 재미가 있다.


프린지 클럽은 28개 이상의 축제를 선보였고 세계 여러 나라의 도시로 투어를 주선하고 또 해외 아티스트들을 유치했다. 1,600회 이상의 전시, 3,300회 이상의 행사, 3,000회 이상의 콘서트, 9,000회 이상의 공연을 올렸다고 하니 이 작고 아담한 공간이 뿜어내는 힘은 가히 엄청나다고 할 수 있다. 홍콩의 낭만적 향수와 도회적인 분위기를 동시에 느끼고 싶다면 Fringe Club에서 홍콩의 낭만에, 홍콩의 아트 씬에 푹 빠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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